구미형 일자리 LG 자회사 노조 출범···”같은 제품 생산, 처우는 차별”

18:28
Voiced by Amazon Polly

구미형 일자리 사업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된 LG-HY BCM(엘지 에이치와이 비씨엠)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소속 지회가 출범했다. 노조는 공적 지원을 받은 회사인데도 오히려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LG화학 다른 공장 처우보다 열악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30일 오전 11시 30분 화섬식품노조 LG-HY BCM지회가 지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LG화학 계열사이면서도 구미형 일자리 사업 지원을 받는 기업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열악한 근무 조건 탓에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30일 오전 11시 30분 구미시청 앞에서 LG-HY BCM지회 설립 기자회견이 열렸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상생형 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구미형 일자리는 당초 LG화학이 자회사 LG BCM을 설립해 구미에 투자하는 것으로 추진됐다. 정부와 지자체도 상생일자리협력재단 설립 및 상생협력기금(60억 원) 조성,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임대료 등 인센티브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2023년 5월 들어 LG BCM 지분 49%를 중국계 기업인 화유코발트가 인수했고, 사명도 LG-HY BCM으로 바뀌었다.

올해 초부터 순차적으로 입사한 노동자들은 기업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50년간 2만여 평 부지 무상 제공 등 지원을 받는 만큼 기업이 근무 환경,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투자에도 노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LG화학 다른 공장과 비교해도 여러 조건이 뒤떨어진다며 노조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유연동 LG-HY BCM지회장은 “우리는 LG화학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왔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현장 분위기는 소통이 아닌 일방적 지시밖에 없다”며 “LG화학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량도 최대인 곳인데도 근무 조건, 복지후생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업장이 고온에 분진이 많고 유해화학물질 발생도 많은 데다 소음까지 크다. 그런데 휴게실마저 현장에 있다. 그래서 휴게실의 배기시설 설치를 요구했더니 매출이 발생해야 할 수 있다면서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회는 “구미형 일자리는 차별이 일상화된 일자리다. 많은 동료들이 LG화학과 구미형 일자리를 믿고 입사해, 자회사임에도 자부심 갖고 열심히 일했다”며 “교육, 훈련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 현장에 투입하는 점도 문제다. 참고 기다려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안전과 노동조건 개선을 스스로 이루기 위해 노조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구미시는 구미형 일자리 협약 사항 이행 내용에 대해 점검하고 있으며, 노조가 제기한 처우 문제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구미형 일자리를 설명하는 문 전 대통령(출처=KTV)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