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 보고서] ‘성공한’ K방역, 그 밖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합본)

16:30

[편집자 주] 감염병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은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내고 있다. 동시에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사회의 아픔도 그대로 드러냈다.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1차 대유행이 할퀴고 지나간 대구는 극심한 감염병으로 직접적인 피해만큼 사회과 품은 또 다른 아픔도 명징하게 드러냈다. <뉴스민>은 ‘코로나19 대구 보고서’ 기획을 통해 이주민과 난민, 학생과 교사,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통해 감염병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아픔을 짚고, 감염병에 대응하는 공공의료체계의 현실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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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구 보고서] (12) K방역은 ‘성공’했다지만,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

“기자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같이 안타까워해 주시고, 걱정해주셔서 저희 엄마 편안히 잘 모시고 좋은 곳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수고하세요”

3월 30일, 배한슬(가명) 씨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문자메시지를 썼다. 기자는 2월 21일 처음 만났다. 그사이 드문드문 연락을 주고받았다. 3월 20일에는 같은 처지에 있는 이관수(가명) 씨와 함께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그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엄마가 떠났다.

엄마는 짧지 않은 시간을 투병했다. 담낭암이었다. 엄마는 가족 친지의 애도도 받지 못한 채 외롭고 쓸쓸하게 마지막을 맞았다. 그를 포함한 3남매는 부고를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엄마한텐 가는 길 너무 죄송하지만, 우리끼리 조용히, 아무한테도 피해주지 말고, 부담주지 말자고 그렇게 이야길 했어요” 20일 기자를 만나서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엄마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숨을 거뒀다.

무너지는 신화

2월 18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대구 시청 2층 상황실은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상황실로 들어섰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상황 첫 브리핑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2월 18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한 긴급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슬 씨는 자신과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엄마는 병증이 깊어 치유를 희망할 단계는 아니었다. 한슬 씨는 단지 조금 덜 고통스럽게 엄마가 마지막을 맞길 바랐다.

한슬 씨의 바람은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구 첫 확진자는 2월 17일 밤 11시에 1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무렵까진 두 차례 진단검사에서 모두 양성이 확인되어야 코로나19 감염이 확정됐다. 대구에서 1차 판정을 받으면 질병관리본부(질병관리청)로 검체를 올려 다시 검사하고 2차 판정을 받는 식이다. 전국 31번째 확진자는 18일 새벽 5시에 최종 양성 확정 판정을 받았다.

무너진 것은 한슬 씨의 바람만은 아니었다. 대구 보건의료체계가 함께 흔들렸다. 2월 18일과 19일 이틀 사이 대구 의료체계는 ‘경악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경북대병원, 대구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4곳이 이틀 사이 응급실을 걸어 잠갔다.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은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칠곡경북대병원을 제외한 대구의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이 모조리 폐쇄된 것에 대해 경악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환자 발생 이틀 만에 인구 250만 대구시의 상급종합병원들이 말 그대로 우왕좌왕, 좌충우돌이었다”고도 덧붙였다.1

▲2월 18일부터 2월 19일 사이에 대구 4개 종합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2월 18일, 마치 기다렸다는 듯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병원을 ‘급습’했다. 청도대남병원에 있던 67세 환자는 선별진료소도 거치지 않고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들어섰다. 그날 밤 그는 양성 판정을 받았고, 밤 11시 15분부터 경북대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의료진, 원무 직원 등 88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대구동산병원은 17일 밤 수성구 시지에서 온 37세 여성이 응급실에서 폐렴 증상을 보여서 검체 검사를 의뢰했고, 응급실을 폐쇄했다. 영남대병원 권역응급센터도 같은 날 의심환자가 들어와 폐쇄했다가 19일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 다시 개방했다. 하지만 오후에 또 다른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다시 폐쇄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같은 이유로 응급실을 닫았다. 18, 19일 이틀 사이 벌어진 일이다. 네 곳 모두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 시기 선별진료소는 서류에서만 의미를 가졌다. 2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401(2020.2.7.)호와 관련한 선별진료소 운영 현황을 붙임과 같이 제출합니다”고 대구시는 보건복지부에 보고했다. 붙임 문서에는 보건소 8곳, 대구의료원, 종합병원 6곳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표기됐다.

