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촛불 참가한 광주시민, “36년 전 광주에도 이런 일 있었다”

군민들, 삭발, 노래,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춧불집회 참가

11:42

18번째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촛불을 밝힌 성주에는 광주에서 온 참가자가 눈길을 끌었다. 군민들은 발언뿐 아니라 노래, 연극, 삭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드 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싸우자는 결의를 다졌고, 왜곡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대한 질타도 빠뜨리지 않았다.

광주에서 온 참가자, “36년 전 광주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30일 오후 8시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18번째 촛불 문화제에는 약 2천여 명이 촛불을 밝혔다.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타지 참가자들도 적극적으로 발언, 노래 공연 등에 나서 성주군민의 투쟁에 마음을 보냈다.

대구 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은 짧은 연극 공연으로 성주군민들을 만났다. 성주에서 참외 농사로 평생을 보낸 농민들이 사드 배치 철회 투쟁에 나선 과정을 연극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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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 연극 공연

이날 광주에서 왔다고 밝힌 한 참가자는 “저는 성주에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드를 반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어서 광주에서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세력 프레임으로 촛불을 꺼뜨리려고 하는데, 36년 광주에서도 이런 일이 똑같이 있었습니다. 빨갱이, 종북이라며 언론을 통제하고 눈과 귀를 막았습니다. 36년 전 광주의 모습과 지금 성주의 모습이 제가 생각할 때 똑같아서 용기 내서 나왔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성주에 지지하러 오는 분들이 많은데 저같이 혼자 오는 분들은 혹시나 외부세력 프레임으로 말려들지 않을까, 종북으로 몰리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못 나선다”며 “그런 두려움 없애라는 생각으로 용기 내서 나왔습니다. 외부세력 프레임은 정부가 만든 것이지 우리가 만든 게 아니잖아요”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라북도에서 온 노래패 ‘청보리사랑’은 “별고을 성주가 성스러운 도시, 평화의 도시 성주가 되고 있다. 전국에서 성주를 지켜보고 있다. 저희도 성주군민들과 함께 사드 배치 반대에 힘을 모으고자 달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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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브리핑서 지역 일간지 S기자 공개 질타
“지역 민심 가장 잘 아는 주재 기사가 본질 흐리고 있어”

성주군 가천면 배윤호 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언론 브리핑에 나섰다. 배윤호 씨는 “오늘 꼭 함께 이야기하길 바라는 건 지역 한 일간지다. 여기서는 기자들을 파견해 매일 인터뷰 기사로 우리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 지역에 주재 기자분께서 쓰는 기사는 꼭 끝에서 비틀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윤호 씨는 “어제 회의 결과를 보도한 기사에 참외밭 갈아엎는 농민들의 심정을 퍼포먼스를 펼친다고 썼다.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마치 예술 공연을 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또, 어제 기사에서는 마지막에 투쟁위가 외부세력과 철저히 선을 긋기로 했다고 썼다. 투쟁위 관계자에 확인했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꼭 그 기자분이 쓰는 기사만 그렇게 나가고 있다. 주재 기자들은 우리 지역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비틀어 놓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 씨는 염속산, 까치산 등 사드 배치 제3의 부지설에 대해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투쟁위가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도 지적했다.

배윤호 씨는 “해당 보도 관련해 공동위원장 두 분에게 전화해 물어봤다. 그런데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며 “이 문제는 본사와 따져서 사장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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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에 나선 김충환 씨(성주군 수륜면)도 언론의 왜곡보도 문제를 지적하며 “조선일보 한 달이면 생사람도 좀비 된다”, “연합뉴스가 신문이면 똥파리도 독수리다”는 구호로 큰 호응을 얻었다.

김충환 씨는 “성주군민들 명예를 훼손한 기사는 다 기록해서 사드 막아내면 소송하자. 소송해서 이긴 돈으로 성주군민들 축제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 모인 성주군민들은 자발적으로 군민의 소식을 전하는 ‘사드 배치 철회 소식지 1318+’를 펴내고 있다.

삭발, 노래,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촛불 집회 참가
오는 8월 15일, 군민 815명 삭발 등 대규모 궐기대회 예정

성주청년회의소 회원 5명은 삭발로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청년회의소 슬로건이 조국의 미래는 청년의 책임이다. 성주청년회의소도 성주의 미래는 성주 청년의 책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삭발에 참여하게 됐다”며 “더운데 머리도 시원하고 너무 좋다. 저희 몇몇이 삭발해서 사드 배치가 철회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주군 초전면 생활개선회 회원들은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 성주 방문 당시 모습을 재구성한 연극을 준비했다. 하루아침에 성주에 들이닥친 ‘황교활’, ‘한맹구’, ‘사드’, ‘박그네’, ‘사복경찰’을 군민들이 똘똘 뭉쳐 몰아내는 결말로 끝난다. 연극이 끝나자 군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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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초전면 생활개선회 연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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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초전면 생활개선회 연극 공연

성주군 용암면에서 온 주민 5명은 10여 분 동안 노래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이 땅에 사드는 절대 안 된다”며 노래 중간중간 “사드~반대~”로 추임새를 넣었다.

이날 투쟁위 회의 결과 브리핑에 나선 배은하 투쟁위 대변인도 가수 이하이의 ‘한숨’이라는 곡으로 지친 군민을 위로했다.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라는 가사로 끝나는 곡에 군민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투쟁위는 오는 3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1인 시위 등으로 참여해 성주군민들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오는 8월 1일, 3일 방문하는 국민의당, 정의당, 더불어민주당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에 힘 써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8월 15일에는 광복절을 맞아 대규모 궐기대회를 벌이고, 군민 815명 삭발식을 할 예정이다. 또, 매일 오전 9시, 오후 9시 네이버에 검색으로 ‘성주 백악관 서명’ 실시간 인기검색어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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