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12月호] 재난 속 주거권과 에너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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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지진이 났다. 11월 30일 새벽 4시 55분 경북 경주시에서 일어난 규모 4.0 지진은 올해 한반도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울산과 대구, 부산에서도 간밤에 이 지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한반도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벗어나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대’라 인식되었다. 그러나 2016년 9월 12일 경주 규모 5.8 지진과 연이어 발생한 2017년 11월 15일 포항의 규모 5.4 지진 그리고 올해 11월 30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경주와 포항 지진이 전기 에너지를 생산-유통-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행태를 공유하고 있는 데에 있다. 전기 없이 사는 삶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세상이다. 우리는 전기를 마치 공기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며 그 생산과정에서 어떤 희생이 있는지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몇몇 사건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가지라고 소리치고 있다.

지난 11월 경주서 발생한 지진은 월성원자력발전소(이하 월성원전)와 불과 10km 거리의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다.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국내 원전은 규모 6.5에서 규모 7
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라고 말했지만, 월성원전 인근은 한반도에서 활성단층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이다. 역사 지진 기록으로도 규모 7.0 이상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원전 마을』(김우창 지음)에 따르면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에게 ‘국내 유일 중수로인 월성 1~4호기는 경수로 원전들과 다른 점이 없다. 방사성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중수를 냉각재로 쓰게 된다면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처럼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액체, 기체 상태의 방사성 물질이 계속 나오게 된다. 이는 곧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피폭의 위험에 노출시킴으로써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은폐된 사실 등을 알게 된 주민들은 이주의 필요성을 느끼고 2014년 8월 25일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설립해 지금까지도 이주를 요청하고 있다. 대책위에서는 매주 자신들의 장례식을 치르듯이 월성 한수원 정문까지 아침 출근길 위에서 ‘상여시위’를 한다. “핵발전소 인근에서 사는 삶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소리치며 현재까지 이주와 탈핵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살 만한 집에서 살고자했을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본 주거권조차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에너지 때문에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가 경주뿐만이 아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기상청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로 강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당시 이로 인해 135명이 다치고 1,7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총 3,323억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당했다. 포항지진 정부 조사연구단에 따르면 이는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인재였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서는 해당 재해가 사전 준비 없이 추진된 사업으로 빚어진 인재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에 따라 2017년과 2018년 경북 포항 지진을 겪은 시민들에게 정부와 기업이 200만~300만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냈다. 이는 포항 지진 피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법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하지만 정부 소송대리를 맡은 정부법무공단은 지난달 30일 항소하며 경북 포항 지진 피해의 국가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정부는 1심 소송을 5년 넘게 끌며 소송 지연 전략을 썼다. 포항지진 피해구제 특별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내년 3월 20일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_표출지대 최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