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의 촛불일기] 관군의 배신, 전열을 정비하다 (1)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8) 2016.9.1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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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1 16:47 | 최종 업데이트 2017-09-22 18:14

[편집자 주=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났다. 김충환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성주군민들이 벌인 투쟁을 매일 기록했다. <성주촛불일기-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은 8월 15일 문예미학사에서 책을 펴냈다. 이를 매주 금요일 <뉴스민>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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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화) 63일째
10:00 기자회견에서 촛불지킴이단 노성화 단장은 “촛불은 정의의 상징이고 초는 희생의 상징이다. 어떠한 고난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사드가 철회되는 그 날까지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며, 촛불이 꺼지는 날은 사드가 이 땅에서 물러나는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16:00 주민회의(투쟁위원회 주민파, 촛불지킴이단, 읍면단위 조직)를 개최했다. 투쟁위원회를 소집하여 조직을 확대개편하기로 결의했다. 21: 30 백철현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했다. 이강태(성주성당 신부), 배윤호, 김충환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조직체계와 운영 방안을 결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2기 투쟁위원회가 출범했다. 제1기 투쟁위원회는 군수가 개입한 관(官) 주도의 조직이라면, 제2기 투쟁위원회는 민(民) 주도로 조직됐다. 관군이 투쟁을 포기하고 배신하자, 끝까지 싸우려는 의병이 투쟁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2016년 9월 13일, 성주군청 앞에서 성주투쟁위 해체 무효 기자회견이 열렸다.

군수의 막말 녹취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9월 7일 농촌지도자회, 생활개선회, 4H연합 회장 등 사회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자리에서 군수가 한 막말이 녹취되어 보도된 것이다.

“이북 편을 든다. 특히 여자들이 완전히 정신 나갔다.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그런가? 전부 술집하고 다방하고 그런 것들이다. 우리 성주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신경 쓸 것 없다. 대통령이 하는 거를 일개 군수가 어떻게 바꾼다는 말이냐? 제3부지 요청하여 검토하겠다고 했으니 숨통이 터졌다. 군민들의 생각을 내가 등에 업고 입장 발표를 해야지. 군수 혼자 ‘나는 제3부지 찬성한다.’ 하면 군민들이 용납 안 하지.”<군수의 막말 중에서>

군수가 여성과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막말을 한 것이 드러나자, 주민들이 분노하여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너도나도 군수를 규탄했고, 고발하기 위해 주민서명을 받았다.

-10:00 주민들이 투쟁위원회 해체 무효 선언 및 촛불지킴이단 발족 기자회견을 했다.
-소식지 촛불 제 9호를 발행했다. “성주가 대한민국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9월 14일(수) 64일째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9월 11일, 12일, 13일 동안 연거푸 평화나비광장 촛불집회 시설물(천막)을 9월 14일까지 철거하라는 계고장이 성주군으로부터 날아왔다.

군수가 허용하면 합법이고, 군수가 불허하면 불법이라는 논리가 적용되어 그동안 아무 문제없던 일들이 문제가 됐다. 변방의 작은 고을에서도 이렇게 군림하는 자들이 있다니 참 어이가 없다. 그러나 성주군은 철거 시간이 지나도록 천막을 철거하지 못했다.

촛불집회에서는 김수상 시인이 군수의 막말에 대해 분개하여 쓴 “저 아가리에 평화를!”이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했다.

방해하고 분열하는 것들이
우리를 보고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협잡하고 밀담하는 것들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배신하고 아첨하는 것들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개돼지라고 불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우리가 '것들'이 되었다
'것'은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다방이 어쨌다고
술집이 어쨌다고

푸른 풀밭 같은 초전엔 다방도 많더라
월항에서 풀 베고 초전읍내에 나가서 마시는
쌍화차는 꿀맛이더라

찜통하우스에서 일마치고
읍내에 나가서 마시는 가천막걸리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맛이더라

니들이 정말 술맛을 아느냐,
니들이 정말로 차맛을 아느냐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 어쨌다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촛불을 들고 사드를 반대하면 안 되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퍼붓는 빗속에서 사드가고 평화오라고
목이 쉬도록 외치면 안 되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해방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것이냐

그래, 우리는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다
별고을에서 술 팔고 차를 팔아서
토끼 같은 내 새끼들 기르고 늙은 부모 모시는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다

맨 먼저 군청 앞마당에 나와서 촛불을 밝히고
맨 마지막까지 남아서 촛농을 벗겨내던 우리가 바로
다방하고 술집하는 것들이다
-<시, “저 아가리에 평화를!” 중에서>

9월 15일(목) 65일째
추석,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냈다. 1천명이 모인 촛불집회에서 발언했다.

▲2016년 9월 15일 추석을 맞은 65차 촛불집회에서 발언하는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지진이 일어났으면 대통령은 국민에게 대처하도록 해야 하는데, 3시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국민안전처는 날씨가 조금만 더워도 폭염주의보를 그렇게 보내다가, 지진이 일어나니까 문자도 하나 없었다. 가까운 곳에 월성원전이 있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자리는 비워두고 있다. 그러면서 경주 지진은 한두 마디로 끝내고, 북 핵실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대통령은 전쟁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데, 국민들에게 협박만 하고 있다.

