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문화원폭파재심] 원대동 대공분실 수사관 증인 심문

수사관, “신청인 고문, 구금 사실 모른다” 진술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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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대구미문화원 폭파 사건을 빌미로 투옥·고문 된 이들이 신청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까? 17일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의 심리가 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단독부(김태규 부장판사)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관련기사 2건:?’83년 대구미문화원 폭파’ 누명쓰고 고문·투옥당한 이들, 재심청구?/?대구미문화원폭파 누명에 고문···명예회복 ‘첩첩산중’)

지난 9월 첫 심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심리에는 신청인 박종덕 씨 등 5명이 투옥된 당시 원대동 대공분실에서 근무했던 변 모(76) 대구직할시 경찰국 사법경찰리 경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변 전 경사는 박종덕 씨 등 신청인이 1983년 원대동 대공분실에 연행됐을 당시 첫 진술조서를 작성한 증인이다.

이날 심리는 변 전 경사에 대한 검찰과 신청인 측 심문에 이어 해당 사건의 재심을 권고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위)의 조사관 임채도(49) 씨에 대한 심문도 진행됐다. 임 전 조사관은 박종덕 씨에 대한 1차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증인이다.

검찰 측은 이날 변 전 경사 심문을 15분가량 진행했으며, 임 전 조사관 심문은 약 40분가량 진행했다. 검찰은 변 전 경사를 심문하며 고문·강제 투옥 사실 여부를 물었다.

임 전 조사관을 심문하며 검찰은 임 전 조사관의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범죄 경력 ▲신청인들과의 관계 ▲소속 당적·단체 ▲조사관의 전문성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고, 임 전 조사관이 당시 신청인들에 대한 고문·장기 구금 사실이 있었다고 판단한 근거를 캐묻기도 했다.

김태규 판사는 “(재심 결정 여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진실위 조사관이 조사 객관성을 담보하려면 경찰관이 유죄라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7항은 재심 결정을 하려면 원심판결 등에 대해 법관, 공소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월 26일 열린다. 이날에는 신청인에 대한 증인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래는 검찰 측과 신청인의 변호인, 재판부가 이 변 전 경사를 심문한 내용이다.

검찰 측 심문:

(심문에서) 기억나는 대로 사실대로 답해 달라.?1983년 10월경 국보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종덕 손호만 정만철 조사한 사실 기억나나?
-누굴 조사했는지 기억 안 난다.
진실위 조사받은 내용 기억나나?
-당시 과거사위 조사 과정에서 강제 연행 사실 등을 물었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당시 박종덕 등을 조사한 사실이 기억 안 난다. 누굴 조사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앉아 있는 신청인 아무도 기억이 안 난다. 상황도 기억이 안 난다.
조사했던 사람 중 강제로 영장 없이 연행된 사람 조사한 적 있나
-그런 사건 없었다. 기억이 전혀 안 난다. 강제 연행됐는지 어떻게 왔는지는 다른 직원이 담당했기 때문에 어떻게 왔는지 나는 모른다. 수사과 직원이라서 전혀 모른다.
수사 서류상 박종덕 씨 등한테 증인이 조사한 사실이 있다.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했나
-그걸 잘 모르고, 저는 사법 경찰리기 때문에 상사가 지정해준 사람만 했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
연행되지 않은 사람도 조사한 적이 있나?
-기억이 잘 안 난다.
박종덕을 조사했다는데 기억나나?
-진실위에 누굴 조사했다고 한 적이 없다. 대구시청 사무실에서 조사했는데 조사관한테 누굴 조사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누굴 조사했는지 모르고 진실위 조사에서 답변했다.
증인이 여러 번 조사한 사람도 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았다고 주장한다. 사실인가
-전혀 기억도 없고 사실도 없다. 저는 아침에 왔다가 저녁에 퇴근했다. 대공분실 좁아서 자리가 따로 안 정해져 있다. 당시 조사에 임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앉을 자리도 없었다.
조사 마치면 퇴근했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조사 후 가둬둔 걸 본 적이 있나?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고문 가혹 행위 받았다고 진술하는데 증인은 때리고 욕설한 적 있나?
-그런 적이 없다. 진실위 조사 대상자로 결정해서 통지가 왔다. 조사과정에서 고문 협박 전혀 한 사실이 없는데 조사 결정은 그렇지 않다. 이의신청했다.
진실위 조사 중 고문 가혹?행위 확정 결정문에 항의하는 의견을 담은 진술서 박종덕 진술조서 처음 작성했다. 불법 구금도 없다는 말?
-아니다.

신청인 측 변호인 심문

9월 22일 폭파사건 있고 수사본부 꾸려졌다.
-수사본부 당시 치안본부 대공처에서 담당했다.
수사본부에서 차출됐나?
-차출됐다. 대구시경 수사과 업무를 보면서 피고인들 오면 조사할 사람 있다고 연락 오면 나가고 했다.
장소가 어디였나?
-대구 원대동 대공분실이었다.
상사가 지정한 사람을 조사했다고 검사한테 진술했는데 상사가?
-대공처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이름은 최 뭐라고 하는데 그 밑에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서울에서는 이근안이라고 왔다. 그분이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고 다른 상사가 지시했다.
연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내용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다. 대공부서 직원들이 아는 것이다.
조사받는 사람이 풀려난 적 있나?
-모른다.
조사받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있었나?
-33년 전 일이라 자세히 모른다. 원대동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른다.

판사 질문

이근안 얼굴 봤나
-당시에 봤다
그 사람의 역할은?
-대공처 치안본부에서 주재했고 수사 전체 총괄하는 거로 생각한다.
당시 계급은?
-경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경위로 경감 승진 후보자였다.
경위 정도 되는 사람이 수사본부를 맡아서 할 지위가 되나?
-잘 모른다. 대공처 처장 경무관하고 자주 왔다 갔다 했다.
이근안, 언론에서도 고문전문가로 알고 있다. 당시에 와서 고문했나?
-전혀 고문 사실 발견 못 했다.
수사 당시 분위기는?
-조용했다. 연행된 사람들이 고함치거나 하지 않고 조용했다.
폭발물이 터지고 사람이 다치는 큰 사건이었다. 경찰 입장에서 당연히 초비상이 걸렸을 거 같다. 많은 인력 투입됐을 것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위압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측하자면 고문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추측 못 한다. 이근안 조사하는 근처에 못 갔다.
수사본부 자체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고문 있으면 소리도 들렸을 건데
-그런 소리도 못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