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시골맘들은 조금 더 ‘강해야 한다’ (1)

경북은 분만취약 시군이 8개로 광역단체 중 가장 많다
"응급상황 해소할 수 있는 의료기관, 의료전달체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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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4 09:59 | 최종 업데이트 2018-09-04 14:54

저출생 시대, 인구가 없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촌에 사는 엄마들은, 도시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위험에 언제나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의료시설부터 보육, 교육까지 부담은 점점 늘어나지만, 인구가 적고 평균 연령이 높은 지역에서 이런 문제들은 뒷전이 되기 쉽다. ‘맘’이기 전에 시골러(시골+-er: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로서, 시골과 한국에 대한 이방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경북 농촌 여성들을 만나봤다.

1.

양수가 터졌다. 예정일까지 보름을 남겼을 때였다. 남편이 부랴부랴 부축해 데려가더라도 갈 만한 병원은 이곳에 없었다. 119를 불렀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까지 꼬박 1시간을 달려가야 했다. 애가 물 없이 어떻게 사나. 양수는 멈추지 않고, 목은 타들어 갔다.

경북 영양군 석포면에 사는 자밀라(30) 씨는 세 달 전 둘째 아이를 안동에서 낳았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난임 치료를 받은 끝에 어렵게 얻은 아이였다. 산부인과가 없는 영양에서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는, 차로 1시간 반이나 걸리는 안동에 있다. 영양을 비롯한 ‘시골맘’들에게는 애초에 집과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선택지가 없다.

영양을 포함해 현재 전국에 있는 시군 중 37곳이 ‘분만취약지’이다. 분만취약지란 1시간 내로 갈 수 있는 분만 의료기관에서의 분만 건수가 30% 미만이고, 1시간 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이 불가능한 가임여성인구비율이 30%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집에서 한 시간 내로 도착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이 없는 지역이다. 경북은 분만취약 시군이 8개(영천, 군위,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봉화, 울릉)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도 분만취약지가 가장 많다.

<지도 1: 경북 산부인과 위치>

<지도 1: 경북 산부인과 위치>에서는 봉화, 영양, 영덕 등 경북 동북부 지역에 산부인과가 있는 의료기관이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로 위치표시 조건을 바꾸면 그 공백은 더 커진다. 반면 안동, 구미, 포항 등 비교적 큰 도시에는 집중돼 있다.

경북에서 분만의료기관이 있는 시군은 총 9곳(포항, 경주, 김천, 안동, 구미, 영주, 경산, 예천, 울진)으로, 시설 수만으로는 24개다. 다른 8곳(영천, 상주, 문경, 의성, 청송, 청도, 칠곡, 울릉)은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을 할 수 없는 시설이다. 그마저도 없는 곳이 영양, 군위, 영덕, 봉화 등이다.

의료 시설 부족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분만취약지에 산부인과 설치와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공고에 따르면, 1차 연도에는 시설·장비비로 개소당 10억 원 및 운영비 2.5억 원(6개월분)을, 2차 년도에는 개소당 5억 원을 운영비로 지원한다. 이에 경북 한 분만취약지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의사 A 씨는 “한 달 동안 분만 실적은 겨우 두 건 정도였다”며 “분만 건수 자체가 적은 농어촌에서는 지원을 받더라도 병원이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농어촌 지역의 병원이 의료 인력을 유지하고 시설에 투자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어 “결국 고위험 산모나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 안동, 대구, 원주의 큰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산모들도 지역에 있는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성군 점곡면에 사는 손선영(36) 씨는 “관내에서 진료를 볼 수 있었던 한 산부인과도 의료사고 소식이 들리니까 문을 닫았다”며 “소도시의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계속 쌓여 찾지 않게 되고, 그러면 전문의들은 안 오고 시설이 낙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첫째가 있으니까 장거리 이동이 힘들어서 의성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안동으로 병원에 다녔어요. 그런데 그 병원에서 만삭 때 오진을 내려서 대구로 틀었거든요. (…) 소도시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적으니까, ‘거기 가면 관행적으로, 진료를 대충 본다’는 인식들이 계속 쌓여서 (지역민들이) 더 기피하는 현상도 생기는 것 같아요. 최소한 소도시, 중소도시들의 거점 병원에는 수익이 나든 안 나든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서 사람들이 찾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해 감신 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분만의료는 응급과 같은 선상에서 봐야 한다”며 “수요가 안 따라서 민간이 할 수 없다면 공공 부문의 인프라가 충족시켜줘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A 의사는 또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의료기관, 기본적인 진료와 의료전달체계가 확실한 의료기관이 지방에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경북의 공공의료서비스 공급은 질적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을 보면 경북 공공의료기관 산부인과 이용률 수준(공공/전체)은 2.7%로, 한 해 민간의료기관 이용자 수는 26,339명이지만, 공공의료기관 이용자는 720명에 불과했다. 인천·울산·세종을 제외하면 전국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북 공공의료기관 중 지방의료원은 포항의료원, 안동의료원, 김천의료원, 울진군의료원 등이 있다.

그중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은 울진군의료원뿐이다. 포항의료원의 경우,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발표한 ‘2017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 개별병원 보고서’에 따르면 “분만실은 있고 분만이 가능하나 연간 분만 건수가 없음”, “포항지역의 다른 의료기관의 분만여건, 공공병원으로서의 분만실 운영의 필요성 등을 분석하여 실질적인 분만실 운영 강구”라는 언급이 있다.

<지도 2. 경북 소아청소년과 위치>

또 농어촌에서는 산부인과만큼 소아청소년과도 멀다. 시골 엄마들이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아이가 갑자기 밤에 아플 때’이다. 자밀라 씨는 아이를 낳을 때처럼, 아이가 아프면 1시간 반 걸려 안동까지 데려가야 했다.

“밤에 119에 전화해서 응급실 간 적이 몇 번 있었어요. 더 이상 열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첫째 애라서, 완전 초보였거든요. 아프면 무조건 안동으로 가야 해요. 안동병원이나 안동성소병원은 소아과에 애들이 많다보니 아침 일찍 안 가면 진료를 아예 못 봐요. 예약을 하거나 아침 일찍 가서 접수해야 돼요.”

영양 수비면에 사는 김성희(40) 씨도 “(대구에서 산후조리까지 하고) 집으로 오는데, 올 때부터 바로 ‘이제 아기가 아프면 다시 여기까지 와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의 ‘2017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에 따르면 A등급(가장 취약한) 소아청소년과 취약지는 전국에 25개 시군이 있다. 그중 8곳(의성, 청송, 영양, 영덕, 봉화, 울릉)이 경북에 몰려있다. 경북 공공의료기관 소아청소년과 이용률 수준(공공/전체)은 1.7%로, 울산, 인천, 전남(세종 제외) 다음으로 민간의료기관 이용자 수가 압도적이다. 감 교수는 “한국에서 공공의료영역은 상대적으로 정체되고 민간 영역만 커진 상황”이라며 “공공의료기관 의료 인력의 근무조건과 전망을 제시하는 등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편= 경북 시골맘들은 조금 더 ‘강해야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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