사드만 폭탄인 줄 알았는데 폭탄이 하나 더 있었다. 폭탄이 터지면 주민들 다칠까 싶어 폭탄이 있는 성주군청 문을 닫으시고, 화장실을 폐쇄하시고 전기까지 끊으셨습니다. 그래도 주민들이 다칠까봐 군청 마당도 위험하니까 마당에서 쫓아내시었고, 군민들이 모를까봐 제3부지 플랜카드 붙여서 널리 알리시고, 그래도 모를까봐 면장들 시켜서 마을마다 설명회 다니시고, 이렇게 우리를 위해주시는 우리 군수님께서 단체를 모아놓고 스스로 자폭하셨습니다. -<발언 중에서>

9월 16일(금) 66일째
비가 내렸다. 공군 호크 미사일 포대인 성주 성주포대는 사드를 배치할 최적지가 아니었다. 공간이 좁아 사드 발사대 6기를 한꺼번에 놓을 수 없는 곳이었다. 정부도 사드는 레이더와 500m 거리에 6개의 발사대를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야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데, 성주포대에는 그럴 만한 공간이 충분치 않다고 인정했다. 주한미군도 문제를 인식했지만 부지제공은 어디까지나 한국 정부가 부담할 몫이어서 잠자코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왜 그 많은 미군기지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에 따라 문제제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미군들이 가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에게 지극히 해로운 것은 아닐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다.

9월 17일(토) 67일째
비가 왔다. 군사를 잘 쓸 줄 아는 장수는 총소리보다 북소리를 먼저 울린다고 했다. 군수 막말을 비판하는 피켓 제작과 일인시위, 전 군민에게 막말발언을 비판하는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북소리를 먼저 울리는 것이다.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촛불투쟁은 군수와의 싸움이 아니다. 사드철회 투쟁이 군수와의 싸움으로 바뀌기를 저들은 노리고 있다. 어리석게도 군수는 자리보존을 위하여 주민들과 싸우려 하고 있다. 투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치워야 했다. 어느 선에서 투쟁의 중심을 지키며, 투쟁의 조건을 만들어낼 것인가?

9월 18일(일) 68일째
발언했다.

▲2016년 9월 18일 68차 사드배치 철회 촛불집회

국회의원은 임기가 4년, 대통령은 임기가 5년, 군수는 4년이다. 그러나 군민 임기는 무제한이다. 군민인 우리 임기가 제일 길다. 군수는 군민을 향해 ‘것들’이라고 하면서 제일 심한 욕을 했다. 군민이 뽑았는데 저 살라고 온갖 짓을 다 하고 있다. 그런 사람이 지금까지 군수입네, 국회의원입네 하고 앉아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속으면 안 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쏘면 막을 수가 없다. 쏘는 순간 전쟁이다. 그러면 국방부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실험했는데, 전부 태평양으로 쐈고 우리한테 쏜 적이 없다. 경제 제재를 풀어주고 북한이 핵개발 못 하도록 해야 하는데, 전쟁을 일으켜야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는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세계 평화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성주 군민들이 자랑스럽다.

이 역사의 현장에서 당신은 어디에 서있을 것인가? 제3부지를 찬성하면서 사드를 찬성하는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편에 설 것인가? -<발언 중에서>

9월 19일(월) 69일째
15:00 제1차 투쟁위원회 회의를 했다. 조직개편안 통과시키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촛불집회에서 회의 결과를 보고하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투쟁이란 존재하는 것들이 삶의 위기에 처해 그 생존이 위협받을 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우리의 투쟁을 불순하다, 님비다, 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비난을 온전히 감수할 것이다.
앞으로 투쟁위원회는 주민을 동원하고 명령하던 조직에서, 주민들이 투쟁의 주체가 되는 구성체가 될 것이다. 주민 한 명 한 명 모두가 투쟁위원회 위원장이다. 사드가 철회되는 그날까지 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두 힘차게 싸워나가자. -<결의문 중에서>

-전국 및 대구 여성단체가 성주군청 앞에서 성주 군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항의 방문을 했다.

▲2016년 9월 19일 김항곤 군수의 막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 군수 발언에 성주군민들이 항의하는 문구를 담아 소주잔을 장식했다.

9월 20일(화) 70일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다. 최태민, 박근혜, 최순실, 정윤회, 정유라의 악연이 길고도 끈질기구나! 이 정도면 대통령의 명예고 품격이고 체면이고 사라진지 오래다.

9월 21일(수) 71일째
땅콩을 캤다. 촛불집회에서 발언했다.

“적어도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사드다. 당장 사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사드 철회를 위해 함께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국민들이 외치고 있을 때 그 자리에 함께해야 한다. 옳은 일에는 양심을 걸고 싸워야 대권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변방(邊方)에 살더라도 본질을 꿰뚫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9월 21일 71차 사드배치 철회 촛불집회에서 발언하는 김충환 공동투쟁위원장

-19:30 주민 6백여 명이 제1차 성주 시가지 평화행진을 했다.

9월 22일(목) 72일째
15:00 제2차 투쟁위원회 회의에서 규약을 심의하고, 명칭을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에서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로 개정했다.

-19:30 제2차 성주 시가지 평화행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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