하지만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병원지부장은 “2월 18일 이전에는 선별진료소가 있어도 유명무실했다. 환자들이 그냥 들어왔다”고 전한다.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고 환자들이 병원을 드나들었고, 병원에서도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결과가 18, 19일 응급실 폐쇄로 드러났다.

대시민 호소문 도중 한숨 몰아쉰 시장
떨리는 목소리로, “대구 역량으론 한계”

상황은 심상치 않게 흘렀다. 19일 오전 권영진 시장은 다시 브리핑에 나섰다. 아니, 대시민 호소에 나섰다. 오전 10시 10분, 홀로 브리핑장에 들어선 권영진 시장은 단상에 자리한 후 문밖을 보며 “어서 들어오십시오”라며 손짓했다. 손짓과 함께 대구종합병원장들이 우르르 브리핑장으로 들어와 시장 뒤에 도열했다.

“오늘 방금, 우리 대구광역시에 있는 병원장님들과 의료기관장들이 함께 상황을 고려하고 대책회의를 하면서 오늘 발표하는 부분을 대구 시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의 형태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역 의료계와 대구시, 모든 지역사회 역량을 모아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그런 결의를 담기 위해서 오늘 각 병원장님들, 의료기관장님들 함께 하셨습니다.”

추가 확진자 10명이 공개됐다. “후.” 호소 도중 시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기초지자체를 하나하나 언급한 직후였다. 8개 구·군 중 4곳에서 확진자가 확인됐다. 잠시 말을 멈춘 시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가늠하기 어려운 중압감이 엿보였다.

10명 중 7명은 대구 첫 확진자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다. 시장은 그들처럼 대구 첫 확진자와 같은 종교를 갖고, 같은 교회에서 예배를 본 인원이 파악된 것만 1,000여 명이라고 했다. 브리핑장이 술렁였다. 시장은 대구시 역량만으론 현 상황을 대처하기 힘들다고도 덧붙였다.

“중앙정부에 호소합니다. 대구시 사례에서 보듯이 코로나19가 이미 지역사회에 깊숙이 퍼져있습니다. 대구시 자체 역량으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대책단 파견, 필요한 역학조사 및 의료 관련 인력 지원, 음압병실 확보,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합니다.” 확진자 발생 이틀 만에 사실상 대구시의 방역·보건·의료체계가 손을 든 셈이다.

불과 보름 전에 황계자 대구시 사회재난과장은 “음압병실은 총 10개 병원, 76개 병상이 있다.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은 대구의료원과 경북대병원에 30병상 있고 그외 감염병거점병원, 격리병상 보유병원에 46개 병상이 있다”2고 방송 인터뷰에서 호언했지만, 이틀짜리 준비에 그쳤다.

곧 병상 부족 상황에 직면했다. 원칙적으로 감염병 환자는 시설이 준비된 음압병실에 입원해야 했다. 하지만 준비된 시설은 코로나19 전파력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권영진 시장은 20일 “이런 상황에서 확진환자를 음압병실 격리 치료 방식으로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 보건 체계를 동원해도 어렵다”고 단언했다.

시장은 “중증은 음압에서 격리 치료하고 경증은 음압이 아닌 곳에서도 1인 1실 정도면 충분히 격리 치료가 가능한 그런 단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입원체계 변화도 주장했다. 시장의 주장은 즉각 받아들여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1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의료기관 병상 배정 계획’을 통해 음압병실이 없으면 일반병실에도 입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다.

