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매니저들, 고객 노트북 사진 유출해 돌려보며 성희롱

대구시민단체, "이마트가 민형사상 책임 져야"
이마트, "부적절한 일탈 행위 사과...진상조사할 것"

16:59

이마트 전자제품 매장 매니저들이 단체채팅방에서 고객이 맡긴 제품 사진첩 등 개인정보를 돌려보며 성희롱 발언을 한 내용이 공개됐다. 내부 직원이 이마트 본사 신문고에 알렸지만 이마트에서 묵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3일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6월 A 씨로부터 받은 이마트 내 전자제품 매장인 일렉트로마트, 에이스토어 매니저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채팅방은 전국에서 일하는 매니저 수십여 명이 모여 있었고,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가량 매니저 10여 명이 주고받았다.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고객이 맡긴 노트북에 있는 사진첩 폴더를 공유하면서 “이 미친X 여친은 남친이 지 사진 저장하고 컴퓨터 맡기는 거 알까”, “소라넷 회원인가 봐”라고 말했다. 다른 매니저는 “저게 다야?”, “폴더 좀 공유해봐”, “분명 빼돌렸을 거야”라며 다른 사진을 보내 달라고 부추겼다. 이에 사진을 공유한 매니저는 “손놈(‘손님 놈’의 줄임말, 손님을 비하하는 표현)꺼라서, 뒤지기 좀 그런데”라면서도 “여자 몸매가 별로다”라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가 공개한 단톡방 대화 내용 일부

또 여성 고객에게 “돼지 같은 X들”, “미친 오크 같은 X”, “썅X, X 같아서” 등 욕설을 일삼았다. 노인 고객에게는 “틀딱(‘틀니딱딱’의 줄임말, 노인을 비하하는 표현) 놀이터네”라며 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지난 3월 이마트 고객센터, 본사 신문고에 해당 내용을 알렸지만, 이마트 측에서 시정하지 않는다며 지난 6월 대구참여연대에 제보했다.

이날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소비자단체협의회,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오후 2시 대구시 달서구 이마트 월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는 소비자 인권 침해와 성희롱,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 사건을 접하고 이제 우리는 컴퓨터도 맡기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고객 정보를 소중히 여겨야 할 윤리성도 저버리고 불법으로 빼낸 고객 정보로 성희롱을 했다”며 “우리는 대학 내 단톡방 사건, 정준영 단톡방 사건을 접해 왔다. 이번 사건이 이마트만의 문제는 아닐거라고 추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익 변호사는 “고객의 컴퓨터에서 사진을 유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 특례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고객에 대한 모욕 역시 모욕죄가 성립될 만한 수준이다”며 “이마트의 직접적인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지만, 사용자로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지역 시민단체에 연대를 요청해 이마트 본사에 문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지 않으면 고발을 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기자들에게 공식 입장을 내고 “부적절한 일탈 행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신속히 진상조사에 착수해 사규에 따라 엄중 징계하고, 수사 진행 시 적극 협조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수사의뢰나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