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민’ 김련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판 3년 만에 시작

김련희 씨, "가족 만나고 싶어"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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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평양시민’ 김련희(54) 씨 재판이 시작됐다. 지난 2020년 12월 검찰 기소 이후 3년 만에 열린 재판이다. 변호인 측은 “김련희 씨가 북한을 조국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대한민국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고 위험하게 여기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8일 대구지방법원 제10형사단독(재판장 홍은아) 심리로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 측은 국가보안법(찬양·고무 등) 위반, 국가보안법(잠입·탈출)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김련희 씨를 기소했다. (관련기사=검찰, 평양 송환 요구 김련희 씨 국가보안법 위반 기소(‘21.1.11))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씨는 1969년 북한 평양시에서 출생했고, 지난 2011년 5월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해서 체류하다 같은 해 7월 중국 신양시에서 만난 브로커를 통해 9월 16일 라오스와 태국을 경유·탈북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김 씨는 대한민국에 적응하지 못해 북한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었고, 2013년 12월 위조여권을 만들어 탈출을 시도했다. 이 일로 2015년 4월 대구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같은해 11월 재차 북한과 우호적인 국가 대사관에 망명 신청을 해 북한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2016년 3월 서울 종로구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 들어가 북한에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외교관의 퇴거 요청에도 불응했다.

2015년 11월 김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선전 매체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와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에, “내 고향 평양입니다. 너무나 자랑스럽고 위대한 조국을 위해서 아무 도움도 될 수 없는 자신이 부끄럽네요” 등 댓글을 다는 등 수십 차례에 거쳐 이적표현물을 제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국가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기 위해 퇴거 불응했다”며 “다른 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이적 표현물을 제작,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김련희 씨가 북한을 조국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대한민국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고 위험하게 여기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공소사실과 법리적 측면에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검찰이 다르게 접근한다면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8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평양시민 김련희 송환 대구준비모임’은 김련희 씨와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의 북한 송환을 촉구했다. 가운데 발언 중인 김련희 씨.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평양시민 김련희 송환 대구준비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단하고 송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대의 악법 국가보안법이 분단을 핑계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탄압을 일삼고 있다”며 “김련희 씨가 2011년 탈북 브로커에 속아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분단선을 건넜고, 그 이후 계속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국가를 상대로 외치고 있지만 국가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사상과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저는 그런 것에 관심 없다. 13년 동안 나는 오직 가족이 그립고 보고 싶다는 거 하나 뿐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 호소하고 싶다. 그저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 기일은 내달 15일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