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플로우 ‘대구청춘힙페’ 보이콧 선언…“50분 공연 세트 20분으로 줄이라니”

메인퍼포먼스 예정 시간 이유로 공연 축소 요구
딥플로우, "공연 셋트를 현장에서 자르는 건 너무 무례"
주최 측 두 차례 사과문 올려..."시간 관리 실수 인정"

13:15

래퍼 딥플로우가 대구청춘힙합페스티벌 공연 보이콧을 선언했다. 주최 측의 미숙한 페스티벌 운영으로 공연 시간이 지연되는가 하면 준비된 공연 세트도 현장에서 변경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오후 1시부터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2017 청년 대구로, 청춘 힙합 페스티벌(청춘힙합페스티벌)’이 열렸다. 관객 2만 명이 모인 가운데 래퍼 도끼, 산이, 더콰이엇 등 50개 팀이 이날 오후 10시께까지 힙합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청춘힙합페스티벌은 대구시가 지역 청년 문화를 구축하고 취업난 등 고민을 소통하는 취지다. 대구시가 후원하고,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문화 기획사인 ‘소셜런투유’가 주최한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최 측 운영 미숙이 드러나, 급기야 VMC(비스메이저컴퍼니, 대표 딥플로우)가 행사를 보이콧했다. (‘청년대구로힙합페스티벌’, 잇따른 잡음…장소도 미정, 2016.5.23)

VMC 대표인 랩퍼 딥플로우는 27일 공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VMC는 앞으로 대구 힙합페스티벌을 보이콧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딥플로우를 비롯한 VMC 소속 래퍼들은 예정된 공연 셋트 50분 중 20분가량만 공연할 수 있었다. 주최 측은 오후 5시 10분에 예정된 메인 퍼포먼스 ‘말하는 대로’를 진행하고자, VMC 측에 일부 공연 후 메인 퍼포먼스가 끝난 후 이어갈 것을 요구했다. VMC는 소속 래퍼들의 이후 스케줄이 맞지 않아 이를 거절했고, 결국 예정된 공연 세트를 줄여야 했다. 메인 퍼포먼스는 예정된 시간보다 10여 분 늦게 시작할 수 있었다.

▲딥플로우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에 딥플로우는 “우리 공연을 절반만 하고 시장 연설 후 다시 공연을 진행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해 거절했다”며 “준비된 50분 공연 세트 중 20분가량 지났을 때 주최 측이 곡을 줄여 달라고 매니저에게 요청했다. 우리는 이미 공연을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시 45분에 공연에 올랐는데 5시 17분에는 공연을 중단해야 한다, 음향을 꺼버릴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미 시장님(?)이 대기 중이었다. 결국 곡을 줄이고 급하게 마무리 후 퇴장했다”고 설명했다.

딥플로우는 “공연 세트를 현장에서 자르라고 하는 건 너무나도 무례한 요구라는 걸 알아주셔야 한다”며 “공연 셋트도 앨범처럼 유기적인 흐름을 짜놓고 배열하고 구성하는데 그 밸런스가 무너지면 결국 공연 퀼리티에 금이 간다. 그 책임인 아티스트가 져야 한다. 특히 이런 큰 페스티벌에서 이미지 실추는 너무나 큰 손해다”고 지적했다.

딥플로우의 글을 본 래퍼 산이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딥플로우 글 읽다가 안타까운 마음에 적는다. 아무리 높은 분이 오셔도 날 기다리고 있는 관객만 보인다”며 “누구 편을 들고픈 게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공연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고 올렸다.

공연에 오른 래퍼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청춘힙합페스티벌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주최 측은 “전적으로 저희의 시간 관리 실수를 인정하고 VMC 무대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점 사과드리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청년대구로청춘힙합페스티벌 페이스북 갈무리

딥플로우가 ‘시장님 연설’로 명시한 메인 퍼포먼스 ‘말하는 대로’는 지역 청년들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함께 올라와 고민을 소통하는 행사였다. 주최 측은 “이 퍼포먼스를 통해 힘들고 지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내빈분들도 자기소개와 연설을 하고 싶은 분은 없었다. 판단은 저희가 한 것이고, 저희의 운영 미스다”고 사과했다.

김영옥 대구시 청년정책과 청년사업팀장은 “야외 공연이다 보니 팀별로 예정된 시간이 조금씩 지연됐다. 시간이 지연되지 않도록 진행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출연팀(VMC)과 시간을 조율하는 상황에서 합의점을 못 찾아 팬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청년기획사가 직접 운영하다보니 이 행사를 완성도 있게 하기 위한 시행착오인 것 같다.  앞으로 전문적으로 완벽하게 하기 위해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며 “행사 전날부터 1천 명 이상이 밤을 새우면서 기다렸다. 청년 행사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질책도 필요하지만, 응원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