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서 포스코 하청노동자 또 사망···안전 장치 부실 의혹

숨진 노동자, 안전 장치 했지만···
작업 발판·난관 등 보조시설 없어

15:21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해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는 도중에 포항제철소에서도 발생한 안전사고여서 경영진에 대한 안전 관리 미흡 문제가 다시 지적된다.

포스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 금속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포스코 하청노동자 홍 모(65) 씨가 9일 오후 3시 27분 포항제철소 내 소결 공정 집진기 수직 배관 7m 아래에서 발견됐다.

포스코 사내119와 119응급구조대는 오후 1시 58분에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수직 배관이 아닌, 흡입력이 작용하는 집진기 방향 위주로 수색하면서 재해자를 즉시 발견하지 못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가 집진기 가동을 즉시 중단하지 않고 신고 접수 이후에도 30여 분이 지나 중단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쇳가루 등 분진을 빨아들이는 설비이기 때문에 내부 배관이 쉽게 부식하는데, 배관 부식에 대비한 노동자 안전장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현장에 작업 발판이나 안전 난간 등이 없었다는 것이다.

홍 씨의 직접 사인이 추락이 아니라 질식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신고 후 홍 씨를 발견하는데까지 1시간 30분가량 소요됐기 때문이다. 홍 씨에 대한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포항남부경찰서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해당 사건을 내사 중이다.

홍 씨는 안전대, 안전고리 등 안전장치를 착용했지만, 수직 배관으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부서진 배관에 안전줄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하청노동자 홍 씨 빈소

금속노조는 10일 오후 1시 30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 앞에서 노동자 사망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집진기는 분진을 빨아들이면서 부식되는데 부식된 배관을 밟고 작업하던 노동자가 배관으로 빠지는 사고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며 “별도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고소차 작업 등 방안을 마련해야 했는데 포스코는 하지 않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줄어든 도급비에 맞추기 위해 노동자가 안전장치가 부족하고 가동 중인 설비에서 위험천만한 작업을 해야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노조 참여 보장 ▲안전보건진단 실시 ▲작업 중지 명령 확대 ▲최정우 포스코 회장 구속 등을 요구했다.

<뉴스민>은 포스코에 사고 경위, 현장 상황 등을 물었으나 포스코는 현재로선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참담하고 안타깝다. 유가족에게 위로 드린다”며 “관계 기관에 협조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