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청산] 홍준표 측근들, 퇴직 후에도 약 두 달 더 관사 머물러

정장수·이종헌, 4월 7일, 8일에 퇴직했지만 5월말, 6월초까지 관사 이용
대구시 자원을 정치적 목적에 활용해온 홍준표 측근들의 단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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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000일 가량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100+1 대구 혁신을 ‘완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그가 말하는 성과라는 게 과장되었고, 오히려 재임 기간 동안 시정이 사유화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하는 1년여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이 문제는 계속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민>은 후임 시장이 당선되어 새로운 대구 시정이 열리기 전까지, 홍준표 재임 1,000일이 대구에 무엇을 남겼는지 기록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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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시장의 측근들이 대구시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두 달 가량 대구시가 제공하는 관사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3일 내란 사태 이후 누구보다 빠르게 홍 전 시장이 조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걸 고려하면, 홍 전 시장과 그 측근들이 공직자로서의 도리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구시 자원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이종헌 전 정책특보는 4월에 대구시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약 두 달 더 대구시가 제공하는 관사에 머물렀다.

<뉴스민> 취재를 종합하면 홍 전 시장의 측근 중 정장수 전 경제부시장과 이종헌 전 정책특보는 홍 전 시장 임기 시작과 함께 대구시가 제공하는 관사를 입주했고, 각각 지난 5월 말, 6월 초까지 관사를 빼지 않았다. 두 사람이 각각 4월 7일, 8일 하루 차이로 공직에서 면직된 걸로 확인되는 걸 고려하면, 약 두 달 가량 대구시 공직자가 아닌 신분으로 관사를 이용한 거다.

대구광역시 공유재산관리 조례에 따르면 관사(숙소)는 ‘시장·부시장 또는 그 밖에 소속 공무원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해 소유 또는 임차하는 공용주택’으로 정의되고, 사용책임 규정을 보면 ‘숙소를 사용하는 공무원은’이라고 해서 사용자를 ‘공무원’으로 특정하고 있다. 사용허가 취소 규정도 있는데, 시장은 ‘사용자가 그 직에서 해임된 때’ 등에 사용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두 달 가량 더 숙소에 머문 건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가 4월 4일 대통령직에서 탄핵된 후 일주일 만에 관저를 비운 것보다도 8배 더 많은 기간 묵은 셈이고, 홍 전 시장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4월 29일을 기준으로 해도 한 달 이상 더 공무원도 아닌 이들이 관사에서 숙식을 해결한 꼴이다.

이들은 각각 대구시 보유 관사(정장수), 임대 관사(이종헌)에서 생활했다. 정 전 부시장의 관사는 권영진 전 시장이 사용하던 관사로 홍 전 시장이 임기 초에 새로 자신이 살 관사를 9억 원 가량 들여 사면서 논란이 된 관사다. 대구시는 권 전 시장이 살던 관사를 팔아서 홍 전 시장의 새 관사 구입비를 충당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팔지 못했다. 이후 홍 전 시장의 측근인 이 전 특보, 정 전 부시장이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이 전 특보의 관사는 지난 1월 7일,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00만 원으로 2년 임대한 관사다. 그 탓에 4월 8일부터 이 전 특보가 직을 내려놓았지만 4, 5, 6월 임대료로 220만 원이 지출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전 특보의 관사의 경우 2년 임대한 집을 4개월 만에 계약 종료하려고 하니 집주인이 응하지 않아 피치 못하게 이 전 특보가 더 생활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새 관사를 계약한 1월 7일은 홍 전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엮은 책 출간 계획을 밝히는 등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계속 내비추던 시점이다. 홍 전 시장의 대선 출마를 앞둔 시점에서 새로 무리하게 2년 임대 계약을 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들이 퇴직 후에도 관사를 두 달 가량 더 이용한 건 홍 전 시장과 그 측근들이 대구 시정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여러 사례 중 하나다. <뉴스민> 취재에 따르면 홍 전 시장의 측근들로만 채워졌던 서울본부는 내란 사태 이후 언론 대상 업무추진비 지출이 예년 대비 5배까지 증가했고, 측근들 중 여럿은 공직에서 퇴직하기 전부터 대선 경선용 공보 카톡방에서 활동했다. [관련기사=홍준표 조기대선 출마 공식화 후 대구시 서울본부 업무추진비 집행 급증(‘25.4.8)]

홍 전 시장 측은 4월 7일경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언론 공보를 위한 단체채팅방을 운영했다. 채팅방의 초반 운영은 김윤환 전 대구시 서울본부장이 주도했는데, 김 전 본부장은 4월 11일 본부장직에서 면직됐다. 이 전 특보도 8일 면직됐지만 7일부터 단체채팅방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뉴스민>은 김 전 본부장에게 공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 공보 채팅방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한지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한편 정 전 부시장은 지난 5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겨우 이삿짐 정리가 마무리되어 간다”며 “하루라도 빨리 관사를 비워줘야 한다는 부담이 가볍지 않다. 급하게 집을 구하고 했지만 무던히 기다려준 행정국 식구들이 고맙다”고 자신의 관사 이용을 양해해준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마음을 표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