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인성만?” 이인성미술상 시상식서 항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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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이인성미술상 시상식에 40여 명의 시민이 주황색 스카프를 이용한 항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대구를 해방하라! 100인 클럽’ 소속인 이들은 대구시에 “이인성을 둘러싼 의혹을 검증하며 이인성미술상의 타당성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 포럼을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2일 오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이인성미술상 시상식 동안 주황색 스카프를 이용한 항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대구시는 1999년 이인성미술상을 제정해 상금과 상패, 대구미술관 개인전 개최 등을 지원해 왔다. 이인성은 1912년생 대구 출신으로, 조선총독부에서 문화통치 일환으로 추진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4회 연속 참여했고, 총독부상을 포함한 다수 수상 경력으로 ‘천재 화가’라는 명성을 쌓았다.

2일 오후 5시 대구미술관 2층에서 열린 ‘제24회 이인성미술상 시상식’에선 권오봉 서양화가가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는 김승수 국회의원(국민의힘, 대구 북구을), 하병문 대구시의회 부의장,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 회장, 조경선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이 퍼포먼스에 사용한 스카프에는 ‘왜 이인성 미술상인가, 민족주의 미술가 이쾌대는? 항일투쟁 미술가 이상춘은? 포럼을 통해 미술상을 다시 제정하자!’라고 적혔다.

시상식이 시작되자 40여 명의 시민은 주황색 스카프를 펼쳐 시상식장을 둘러쌌다. 이들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스카프를 어깨에 메고 단상을 등진 채 돌아서 항의 표시를 했다. 여기에는 ‘왜 이인성 미술상인가, 민족주의 미술가 이쾌대는? 항일투쟁 미술가 이상춘은? 포럼을 통해 미술상을 다시 제정하자!’라고 적혔다.

현장에서 배포한 성명문에서 “대구시는 이인성 미술상 제정 이후 매년 시상해 왔으며,  매년 5,000만 원의 상금과 상패 등을 시비로 지출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세금을 들여 개인의 이름을 내건 미술상을 제정할 땐 역사적, 미술사적으로 엄격히 검정된 미술가를 선정해야 한다”며 “이인성은 한국 대구 근대미술을 대표할 만한 미술가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구시에 ‘공개 포럼을 통해 이인성 미술상의 타당성을 검정하자’고 요구했다. 덧붙여 “일제강점기 대구에는 이인성 외에도 이상춘이나 이쾌대와 같은 역사적으로 한층 높게 평가받을 만한 다양한 근대미술가들이 있다”며 “대구시는 이인성 기념사업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근대미술가를 발굴‧기록‧전시해 시민들이 근대미술의 다양한 얼굴을 접할 수 있도록 미술 문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박소영 온아트 대표는 “LD 100인 클럽은 지역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 모인 단체로, 100명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첫 번째 활동으로 이인성 미술상을 위한 공개 포럼 요구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향후 대구시에 의견을 추가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인성 화백에 대한 논란은 대구 중구가 추진 중인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대구 문화예술계는 “이쾌대, 이상춘 등 동시대 지역 미술가를 함께 조명해야 한다”는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관련기사=대구 중구 이인성 화백 공간 조성···예술계, “이쾌대·이상춘도 함께” (‘23.09.05.))

한편 ‘대구를 해방하라! 100인 클럽 (Liberate art! Liberate Daegu!, LD 100인 클럽)’은 지역의 예술, 문화, 시민사회 단체 및 개인이 연대해 결성됐으며 이날 퍼포먼스가 첫 활동이다. 구성원 중 한 명인 최령은 씨는 LD 100인 클럽에 대해 “민주·생태·평등’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지역의 현장에 개입해 예술적 퍼포먼스를 통해 활동하는 단체로 현재 50여 명이 모였다”며 “정치적으로 직접 참여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생태적으로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연대한 행동주의 콜렉티브”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