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현장노동청 1호 민원 아사히글라스’ 해결책 없는 면피성 답변만

차헌호 지회장 “현장노동청은 김영주 노동부 장관의 대국민 사기”

19:46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취임 후 진행한 현장노동청에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1호 민원으로 접수하라고 지시했던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 문제에 관한 노동부 답변이 나왔다. 2년 넘게 수사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기대했던 답변은 없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으로부터 받은 현장노동청 민원 답변서. [사진=아사히비정규직지회 제공]
민원을 제기했던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10일 답변서를 우편으로 받았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서울행정법원의 문서송부촉탁 거부는 형사소송법 제4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전 수사기록의 열람, 공개 등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고, 법원이 노동위원회의 자료를 확인했음에도 법적 판단을 달리한 것이므로 우리 지청의 자료협조 거부를 패소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중노위 판정이 뒤집어진 행정소송 과정에서 노동부 잘못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어 구미지청은 “고소사건의 처리 지연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다수의 고소인, 피고소인,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였고, 특히 파견법 위반 사건의 경우 도급계약이 해지되고 하청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철수한 상태에서 근로감독을 실시하면서 입수한 (주)지티에스의 자료 분석, 검사의 수사지휘(4회) 등으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는 답변으로 민원에 관한 대답을 마쳤다.

지난 9월 15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동대구역 현장노동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용노동부가 잘못된 일이 있다면 문제 해결을 하겠다. 아사히글라스 문제는 별도로 상담을 하셔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청장님한테 바로 해서 우리 청 1호 민원으로 받겠다. 절차, 소송 관련 자료 등을 준비해주셔서 변호사한테 왜 안 주는 것까지 상담을 하시라”고 말한 바 있다. (관련 기사=김영주 장관, “아사히글라스 부당노동행위 조사 문제, 대구노동청 1호 민원”)

▲2017년 9월 15일 동대구역 앞 광장에 설치된 현장노동청을 방문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5년 7월 31일 이후 공장에서 쫓겨나 구미시청, 공장, 광화문, 대구지방검찰청 등 거리에서 빠른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형식적이라고 밖에 느낄 수 없는 답변이다. 차헌호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노동부의 현장노동청 민원 답변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현장노동청은 김영주 노동부 장관의 대국민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김영주 장관이 동대구역에 왔을 때 직접 방문해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설치한 현장노동청에 대해 평가한다면요?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되어 2년이 넘도록 길거리에 쫓겨난 절박한 노동자들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현장노동청을 방문하고 노동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현장노동청이 언론에 알려지고는 노동부가 달라지겠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기대치가 생겼습니다.

현장노동청으로 접수된 민원이 총 6,138건입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에서 제기한 노동부의 행정조치에 대한 이의제기는 노동부 장관이 직접 대구노동청 1호 민원으로 접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방청 1호 민원조차도 이렇게 종이 한 장에 몇 줄 적어서 처리 완료한다면 6,138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뻔합니다. 현장노동청은 절박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국민들에게 정치쇼를 한 것입니다.

노동부는 수사 지연을 검찰 탓으로, 검찰은 노동부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2년이 넘는 동안 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내몰렸습니다.
-2년의 시간은 분명 노동부 책임입니다. 지난 정권의 입맛에 맞게 행정을 처리한 것이 노동부입니다.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요.

▲차헌호 지회장(사진)과 해고된 노조원들은 지난 11월 6일 아사히글라스에 “11월 3일까지 178명을 직접고용하라”는 노동부 지시를 믿고 회사에 출근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노동부의 직접 고용 지시도 사실상 휴짓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노동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요.
-시정지시는 애초부터 이행 불가능한 행정조치였습니다. 노동부는 시정지시를 내리고 사측이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행정조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노동부가 제어할 수 있는 처벌이 있어야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입니다.

노동부는 앞으로 아사히가 직접 고용하도록 의지를 가지고 사측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불법으로 수백억 원을 벌었고, 그 피해자가 여전히 피해를 본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데 고작 벌금 몇 푼 부과하고 노동부는 제 할 일을 했다며 손 놓고 있습니다. 먼저 노동부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불법을 강제할 수 있는 행정력을 발휘해야 됩니다.

아사히글라스에서 벌어진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는 사실상 구미 산업단지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이렇게 사건이 길어지는 데 어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노동부, 검찰이 이제껏 반노동자적인 행정을 벌여왔습니다. 지극히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불법파견으로 불법행위가 드러나도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겠다는 얘기, 노동부 장관이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얘기는 노동현장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노동부는 여전히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구미 공단 전체에는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근절해야 하는 이들이 도리어 이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지요.

노동부가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본과 싸우는 투쟁을 하고 있지만 노동부를 통째로 갈아엎는 투쟁이 필요합니다. 자본의 불법행위를 엄호하고 눈감아주며 노동조합 운동을 약화시켜온 기관이 노동부, 검찰입니다. 지금껏 노동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현장을 바꾸고 자본을 바꿔내기 위해서는 노동부와 싸워 이겨야 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인지 투쟁이 벌어지는 지역을 보면 노동부를 점거하며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힘 있게 확대될때 만이 자본도 노동부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