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더불어민주당 대구 총선기획단장, “반짝 트랜드론 안 돼, 브랜드로”

“제트세대, 알파세대와 민주당 주류 세력 간 간극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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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대, 30대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문제는 기후위기다. 서울에 가서 놀란 게 20대 의원 한 명을 만났는데, 자전거에 미쳐 있더라. 무조건 자전거를 타야 하고, 실제로 자전거 길 만드는 일에 열심이더라. 그것이 개인의 이익이면서, 곧 우리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인 거다. 그런 시선을 갖고 있다는 걸 우리도 깨달아야 하는데 우리당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정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총선기획단장은 최근 불거진 민주당의 청년 비하 현수막 논란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시·도당 단위에서 총선기획단을 꾸렸다. 기획단 면면도 일단은 눈길을 끈다. 단장을 맡은 이정현 대구 남구의원이 가장 나이가 많은 39살이고, 2030 청년 기초의원으로만 구성했다. 내부의 우려가 없진 않았지만, 자문단 등을 통해 ‘경험’을 조언한다는 복안이다. (관련기사=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2030 총선기획단 구성···“‘젊음’이 뭉쳐 미래로”(‘23.11.21))

이 단장은 지난 7월 득녀한 새내기 아빠이자,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기초의원이다. 나이 마흔을 목전에 둔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대구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트랜드’화가 아니라 ‘브랜드’화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언어로 ‘바람’이 트랜드라면 브랜드는 ‘지역 착근’ 정도로 읽어낼 수 있다. <뉴스민>은 21일 기획단 발족 기자회견 후 이 단장과 만나 그가 바라보는 기획단의 방향과 전략을 들었다.

▲이정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총선기획단장

= 기획단을 소개한다면?

기본적으론 미래를 위한 준비를 지금 시작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이름 자체를 ‘리브랜딩’이라고 지은 것도 대구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미다. 우리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시민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실력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저는 지금까지 민주당이 실력은 쌓지 않고 시험만 잘 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진짜 제대로 공부해서 시험을 잘 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시작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 어떤 계획을 고민하고 있나?

내부와 외부로 나눠서 봐야 할 것 같다. 내부(당내)에선 새로운 정책을 내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대구경북의 정책은 대구경북연구원(옛 대구정책연구원, 경북연구원)) 등을 통해 나오는데, 대부분이 국민의힘 계열의 논거가 된다. 거기에 우리는 댓글을 쓰는 정도였다. 이제는 우리도 중앙 차원에서라도 비용을 들여 연구용역을 해서 민주당의 시선으로 (지역) 정책을 만드는 게 큰 과제라고 본다. 정책이 만들어지면 12개 지역 후보들에게 나눠서 같이 가자고 하는 내부 통합 과정도 거쳐야 할 것 같다.

외부(당 밖)적으론 대구가 국민의힘 일색이니까 국민의힘도 만나야 할 것 같다. ‘싸워서 안 만난다. 이야기 안 한다. 토론해서 이긴다’ 이런 생각만 하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뭘 했는지, 뭘 할 건지 공부해서 대구를 위해 국민의힘이 필요한 게 있다면 공유하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소시민들, 시민단체, 소수정당까지 다 통합해서 만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않을까 한다.

=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이름 있는 정치인의 대구 출마 요구는 꾸준한데?

그런 논리라면, 김부겸 총리가 처음 왔을 때 당선이 되었어야 한다. 김부겸 총리의 재도전과 당선이 우리가 만들어낸 리브랜딩의 가장 큰 배경이다. 한 번 와서 ‘트랜드’만으론 당선되지 않는다. 대구 시민 옆에 있는 ‘브랜드’여야 당선이 된다. 당 대표라고 해서 지금 오면 당선이 될 것인가? 아니다. 누군가가 제2의 김부겸이 되기 위해서 여기에서 몇 년 동안 진두지휘한다고 하면, 감사한 일이지만 이번 총선만을 보고 대구에 온다는 건 불가능한 거다. 그거야말로 대구를 기만하는 거 아닌가. 이준석 신당도 사실 그런 식의 기만이 아쉬운 거다. 대구를 위해서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당선되기 위해서 대구에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만약 온다면 대구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게 역할을 만들어 주는 게 우리당의 역할이라고 본다.

= 청년기획단으로 꾸렸는데 얼마 전 중앙당에서 청년을 비하하는 현수막으로 논란이 된 건 어떻게 보나.

얼마 전에 <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를 읽었다. 그 책에서 받은 느낌과 비슷하다. 우리 민주당이 86세대가 문제라기보단, 민주당이 노쇠화하고 있다. 제트세대나 알파세대와 민주당의 주요 세력 간 세대적 간극이 심하게 벌어져 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청년들이 자기 것만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는 단편적인 것만 보인거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지금 20대, 30대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문제는 기후위기다. 서울에 가서 놀란 게 20대 의원 한 명을 만났는데, 자전거에 미쳐 있더라. 무조건 자전거를 타야하고, 실제로 자전거 길 만드는 일에 열심이더라. 그것이 개인의 이익이면서, 곧 우리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인거다. 그런 시선을 갖고 있다는 걸 우리도 깨달아야 하는데 우리당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국민의힘에서 만든 ‘20대 남자’라는 편파적 이미지를 보고 댓글 쓰기만 하는 느낌이다. 인간 자체가 복잡하고, 세대가 복잡하다. 우리 세대만 해도 무한도전만 보고 웃던 세대인데, 지금은 얼마나 컨텐츠가 많나, 그래도 다 소통이 된다. 그걸 이해해야 한다. 그 이해가 떨어지는 것 같다.

= 기획단의 목표는?

선거구 획정도 되지 않아서 수치화된 목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저희도 현실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몇 %를 어떻게 득표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가장 큰 목적은 이걸 시작으로 계속적으로 대구시민에게 민주당이 뭔가를 하는구나 하는 걸 보여주는거다. 대선을 빼고, 선거가 2년마다 있는데, 그 2년마다 민주당이 뭔가를 하고 있네라고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