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낮으면 독서실 못 써···친구 흡연 적발하면 상점"

10일 대구서 ‘학생인권 창안네트워크 사례발표회’열려...불량학칙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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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 18:18 | 최종 업데이트 2015-12-10 18:22

대구의 D 고등학교는 기숙사 독서실 3개가 있다. 독서실 이름은 ‘양심’, ‘정의’, ‘사랑’. 학생들은 줄여서 ‘양정사’라고 부른다. 학교는 분기별로 양정사 입실 학생을 선발하는데, 선정 기준은 성적이다. 통학 거리가 멀어서 독서실이 필요한 학생도 성적이 나쁘면 독서실을 이용할 수 없다.

D고등학교 학생 A씨는 인권친화적학교+너머운동본부에서 주관한 ‘불량학칙 공모전’에 사례를 알렸다. A씨는 “분기마다 양정사에 붙었는지 서로 수군대는데, 떨어지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거나 양정사에 붙은 애들 주위에 다른 애들이 몰려서 순위에만 집착하는 학교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A씨는 "특히 양정사 책상과 의자는 일반 독서실보다 좋다. 성적순으로 뽑다보니 거리가 먼데도 떨어져 힘들게 등교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대구 K중학교는 휴대폰 소지 벌점 2점, 두발 복장 규정 위반, 염색, 롤, 화장, 고데기 벌점 1점 등으로 상벌점제도를 운용한다. 이 학교는 복장·두발 등 규정이 엄격하다. 문제는 학교가 관련법규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시한 학칙과 실제 학생에게 적용하는 학칙이 다르다는 점이다. 공식적 학칙보다 실제 적용하는 규제가 더욱 광범위한 것이다.

운동본부에 알려온 K중학교 학생에 따르면, 양말 하나도 여름에는 흰 양말을, 겨울에는 검은 양말을 신어야하는데, 복숭아 뼈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또, 이 학교는 어깨에 닿을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면 머리를 묶어야 한다. 수업을 마쳐도 학교 안에서는 휴대폰을 쓸 수 없고, 치마 끝단이 무릎 밑으로 내려와야 한다. 추워도 수업 중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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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본부는 지난 9월 9일부터 10월 25일까지 ‘불량학칙 공모전’을 열었다. 대구를 포함해 전국 107개 학교(중학교 46, 고등학교 61개교)에서 비인권적 학칙 사례가 수집됐다.

운동본부는 이 사례를 모아 12월 10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동인동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학생인권 창안네트워크 사례발표회’를 열었다.

‘자유 권리 제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학생의 복장 규제(53건), 두발 규제(32건), 기타용의 규제 (25건) 등 184건이 해당 사례로 접수됐다.

다음으로 단속·처벌 사례가 뒤를 이었다. 상벌점제(58건), 압수·물품폐기(18건), 체벌(9건) 등 132건이 접수됐다. 이외에도 성적 차별 등 차별사례와 학칙제정·개정 시 학생 참여 배제 건 등도 있었다.

특히, 상벌점제를 운영하는 학교 중 학생들끼리 감시를 유도한 사례도 나왔다. 전북 S고는 다른 학생 흡연을 적발하면 상점 10점,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사용을 신고하면 상점 1점 등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외에도 학생끼리 연애하지 못하도록 감시를 지시하는 일도 있었다.

상벌점제로 벌점을 많이 받은 학생은 체벌을 받게 된다. 울산 Y고등학교는 교내에서 외투를 착용하면 연대 책임이 적용돼 단체 얼차려를?받는다. 심하면 퇴학도 가능한 학교도 있었다.

발표자인 운동본부 쥬리 활동가는 “학교의 공식적 학칙과 학생들이 받은 실제 학칙이 다른 경우가 있다. 학칙은 포괄적으로 만들고 벌점제는 세세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보면 숨이 막힐 정도”라며 “특히 교사에게 적발과 처벌의 권한이 집중돼 있어 자의적으로 처벌하고 규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우 증거자료가 없어서 규제하기도 힘들다. 학교 바깥에서 이런 상황을 검토할 수 있는 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쥬리 활동가는 “지금 학칙은 구성원의 행복과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고 학교 공동체가 잘 운영되기 위한 것도 아니”라며 “학칙 제정의 목표는 학생 인권 보장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대구교육청·경북교육청 관계자도 참가했으며, 20여 명이 참가해 질의·토론도 이어 갔다.

발표회에 참석한 최재호 대구교육청 장학사는 "대구에도 유사 사례가 많이 나왔다. 공문을 통해서나 현장 장학을 나가도 잘 개선이 안 된다. 지도 감독을 못 한 책임도 크다"라며 "인권과 관련해서 조례가 있는 시·도가 부러울 때도 있는데 구체적 사례를 보면 학교 구성원 모두 100% 만족하게 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좋은 의견은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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