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먹칠] #스탠드_위드_홍콩(Stand_with_HongKong) / 이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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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11:35 | 최종 업데이트 2019-11-22 11:39

체코 프라하에는 ‘레넌 벽’이 있다. 1960년대에 등장한 이 벽은 사랑을 노래하는 시나, 짧은 정치적 메시지가 적히는 장소였다. 1980년 가수 존 레넌이 피살되자 누군가 이 벽에 그의 초상화를 그리고 노래 가사를 적었다. 당시 체코는 공산정권 아래 있었고, 체코 청년들은 레넌 벽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으며 자유와 개혁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 그 이후 레넌 벽은 자유를 향한 열망과 저항의 상징이 됐다. 홍콩에도 이 ‘레넌 벽’이 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등장했으며, 홍콩 시민 수천 명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 이 벽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9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를 향한 시위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레넌 벽이 다시 설치되었다.

▲지난 10월 국제민주연대, 참여연대, 인권운동공간 등 65개 사회단체가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김한주 워커스 기자)

여름에 시작된 홍콩의 시위는 5달이 흘러 겨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평화적 시위로 시작되었지만, 최근 홍콩의 거리는 참혹하다. 레넌 벽은 경찰에 의해 철거됐으며, 연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백색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했던 한 여학생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홍콩 경찰 당국은 자살이라고 발표했으나, 그것을 믿는 시민은 아무도 없다. 언제 어디서 아무도 모르게 ‘자살 당하지’ 않기 위해, 홍콩의 시민들은 유서를 써 들고 거리로 나간다. 그뿐 아니다. 지난 18일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홍콩 이공대로 연결되는 모든 문을 봉쇄한 뒤 장갑차를 앞세워 진압을 시도했다. 기사에선 하나같이 지금의 홍콩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지금의 홍콩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80년대가 자연히 겹쳐진다. 국가가 시민에게 가하는 무자비하고 일방적인 폭력, 그 폭력을 마주했던 경험이 우리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시위가 막 시작되었을 즈음, ‘임을 위한 행진곡’이 홍콩에서 불린다는 기사가 여럿 났다. 우리가 민주화를 이뤄내기까지 마주해야 했던 폭력의 역사가 타국에서 재현되고 있었기에, 시민들은 홍콩의 아픔에 보다 깊이 공감했다. 관계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홍콩과 정서적인 공감을 이뤄냈다. 이제 홍콩과 우리의 관계의 이름은 공감에서 연대로 확장되어야 한다. 홍콩의 아픔에 함께하겠노라, 홍콩의 민주주의를 응원하겠노라, 홍콩의 시민을 기억하고 있노라고 외치는 연대 말이다.

정서적 연대가 이뤄지면 홍콩에서의 일은 더이상 ‘나’와 무관한, 먼 타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게 된다. 단지 우리의 역사와 닮았다는 이유로 응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국가가 시민에게 가하는 무자비한 폭력에 지금의 내가 침묵한다면, 언젠가 내가 당할지도 모를 폭력에 타인들 또한 침묵하리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홍콩 시위의 트리거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었지만, 시위가 격화된 계기는 홍콩이 마주한 사회적 문제들이었다. 홍콩 청년들이 지닌 미래에 대한 불안, 극심한 빈부격차, 치솟은 부동산 가격 등 홍콩이 맞닥뜨린 사회문제는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홍콩이 외치는 민주화와 그들의 저항법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 세계시민주의적인 관점에서 홍콩 시위를 바라본다면 또 어떠한가. 홍콩의 시위는 단지 국가와 국가 간의 갈등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이자 시민의 이야기다. 우리가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은 하나의 국가 내에서 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폭염이나 혹한, 미세먼지 같은 기후 문제는 우리 사회 내의 합의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나 긱 이코노미와 같은 노동 문제, 경제 위기나 빈부격차, 그 외에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할 사회문제 또한 그렇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언제든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시민적 연대가 가능하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국가의 폭력은 시민에게 와닿지 못할 것이다.

홍콩시민들에게 한국인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지 물어봤다는 글을 봤다. 홍콩시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홍콩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시 ‘레넌 벽’으로 돌아온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설치된 ‘레넌 벽’에는 홍콩을 응원하고 연대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레넌 벽’이 대학가를 넘어 보편적인 시민의 공간으로, 그리고 홍콩 시민들의 열망이 이뤄질 때까지 기억하는, 또 그들이 자유를 찾아내었을 때 기념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들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그리고 또 나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홍콩 시민의 옆에 서 있겠다. #stand_with_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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