그리고 한슬 씨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K방역 밖에 선 사람들

20일 밤 11시를 넘긴 시각,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동은 교수 핸드폰이 짧게 떨렸다. 새로운 문자메시지 한 통이 눈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7시 30분까지 모이라는 전갈이다. ‘코로나 사태’, ‘긴급회의’라는 문구가 눈을 어지럽혔다. 김 교수는 아침 일찍 병원으로 나섰다. 교수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경영진은 ‘밤새 회의한 결과’라면서 대구동산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내놓게 됐다고 했다. 기존 대구동산병원 입원 환자를 이송해올 준비를 서두르라고 했다. 모였던 교수들이 웅성였다.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긴급회의를 시작하고 약 한 시간이 흐른 오전 8시 34분, 한슬 씨의 핸드폰도 짧게 떨렸다. “대구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입니다. 금일 정부 방침으로 인하여 긴급 외래 진료가 폐쇄되었으니 병원 방문하지 마십시오.” 짧고 단호한 메시지였다. 한슬 씨는 엄마를 동산병원으로 옮길 생각으로 사전에 진료를 예약해둔 상태였다. 문자 메시지는 시작이었다. ‘정부 방침’은 한슬 씨에게 또 다른 소식도 전해왔다.

▲오전 8시 34분께 한슬 씨는 대구동산병원응로부터 ‘정부 방침으로 긴급 외래 진료가 폐쇄되었으니 병원 방문을 하지 말라’는 문자를 받았다.

대구의료원 간호사들이 병실을 돌며 병동을 비워야 한다는 이야길 전했다. 한슬 씨에게도 다른 요양병원 연락처를 쥐어주며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동생을 불렀다. 연락처를 받은 요양병원이 엄마가 있을 만한 곳인지 우선 파악했다. 동생 배기석(가명) 씨는 의료원이 소개해준 요양병원을 포함해 요양병원 몇 곳을 찾아다녔지만 엄마가 있을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이 무렵 요양병원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신규 환자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출발지가 대구의료원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거절 의사는 더 분명해졌다. 기석 씨는 “의료원에서 해주는 처치를 해줄 수만 있으면 집도 괜찮았는데, 요양병원은 그런 곳도 없었고, 대형병원은 받아주지도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기석 씨가 병원을 찾아다니는 사이 한슬 씨는 한슬 씨대로 전쟁을 치렀다. 간호사들은 여러 차례 한슬 씨를 찾아와 독촉했다. “코로나 환자들이랑 있을게. 나가도 우리 엄마는 죽는 거고 있어도 죽는 거면 우리 엄마랑 여기 있을게” 한슬 씨는 울부짖듯 소리쳤다. 울며 소리치는 한슬 씨 앞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도, 간호사도 눈시울을 붉히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냈다.

의료원은 하루 만에 비워지기 시작했다. 21일 하루에만 175명이 의료원을 나갔다. 이 중 148명은 ‘퇴원’했다. 27명만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 했다. 21일 저녁 7시 20분 대구의료원 라파엘병동 6층에서 남인석(가명) 씨는 148명 중 1명의 가족으로 서 있었다. 남은 병원비를 치르고 환자를 데려가는 이들을 보며 인석 씨는 동생을 기다렸다. 치매를 앓는 동생은 3년 동안 이곳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의료원으로부터 오전에 연락을 받은 인석 씨는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의료원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보호자로 병원은 붐볐다. 인석 씨는 먼저 간호사가 알려주는 다른 병원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다른 보호자들도 특별한 방법은 없어 보였다. 6년을 이곳에 입원했다는 다른 환자는 다른 곳으로 가자는 이야기에 울며 나가지 않으려 했다. “전화번호 받은 곳도 좀 있으면 자리 없을 거래요” 한 보호자가 귀띔했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인석 씨는 동생과 집으로 향했다. 다 비워진 병동은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2월 21일 대구의료원 정신과 앞에 보호자들이 퇴원하는 환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한슬 씨는 의료원을 떠나지 않아도 됐다. 밤 8시를 조금 넘겨 엄마는 3층 호스피스센터로 옮기도록 조처됐다. “그래도 감사하다. 편하게 잘 수 있겠다” 한슬 씨는 엄마 손을 잡고 말했다. 한슬 씨는 전쟁 같았던 하루를 엄마 곁에서 마무리했다.

안심은 길게 허용되지 않았다. 다음날(22일) 눈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간호사는 반색을 하고 다가왔다. 불길함이 마음이 들었다. 간호사는 “여기에서도 나가야 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넸다. 시계는 아침 9시 30분 오르내렸다. “시장이고 뭐고, 멱살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 한슬 씨는 분노했다.

