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안전수칙 간판,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대구 현대 아파트 건설현장 안전수칙 입간판 ‘성희롱’, ‘인권침해’ 논란

13:26

대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성희롱’과 ‘인권침해’ 문구가 담긴 안전수칙 준수 홍보 입간판이 설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황금동 힐스테이트(대구시 수성구 청수로274 일대) 공사 현장 입구에는 안전수칙을 지키자는 입간판이 서 있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문제는 입간판에 담긴 내용이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힐스테이트 건설현장 입구에 세워진 안전수칙 준수 입간판.

가로 약 80cm x 세로 약 150cm짜리 입간판에는 “공사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는 글과 함께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 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시공사인 현대 이름이 찍혀 있다.

이 입간판을 본 건설노동자 김 모(60) 씨는 “다치지 말라는 취지겠지만,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런데 저렇게 써 놓으면 정말 비참하죠.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죠”라고 말했다.

이어 “저거는 여자를 욕보이는 거다. 노동자를 챙기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 부인 전체를 놓고 욕하는 거다. 노동자의 삶을 하찮게 여기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노동자 배 모(30) 씨는 “명백한 성희롱이다. 안전을 위한 현장을 위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그걸 빌미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협박하는 것”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23일 오전 <뉴스민> 기자가 공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입간판은 여전히 서 있었다. 현대건설 현장 관계자는 “누가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는 간판은 빨리 조치해서 철거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모 황금동 힐스테이트 현장소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잘 모르는 일이다. 오늘부로 현장 소장이 바뀌었다. 새로 부임한 소장에게 확인하라”고 말했다.

공사 현장 관계자들은 입간판 설치 과정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HYUNDAI’ 로고가 찍힌 만큼 시공사 허가 없이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시공사가 아닌 하청업체가 만든 입간판이라면, 하청업체 명의가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