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벌과 나무의 상생, 동구 사회적경제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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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와 동구의회 한 의원이 공동으로 논의하여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던 동구사회적경제기본조례가 동구청장의 무리한 거부권 행사로 폐기에 이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거버넌스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책 결정자인 단체장이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상황에 비춰보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동구 사회적경제 기본조례 제정 요구의 배경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사회적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차별적인 제도나 정책에 대한 장벽을 일소해야 한다. 현재 동구는 사회적기업육성조례만 제정되어 있어 보다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사회적경제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대구에서도 2015년 조례가 제정되어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달성군, 달서구, 수성구에서도 이미 제정·시행되고 있다. 또한 전국의 광역,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사회적경제가 그간 이룬 성과와 잠재력에 주목하여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약 442건의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국가법령정보센터 2019.6.19.). 뿐만 아니라 전국의 기초지자체도 165건의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으며 시도 교육청도 나서고 있다.

셋째,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적 지원 체계 안에서 가능하다. 사회적경제조례 제정을 통해 지역의 사회적경제 정책의 수립에서부터 민관 협력의 원리가 잘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사회혁신의 대가 제프 멀건에 의하면 사회적경제 조직과 정부의 관계를 ‘벌’과 ‘나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사회적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빠르게 움직이면, 정부와 같은 큰 조직은 창의성은 떨어지지만 상황에 대한 탄성이 있고, 목표가 일어나게끔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정부부처 합동으로 수립, 발표까지 되었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 주재로 8개 관련 부처와 공동으로 ‘대구·경북 합동 사회적경제 지역기반 및 정책역량 강화 간담회’도 개최되었지만 현장이 느끼는 온도는 매우 낮다. 또한, 행정과 정책은 소관 법률과 부처, 지역에 따라 각각 이루어지다 보니 분절화의 한계와 파편화의 폐해, 비효율이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환경 조성과 지역 내에서의 통합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번 조례에 대해 무리한 재의 요청과 부결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동구청장에게 있다. 동구청장은 취임 이후 수차례 자신의 구정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경제 지원,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대한 내용을 빼놓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동구청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대단한 지금, 그 노력의 성과와 결실이 지역단위, 마을단위, 협의체 단위에서 확인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한다.

그동안 사회적경제가 지역 내에서 해왔던 일들은 단지 수치로서의 일자리, 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오랜 빈곤과 좌절을 딛고 일어난 자활의 상징이며,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립하고 자조하려는 협동의 결과물이다. 또한, 우리 사회와 지역을 변화시키는 노력과 혁신의 결실이다. 사회적경제 조례는 우리 지역의 지속 가능성과 변화, 영리에 우선하지 않으며, 사람의 가치를 먼저 살피는 포용적 성장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동구청과 동구의회는 화답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구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장 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