대구시는 코로나19 확진자 병상 확보에 혈안이 되었다. 오전 10시 30분 정례브리핑에서 채홍호 행정부시장은 “전담병원의 기존 입원 환자 전원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책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받았다. 부시장은 “구체적인 전원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 드리기보다는 전원을 해서 병상을 마련하는 게 초점”이라고 했다. ‘병상 마련이 초점’이었다.

▲담낭암을 앓던 배한슬 씨의 어머니는 대구의료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후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가 호스피스 센터로 옮겨가게 됐다.

한가로운 토요일 낮, 오후 1시께 이관수 씨 핸드폰은 숨 가쁘게 울렸다. 핸드폰 너머에서 동생이 심각하게 말했다.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는데.” 어머니는 1월 31일부터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센터에 입원 생활중이었다. 동생과 통화를 마치고 관수 씨는 서둘러 의료원으로 향했다. 그 사이 지인을 통해 다른 병원 입원 방안도 마련했다. 여차하면 옮기자고 생각했다. “호스피스 중에선 대구에서 최고급이라고 해서 이리로 모셨거든요” 관수 씨는 그저 어머니의 마지막을 편하게 모시고 싶었다.

의료원에서 관수 씨는 한슬 씨를 만났다. 그들을 포함해 환자 13명의 가족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관수 씨는 지인을 통해 준비했던 다른 병원 입원은 선택지에서 지웠다.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동산병원은 그곳 환자를 그대로 성서로 옮겼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여긴 그런 것도 아니고, 보호자를 모아서 책임자급이 와서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간호사가 개별 보호자 찾아다니면서 설득해서 나가라고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관수 씨는 말했다.

관수 씨와 한슬 씨는 의료원이 합당한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기로 다른 보호자들과 마음을 모았다. 한 가족만 그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그들 가족은 22일 오전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대학병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간호사들은 그들 가족을 환하게 배웅했다. 한슬 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왜 우리 엄마는 안 되고 저 집은 받아주노” 하소연했다. “미리 예약을 해둔 걸 거다” 친구는 위로했지만, “아이다, 빽이다. 저건 능력이다. 빽도 능력이다” 한슬 씨는 좌절했다.

실랑이는 다음 날 오전에서야 일단락됐다. 권영진 시장은 23일 열린 정례브리핑에 나서서 “대구의료원 라파엘병동 3층과 4층에 환자들이 있다. 지금 방침은 그분들을 그대로 두려 한다. 중환자실에 있는 분들에 대한 전원 문제도 지역 대학병원과 계속 협의해나가겠다. 일단 오늘까지 방침은 코호트 격리하면서 나머지 층만 코로나 확진 환자를 위해 쓰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방역마저 자급자족해야 하는 사람들

한슬 씨와 관수 씨가 한시름을 덜 시점, 전근배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정책국장의 시름은 본격화되고 있었다. 주말을 전혀 쉬지 못했다. 이틀을 연달아 동료들과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실에 모였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활동가의 활동보조인 중 1명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센터 활동가 강석호(가명) 씨는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이다. 석호 씨의 활동보조인은 감기 몸살 기운이 있다며 19일 하루를 쉬었다. 하필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다음 날이라 석호 씨는 혹시 모르니 진단검사도 받아보라고 권했다. 걱정하던 일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일 보조인은 전화를 걸어와 “시청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고 자가격리를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석호 씨는 앞이 깜깜해졌다. 보조인이 자가격리를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불안감을 느꼈다. 언어 장애가 있는 석호 씨는 보조인과 꽤 근접한 접촉을 해왔다. 전화 통화를 해야 할 때면, 석호 씨를 대신해 보조인이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전달해주곤 했다. 컴퓨터로 해야 하는 문서 작업도 보조인이 해주기도 했다. 보조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석호 씨도 당연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어쩌면 그도 확진될 수 있다. 그렇게 됐을 때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은 들은 바가 없었다.

