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세상이 김용균 씨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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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10:56 | 최종 업데이트 2018-12-14 10:59

스물네 살 청년 김용균 씨가 죽었다. 아니, 세상이 용균 씨를 죽였다. 대통령에게 좀 만나 달라고, 자신을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라 소개했던 청년이 죽임을 당했다. 정규직 안 해도 좋으니 더 이상의 죽지 않게만 해달라고 했지만, 세상은 등을 돌렸다. 소원했던 대통령은 만나지도 못했다.

▲고 김용균 씨의 빈소. [사진=참세상 김한주 기자]

이렇게 원통한 죽음은 없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혼자 일했다. 흔한 손전등 하나 없이 핸드폰 불빛에 의존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었다. 동료들은 사고가 난지도 모르고 계속 기계를 돌렸다. 그렇게 몇 시간이 방치되었을까. 몇 시간 뒤에 발견된 용균 씨의 시신은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있었다.

2인 1조 작업원칙? 강제성도 없는 개소리 집어치워라. 옆에 누군가 단 한 명만 있었더라도, 사고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만 있었더라도 이 끔찍한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죽은 사람이 201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열두 명이다. 죽음의 발전소. 이쯤 되면 막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막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막지 않은 회사는 이번에도 사건을 은폐하고 끊임없이 기계를 돌리려 했다. 동료들이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 한 시간 넘게 대책회의를 하고 입을 맞췄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책임회피용으로 외주화를 한 것이니 서로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발뺌을 할 것이다.

늘 그랬듯 누군가는 약간의 책임을 지고, 누군가는 보란 듯이 사과를 할 것이다. 허둥지둥 대책도 발표할 것이다. 다 소용없는 일이다. 사람이 죽어도 죄책감과 미안함은 1도 못 느끼는 그들이 있는 한, 사람을 쥐어짜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천한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다 소용없는 일이다.

몇 달을 취업 걱정에 동동거리며 어렵게 얻은 직장이었다. 위험하고 힘든 일이었지만 일 년을 탈 없이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꿈이 있기에 과로, 위험, 밤샘은 극복할 수 있었다. 아니 극복해야만 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히 일했다.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교육도, 인수인계도 없었지만, 상황이 그렇다 하니 어쩔 수 없이 묵묵히 일했다.

하지만 3개월을 지나지 않아 결국 큰 탈이 나고 말았다. 세상은 뭐가 그리 급한지, 뭐가 그리 욕심이 많은지 일 년을 기다려주지 못했다. 결국 원청과 하청, 국가와 사회가 용균 씨를 죽였다. 비용의 절감, 책임의 회피 앞에 비정규직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만도 못했다.

그도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자식이었다. 세상의 전부였다. 늦둥이 귀염둥이는 부모의 자랑이었고 희망이었다. 부모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별 탈 없이, 남들처럼 살아주길 원했다. 하지만 그 소박한 꿈도 비정규직, 외주 인력에게는 이루지 못할 바람이었다. 자식의 황망한 죽음 절규한다. 불쌍한 내 새끼. 보고 싶어 어떡하나. 미안해서 어떡하나.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들에게 이토록 잔인한 고통을 준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구의역 김군, 제주 특성화고 실습생 이민호 씨, 택배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김군, 이밖에도 수많은 청춘들이 그렇게 죽었다. 모두가 비정규직, 젊은 나이의 청년이었다. 꿈 많은 청년들을 그렇게 죽이고도 세상은 반성을 모른다. 수많은 경고와 아우성에도 시간이 지나면 또 잊을 뿐이다. 비참하게도 세상 밖으로 나온 꿈 많은 청년들에게 세상이 이렇게 잔인하고 참혹하다는 것 밖에 보여줄 게 없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시련은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참고 견디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너희가 커서 만날 세상은 좀 더 나은 세상일 거라는 말도 못하겠다. 힘든 일은 하지 말고, 위험한 일은 얼씬도 하지 말고, 오직 자기 몸만 챙기라고밖에 못하겠다. 세상에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고 사람도 등급이 있다고 말해야겠다.

정규직이 되어야만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고 비정규직이 되기 싫으면 사람들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고 이야기해야겠다. 정말 내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면 그래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차별은 안 된다고 한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 책에서 배웠던 것, 엄마아빠에게 들었던 것과 조금은 비슷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고용과 신체가 안전한 일자리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당연한 것을 너무 우습게 여겼을 뿐이다. 또 누가 억울한 희생자, 비극의 당사자가 되기 전에 죽음의 행렬을 그만 막아서자. 세상이 또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님의 명복을 빕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해서 또 미안합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 잃은 원통함과 슬픔이 이입되어 많이 아픕니다.

이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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