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든 살인자” 패션센터 노동자 사망, 진실 규명될까?

유족-대책위, 권영진 시장 만나 관련자 징계 요구
담당 부서, 이번 사건 외 패션센터 업무 그대로
"기존 업무 그대로 보는 것 말 안 돼" 우려
9일, 해당 기자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 고발 예정

20:11

한국패션센터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유가족과 대책위가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고인의 분향소 조문과 감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권 시장은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분향소 조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대구시가 감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담당 부서가 여전히 한국패션센터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 대책위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질지 우려를 나타냈다.

7일 오전 10시 40분께 권영진 대구시장과 한국패션센터 고 손 모(57) 씨의 유가족 3명, 박경욱 한국패션연구원노조 지부장(공공연구노조 한국패션연구원지부)이 대구시청 2층 시장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오전 9시부터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 면담을 요구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노동자 사망 관련 진상규명대책위원회’는 2시간가량 실랑이 끝에 권영진 시장을 만날 수 있었다. 대구시는 청원경찰을 앞세워 시청 출입구를 모두 폐쇄했고, 1층 로비에도 공무원 수십여 명이 나와 출입을 막았다.

▲시청 출입문 봉쇄로 들어가지 못하는 유가족들

유가족은 “시장이 떳떳하면 왜 우리를 못 만나느냐. 시민들을 만나려고 시장이 됐지 혼자 시장실에 앉아 있으려고 시장이 됐느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대구시 측은 유가족과 대책위 대표 1명만 시장 면담이 가능하다고 했고, 시간이 지체되자 유가족과 대책위는 대구시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10시 40분께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권영진 시장과 면담은 20분 만인 11시에 끝났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권영진 시장은 유가족들에게 “힘내십시오”라는 말을 전했다. 또, 담당 부서인 대구시 섬유패션과에  사건 진상 규명에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다만, 일상적인 섬유패션과와 패션센터 사이 업무는 그대로 맡는다.

이에 박경욱 지부장은 “섬유패션과가 패션센터와의 업무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관련 업무에 섬유패션과를 배제하라고 요구한 건 그들이 감사의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책위는 “대구시 섬유패션과 공무원 및 한국패션연구원 임직원 전체가 성역 없이 감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대책위는 감사 내용에 ▲대구시-연구원 사이 소통 내역 ▲대구시-연구원 공식문서 일체 ▲사건 보도 관련 객관적 업무 자료 ▲사건 보도 관련 제보된 각종 의혹 일체 등을 포함할 것을 요청했다. 또, 행정감사를 비롯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련 공무원 징계 조치를 요구하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고인에게 공개 사과와 분향소에 방문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권 시장은 대책위가 요구한 고인 분향소 조문에는 즉답을 피했으며, 한국패션센터 관리·감독 책임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다고도 전했다.

▲한국패션센터 1층 로비에 마련된 손 씨의 분향소.

박경욱 지부장은 “시장이 대구시경찰청장에게 바로 전화해 엄중한 수사를 요구했다. 수사가 시작되면 감사가 중단된다고 했는데, 수사 대상이 다르면 감사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며 “관련 공무원들이 대구시 공무원 행동강령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 따져, 고인에게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시청 비서실 관계자도 “수사 기관에서 같은 사안으로 수사를 나서면 감사는 중단된다. 공무원 등에 관한 복무 윤리 규정에 대해 감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손 씨는 지난달 31일 12시께 대구시 북구 산격동 한국패션센터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손 모(57) 씨가 본인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는 손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A 인터넷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의 자료 요구에 대구시가 손 씨에게 압박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 역시 “갑질 의혹은 사실과 다르고, 제보와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오는 9일 오전 10시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기자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또,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녹취록, 증빙 자료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