22일, 전근배 국장과 석호 씨를 비롯한 센터 직원 23명은 대책 논의를 위해 모였다. 검사 후 이틀째이니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모인 이들은 오전 10시 30분경 보조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확진이라고 했다. 긴급하게 대구시에 사실을 알리고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98명. 2주간 직·간접적으로 확진된 보조인을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이었다. 이 중엔 장애인만 45명이 포함됐다. 전화로 관할 역학조사관에게 알렸다. “확진자와 같은 층에서 근무한 사람, 4시간 이상 장시간 방문한 사람, 함께 식사를 했거나 음식을 먹은 사람, 마스크 착용 여부도 확인해주세요” 얼굴도 보지 못한 역학조사관은 핸드폰 너머에서 이야기했다.

추리고, 추리고, 추린 인원은 29명. 전 국장의 연락을 받은 역학조사관은 “29명은 일단 자가격리에 들어가 주세요”라고 했다. 명령서는 추후에 발급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게 맞아요?” 전 국장은 불안했다. 역학조사 전문가가 아니라 그들이 추린 명단이기 때문이다. 역학조사관은 통화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빴다. 겨우 통화가 된 역학조사관은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문제는 더 있었다. 29명 중 13명이 생활 보조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었다. 13명 중 8명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했다. 2주 동안 그들 혼자 자가격리를 하면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지만, 당국은 대책이 없었다. 기존 활동 보조인들에게 함께 자가격리 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전 국장은 별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비장애인 자가격리 대상자 16명 중 일부가 장애인 자가격리자와 같은 공간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자가격리 중인 장애인을 방문한 모습 [사진=MBC뉴스 갈무리]
활동 보조 필요한 장애인 13명의 자가격리
대책 없는 방역당국···“그게 현재로선 최선이네요”

센터 팀장 김시형 씨를 비롯한 2명은 보조인 없이 홀로 격리에 들어갔다. 마땅한 동반 자가격리자도 없고, 이들의 주거 공간은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조건도 안 됐다. 전 국장이 일주일에 한 번 두 사람의 집을 찾아가 기본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다. 대구시에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제안했다. “그게 현재로선 최선이네요”라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8년째 자립 생활한 시형 팀장도 격리 생활은 벽이 높았다. 먹는 것도, 씻는 것도, 화장실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심지어 체온을 재는 것도 불가능했다. 구청이 보내온 생활 지원 키트에 포함된 체온계는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일정 시간 움직이지 않아야 체온 측정이 됐다. 지체장애가 있는 그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집 안에서 모든 이동은 기어야 가능했다. 발가락이 까지고 무릎은 붉게 달아올랐다.

구청의 지원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하루 두 번 전화 통화를 통해 기본적인 상태를 점검했다. 2주 사이 두 차례 생활물품도 지원했다. 그중에는 조리를 해야 먹을 수 있는 쌀과 야채도 포함됐다. “야채는 안 주셔도 되요” 시형 팀장은 이야기했지만, 전남 진도에서 역병에 고통 받는 대구를 지원한다며 보내온 봄동이 상하는 걸 하릴없이 지켜봐야 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코로나19는 새로운 공포를 이들에게 가져왔고, 정부에는 숙제를 남겼다.

사실 정부는 처음부터 장애인은 코로나19와 상관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질병관리본부(질병관리청) 브리핑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홀로 나섰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진 수어통역사가 배치된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2월 4일부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어난 뒤다. 보건복지부는 21일에서야 감염병 상황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대응 지침을 일부 내놨지만,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컸다.

2월 28일에는 49살 발달장애인이 확진됐다. 그는 열감을 느끼고 찾아간 보건소에서 한 번 퇴짜를 맞았다. 보건소는 확진자와 접촉이 확인 안 된다는 이유로 그를 되돌려 보냈다. 불편을 호소하는 그 대신 장애인권단체가 끈질기게 진단검사를 요구했고, 그 결과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제는 입원 문제가 대두됐다. 28일 오전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314명이었지만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680명으로 집계됐다. 27일에는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환자가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역시 입원 병상이 나오기 전까지 집에서 격리해야 했다. 확진자 접촉으로 인한 자가격리 장애인 생활 보조 지원 대책도 부실한 상황에서, 확진 장애인 지원책은 말할 것도 없었다. 2월 29일 조민제 대구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장애인 감염 시 대책이 없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던 차에 일어난 이 상황이 너무나 슬프고 힘들다”고 했고, 김재동 대구시 시민건강국장은 “지금 병원에서도 와상이나 거동 불편한 분들을 받아서 서비스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장애인단체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3

