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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당사자인 사건이 자칫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달성군에서 발생한 중증장애인 질식사 사건은 당사자가 숨졌고, 무연고인 탓에 제3자(장애인단체)가 고발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사라지면서 수사결과를 되짚기 어려워졌다. 장애인단체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에 나섰다.
2021년 달성군 A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무연고 중증장애인 B 씨가 사회복지사 없이 방치된 상태에서 휠체어 벨트에 목이 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B 씨는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B 씨 담당 사회복지사만을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사회복지사, 시설장 등 책임자의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고발되자 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 불송치 결정 이유로 사회복지사가 B 씨 보호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설 책임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방임 등 학대 행위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모두 불송치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제3자인 고발인이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되면서, 가해자의 학대 행위나 시설장의 책임은 다시 따져볼 수 없다.
장애인단체는 이 사건 외에도 중증장애인이 피해당사자가 되는 사건은 유사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피해당사자가 고소인이 되어도 중증장애인이라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주장할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성군 사례의 경우처럼 피해자가 무연고자라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시민 권한을 축소한다는 우려는 개정 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아동·장애인과 같이 피해자가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시민사회단체나 공익적 대리인이 고발하면 이의신청할 수 없다”며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재검토하고 고발인을 통해 수사를 촉구하는 장치가 사실상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우려가 현실화되자, 해당 사건을 고발했던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형사소송법 제245조 7항이 위헌이라며 권리구제를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나동환 변호사(법률사무소 향진)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의사소통도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피해를 당했고, 돌아가신 사건에서 고소할 수 없어, 타인의 고발로만 수사될 수 있는 사건”이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발인이 이의신청할 수 없게 돼 이 부분은 입법 공백이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19일 오전 11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달성경찰서 앞에서 ‘달성군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사건 진상규명 및 엄중 처벌을 위한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스스로 학대를 인지하고 신고하기 어려운 장애 특성과 장애인 거주시설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사이며, 형사소송법 개정 탓에 이 수사에 대해 이의신청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A 시설에서 추가로 불거진 장애인 학대 의혹에 대해 A 시설 시설장, 재단 대표 등 관리자 등을 장애인 학대 혐의로 달성경찰서에 고발했다. 앞서 A 시설에서는 거주 장애인의 약을 처방 2주 뒤 지급하거나 음식물(뼈)을 삼켜 개복수술을 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관련 기사=달성군 장애인거주시설서 잇따른 학대···질식사, 투약 늦고, 뼈 삼켜 개복수술도(‘23.4.4))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