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대구 미래 50년 기본틀은 안전한가? ② 채무 1조 6,000억, 몰아갚기?

올해 2,882억 원 발행, 2,926억 원 상환
순상환액 43억 원 수준···연간 5,000억 상환 목표 미충족
2025, 2026년 연간 8,000억 원 상환 목표 내놔

14:25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대구시는 2023년을 ‘대구굴기의 원년’이라고 칭했다. 대구가 다시 일어서 한반도 3대 도시로서 위상을 되찾는 원년이라는 의미다. 홍준표 시장은 ‘대구굴기의 원년’에 ‘유진무퇴(有進無退)’의 대대적 개혁에 나서 “드디어 미래 50년 기본틀이 모두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불과 1년 만에 대구 미래 50년의 틀을 닦아냈다는 기염을 토했다는 의미다. 뉴스민은 ‘대구굴기의 원년’을 성과를 다시 한 번 살피며 홍 시장 닦아낸 50년의 틀이 얼마나 ‘안전한지’ 살펴볼 계획이다.

‘완성된’ 대구 미래 50년 기본틀은 안전한가? ① 기득권 카르텔 밀어낸 ‘홍준표 카르텔’
‘완성된’ 대구 미래 50년 기본틀은 안전한가? ② 채무 1조 6,000억, 몰아갚기?
‘완성된’ 대구 미래 50년 기본틀은 안전한가? ③ 3조원 태양광은 어디로?

대구시가 공개한 2023년 시정성과집 중 ‘체인지 대구 發 개혁, 전국 확산’ 사례 제일 앞단에  지방채 신규 발행 ‘0’가 자리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후 추진 중이 강도높은 채무감축의 성과라는 것이다. 대구시는 2021년 기준 2조 3,000여억 원의 채무 중 1조 5,000억 원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홍 시장 취임 직후 밝혔고, 이를 위해 신규 지방채 발행 중지, 공공자산 매각, 고강도 지출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굴기 원년을 지나면서, 채무감축 목표는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부 세수가 부족하고, 부동산 경제 침체 등의 이유로 재정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를 감안해 채무 상환 시기는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빚 내지 않고 허리를 졸라맨다’는 기조는 고수하고 있다.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고수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시가 공개한 2023년 시정성과집에서 채무제로는 대구 혁신 사례의 제일 앞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2,882억 원 발행, 2,926억 원 상환
순상환액 43억 원 수준···연간 5,000억 상환 목표 미충족
2025, 2026년 연간 8,000억 원 상환 목표 내놔

2023년 연말 기준 대구시 채무 잔액은 2조 6,376억 원(추정액)이다. 본청 2조 3,776억 원, 교통공사 2,600억 원으로 구성된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채무 감축은 본청 채무를 베이스로 삼고 있다. 올해 대구시는 본청 기준 2,882억 원의 채무를 발행하고 2,926억 원을 상환했다. 순상환 43억 수준이다. 연간 5,000억 원을 갚겠다는 애초 계획은 실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인데, 대구시는 세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대신 대구시는 2025년, 2026년 대규모로 채무를 상환할 계획안을 새로 내놨다. 올해와 내년에는 연간 5,000억 원씩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지키기 어려우니 홍 시장 임기 말인 2년간 매년 8,000억 원 이상씩 상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어디에서 어떻게 상환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뉴스민이 확인한 대구시의 2024년부터 2028년 채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을 게 확실한 내년엔 올해 채무 상환 규모와 비슷한 2,860억 원을 상환할 계획이다. 대신 2025년, 2026년엔 각 8,701억 원, 8,769억 원을 대규모로 상환할 계획을 내놨다.

새로 발행하는 지방채는 계속해 줄인다.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하게 차환해야 하는 채무만 2,710억 원 가량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에는 2,510억 원, 2026년에는 1,710억 원을 발행한다. 계획대로면 2025년과 2026년엔 순상환액은 각 6,191억 원, 7,059억 원이다.

2년 동안에만 1조 3,250억 원을 갚겠다는 건데, 내년 대구시 예산이 약 10조 원인 걸 고려하면 연간 예산의 약 6~7%를 채무 상환에 쓴다는 의미다. 더구나 2026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로 홍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상, 6월이면 홍 시장 임기가 종료된다. 6개월 만에 7,059억 원을 갚아야 한다.

대구시도 실현이 어려운 계획이라는 걸 알고 있다. 대구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연간 8,000억 원 가량 감축 계획에 대한 물음에 “실제 상환을 하기 위해 정한 금액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조 5,000억 원 채무 감축 공약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매년 실제 세수 상황에 맞게 (계획은) 바뀐다”며 “2024년까지는 재정 상황이 어려워서 사실상 추가 상환이 어렵고, 2025년부터는 경기가 회복된다는 가정하에 원래 계획했던 대로 상환해 나간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구시의 채무는 지역상생발전기금, 지역개발기금 채권 등 저금리의 나쁘지 않은 지방채여서 무리하게 지방채를 갚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재정건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관련기사=[준표王국 1년] 2-3. 갚았는데 늘어난 채무?···사실상 올해가 감축 원년(‘23.07.19.)) 2022년 말 기준 대구시 채무는 정부자금 및 지방공공자금이 32%로 가장 많고, 모집공채가 31.4%, 은행자금이 11.2%, 도시철도 채권이 10%, 지역개발채권이 5.4%, 기타 10%로 구성돼 있다.

▲2022년말 기준 대구시 지방채 이자율별 비중.

이자율별로 살펴보면 ‘1% 미만’이 1.4%, ‘1~ 2%미만’이 78.5%이다. 80%가량이 이자율이 2%가 되지 않는 저금리 채무다. 이외 ‘2~ 3%미만’은 5.3%, ‘3~ 4%미만’은 9.4%, ‘4~ 5%미만’은 5.4%를 차지한다. 4~5%의 고금리 채무액 1,434억 원 중 90.7%(1,300억 원)는 도시철도공사(교통공사) 채무에 해당하므로, 대구시 본청 채무는 대부분 중·저금리 채무라고 볼 수 있다.

신희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대구시는 올해도 목표한 채무 감축을 이루지 못했다. 지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중앙정부의 교부세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근거 없이 낙관적인 계획”이라며 “지역상생발전기금 같은 채무는 사실 무조건 빨리 갚아야 하는, 나쁜 빚으로 보기보다 적기에 투자돼야 하는 도구로 봐야 한다. 이들은 외부 금융기관에서 빌려온 돈에 비해 장기, 저리 등 상환 조건이 좋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반면 대구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저금리 비중이 높은 건 맞지만 만기가 도래한 상품은 이자가 싸더라도 상환을 해야 한다. 그럼 공적자금이나 민간자본에서 추가로 발행해 갚는 형태이기 때문에 채무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신규 지방채는 올해, 내년까지 발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