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돋보기] 두발제한 학교 교훈은 ‘창의적 인재’ 육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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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3 11:18 | 최종 업데이트 2018-10-03 11:18

한국에서 정말 고급지다는 호텔이 있다.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이 고급호텔이 조금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을 열었다. 출장 가서 그 호텔에 하루 묵었다. 침구는 정갈했고, 어매니티(호텔에서 제공하는 물품)도 고가의 브랜드였다.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기고 또 한 번 다른 지역에 있는 같은 호텔을 예약했다.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고, 지난번 그 방이랑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았다. 구조뿐만 아니라, 스탠드 모양, 걸려 있는 그림의 위치까지. 순간, 호텔이라는 공장의 기계 속 부품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는 그 호텔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런 느낌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경험한 바 있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어디를 가도 ‘나는 학교요’라는 모습으로 서 있다. 우리 반 앞문을 연다는 것이 남의 반 뒷문을 열기도 하고, 2층 교실이 아닌 3층 교실에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했다. 같은 책상, 같은 의자, 같은 칠판, 같은 교탁과 신발장. 그 안에는 또 죄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앉아 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도 블랙코미디였다. 초등학교 동창 녀석들을 버스에서 만나도 쉽게 알아보지 못한다. 남자아이들 머리는 죄다 밤톨이었고, 여자아이들은 귀밑 2cm 단발머리였다. 죄다 같은 교복에. 이름을 불렀다가 명찰을 보고서 미안하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말해서 머리를 그렇게 만들어 놓으면 그 어떤 미남·미녀도 못생겨질 수밖에 없다. 밤톨 같은 머리에 교복을 입은 장동건, 권상우와 그러지 않았을 때를 한 번 보시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모양을 한 교실에 같은 옷을 입고 앉아 있어야 했다. 시간도 옷도, 머리 모양도 모두 규제 대상이었다. 쉬는 시간마저도 뛰지 않아야 했고, 시끄럽지 않아야 했다.

학교라는 거대한 기계 속 부품 역할을 3년 동안 충실히 해내면 다음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상급학교에서도 부품으로서 3년을 보내면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똑같으라’는 규제를 학생다움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벗어나면 ‘문제아’로 찍힌다. 요즘 화두가 되는 어법으로 질문해본다. 학생다워야지 묻는다면 ‘학생다움이란 무엇인가?’, 머리에 신경 쓰면 공부는 언제 할 것이냐 묻는다면 ‘공부란 무엇인가?’, 학생은 단정해야 한다고 물으면 ‘단정함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싶다.

얼마 전 모 고등학교에서의 과도한 두발 제한이 문제가 되어 살펴본 적이 있다. 학교의 답변은 ‘단정한 두발을 해야 학습 분위기가 좋아지고, 성적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다시 한번 질의서를 보냈다.

‘두발의 형태와 학습 분위기, 학생 성취도(성적)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연구된 바나 검증된 통계가 있다면 제출해주십시오.’ 물론, 답변은 ‘딱히 없다’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조금 설득력이 있던 학교 측의 주장은 이러했다.

‘그 학생에게만 자유롭게 두발을 허용하면 다른 학생들의 위화감을 느껴 학습 분위기가 저해될 수 있다.’ 그러면 다 같이 자유롭게 해주면 되지 않은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학교의 교훈은 창의적 인재 육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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