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박근혜 퇴진 대구 촛불, 2만여 명 운집

3천 5백→5천→2만, 2차 보다 4배 가량 늘어나
아이들도 “대통령이 빨리 하야했으면 좋겠어요”

20:58

대구시민 2만여 명(경찰 추산 5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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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중앙네거리 중앙파출소 앞 도로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대구 시국대회가 열렸다. 중앙파출소 앞부터 알라딘 중고서점까지 2차선 도로 약 400m를 가득 메운 시민들로 1차 시국대회 3천 5백 명, 2차 시국대회 5천 명보다 3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경북고등학교에 다니는 정영진(19) 씨 “이 나라 꼴을 보면서 옛날 2.28운동을 주도했던 경북고 학생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우리 민족은 무능한 지배층이 나라를 말아먹을 때마다 민중이 일어나 나라를 살려왔다. 여기 모인 시민들에게서 그 모습이 보인다.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저 타락한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또 다른 고등학생 신애지(18) 씨도 “저는 오늘 제 꿈을 지키기 위해 올라왔다.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이 되는 것이 제 꿈이다. 저희 가족, 친구들, 소중한 사람들이 웃으며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이 사건 본질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있다. 어설픈 사과문이나 어쭙잖은 태도 변화로 가려질 책임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내려옴으로써 책임을 다하십시오”고 강조했다.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시국대회에서는 무대에 올라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집회 군중 안에서 재미있는 피켓을 들고 의견을 개진하거나, 기자의 인터뷰를 피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시민도 많았다.

dsc09730 dsc09743 집회 무대 한켠에서 촛불을 들고 있던 서구 주민(65)은 “지금 이 나라가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며 “나는 이제 다 살았지만 자식들이 살아갈 나라를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슬하에 4남매를 뒀다고 밝힌 그는 “아이들이 헬조선, 흙수저 이런 말을 달고 사는 게 말이 되나”며 “우리가 북한보고 세뇌됐다고 하는데 우리 대구 사람도 단단히 (새누리당에) 세뇌됐다. 조·중·동, KBS, MBC 다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또, “민주주의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언론은 왜 이상한 권력에 하수인 노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 아이 둘과 함께 나온 가족은 “매일 TV로만 보다가 애기 아빠가 오늘은 나가자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고, 아이들은 촛불을 들고 “대통령이 빨리 하야했으면 좋겠어요”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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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민들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박근혜 하야’라고 적힌 선물 보따리를 들고 참석했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에 항의하듯 건전지 촛불을 든 시민들도 많았다. 시민들은 “대구에서 끝장내자”, “박근혜를 체포하라”, “재벌도 공범”, “이게 나라냐”, “사드 배치 철회하라”, “핵발전소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날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따로 시국선언문을 준비해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은 “민주주의 씨앗을 뿌려놓고 제대로 가꾸지 않았던 지난날을 가슴 깊이 반성하며 우리 또한 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통감한다. 우리는 독재에 항거하다 부당하게 목숨을 잃은 본과 여정남 선배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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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24) 씨는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며 “대통령직을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신 씨는 “존경하는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국가 안보가 위기고 국민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유가 누구 때문입니까? 바로 저 길라임 때문 아닙니까?”라며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거나 하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제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지속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제 것입니다”라고 박 대통령의 2차 담화문을 패러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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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대구 봉산문화거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시국대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새누리 해체,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을 거쳐 다시 중앙네거리로 돌아오는 약 2km 행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