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김용균과 김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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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날인 6월 2일 오후 2시 28분에 김충현(50) 씨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졌다. 김 씨는 발전설비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그는 서부발전의 정비 하청을 받은 한전KPS에서 2차로 기계정비를 하청받은 한국파워 O&M에서 일했다. 태안 화력발전소는 2018년 김용균 씨가 산업재해를 겪은 곳이다.

6일 열린 김충현 씨의 추모문화제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당시 김미숙 이사장은 전국을 다니며 아들의 부당한 죽음을 알렸고, 재발방지 조건으로 2인 1조를 위한 적정인원 배치와 5사 발전사에 준하는 정규직 전환 이행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아들과 같은 죽음을 마주해 정부와 발전사가 안전에 대한 안이한 각성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6일 열린 김충현 씨의 추모문화제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김충현 씨는 혼자 범용 선반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김 씨는 공작물(cvp 벤트 밸브핸들)을 선반 척에 끼우고 고정기구로 조인 후 선반을 가동했고, 안전모가 날아가고 왼손부터 공작물에 빨려들어갔다. 긴급정지장치가 있었지만, 멈추지 못했다. 비산물 방지용 방호커버는 있었지만 회전하는 공작물에 대한 접근방지용 안전장치는 없었다고 한다.

노조는 사고원인을 부적절한 장비 사용 및 고정 불량, 안정장치 부재로 봤고, 관리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특히 김 씨가 혼자 업무를 하고 있었던 점이 문제로 보인다. 절차서에는 한전KPS 기계1부장이 기계가공 작업 전반 관리책임이 있지만, 건별로는 작업의뢰한 부서담당자가 제작과 안전관리책임이 있다고 한다. 하청소장은 공작 작업 내용을 알지 못하고 서류상 형식적 승인했고, 사실상 관리감독자 없이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김용균 사고 이후 6년이 흘렀지만 이런 사고는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을까. 노조는 원청의 작업의뢰서 발행과 하청 현장관리자의 작업허가서 발행 후 작업 진행이 정상 절차지만, 이 절차가 무시되고 구두 통보 작업 지시가 일상화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위험성 평가와 작업 내용 및 방식이 공유되었더라면 어땠을까.

TBM(Tool Box Meeting, 작업시작 전 노동자들이 안전점검 및 위험요소를 파악해 사고를 예방하는 회의)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TBM 문서가 사전에 복사된 내용에 작업일시, 내용만 추가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구조적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잦은 업체 변경과 쪼개기 계약으로 하청노동자의 고용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위험 관리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충현 씨의 책상에는 ‘이재명과 기본소득’ 책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어머니 손을 잡고 공장을 찾은 소년공이었다. 그 시절 그도 프레스 기계에 왼팔이 끼는 산업재해를 당해 장애 판정을 받았다. 6일 추모제에 참석한 김충현 씨의 유족과 노조 측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나와 요구안을 전달 받았다. 더이상 ‘김용균과 김충현’의 비극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