대구시는 장애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그를 우선 입원 대상자로 분류했고, 확진 후 24시간을 넘기지 않고 상주적십자병원에 입원 조치했다. 물론, 병원에서 생활 지원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장애인 확진자가 입원했을 때 매뉴얼이 없어요.” 전 국장은 당혹스러워하는 상주적십자병원 간호사의 전화를 받았다. 전 국장이라고 뾰족한 방안이 있을 리 없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권영진 대구시장에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현재 발생한 장애인 확진자라도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하여 보호해 주시고, 정부와 지자체가 협의하여 장애인이 실제 보호받을 수 있는 자가격리 대책과 확진자 전담의료병원을 운영해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그렇게 2월이 지나갔다.

K방역도 메우지 못하는 공백

“서명 좀 부탁드려요” 지난해 8월 11일, 경북 경산 중방동 경신시장 입구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행인들에게 서명을 부탁했다. 이지연 씨도 함께였다. 그는 벌써 세 번째 경산시장을 찾아 서명을 받았다. 지연 씨는 시장을 찾으면 상가를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서명을 부탁한다. 처음 와서는 시장 입구에서 경산오거리 반대 방향으로 큰길을 거슬러 오르며 상가를 찾아 들었고, 두 번째에는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인 이날은 경산오거리 방면으로 큰길을 따라 올랐다.

“다니면서 이야길 들어보면 사람들 마음이 다 같은 마음 같아요. 다시 코로나19가 심해질 수 있다는데 많이 두렵다고들 하세요. 진료 거부를 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하거든요.” 지연 씨는 지난 3월 막내아들을 잃었다. 열여덟 살, 수능을 앞둔 아들은 한국해양대를 진학해 해군 장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정유엽사망대책위는 지난해 경산 곳곳에서 정유엽 사망 사건을 알리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꿈은 꿈으로만 남았다. 아들은 고열과 폐렴 증세 때문에 코로나19로 오인 받았다. 의료기관은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아들은 경산에서 대구 대학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엄마, 나 아파”라는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었다. 지연 씨가 들은 아들의 마지막 육성이었다. 의식을 잃은 아들에게 지연 씨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 손을 빼 차가워진 손을 아들 이마에 가져다 대기를 반복하며 지연 씨는 어서 병원에 당도하길 바랐다.

대구와 생활권 동일한 경북 경산
코로나19 유행도 비슷하게 겪어
코로나 감염 의심 받은 고3 학생

지연 씨 가족이 사는 경북 경산은 대구와 인접한 도시다. 경북 기초지자체이지만 지역번호는 054 대신 대구와 동일한 053을 쓴다. 생활권이 대구와 동일하다. 감염병 유행마저도 그랬다. 2월 18일 대구 남구 신천지 교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은 경산에도 유탄을 떨어뜨렸다. 2월 29일까지 확진자 145명, 3월 들어 56명, 28명, 62명, 56명, 57명. 3월 5일에는 누적 확진자 400명을 넘어섰다.

지연 씨네 가족은 코로나19가 대구에서 발생하면서부터 바깥출입을 삼갔다. 남편 정성재 씨가 항암 치료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내아들 유엽 씨도 마찬가지다. 3월 10일, 유엽 씨는 오랜만에 긴 시간을 밖에서 보냈다. 전날 정부가 공적 마스크 제도를 시행했고, 지연 씨는 아들에게 마스크를 좀 사다 놓으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9월 경산농업인회관에서 열린 정유엽 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토론회에 정 씨의 부모님도 참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9일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한 유엽 씨는 잘 쓰지도 않던 비니 모자를 쓰고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가랑비가 조금씩 내렸다. 유엽 씨와 아버지 성재 씨는 50분 가량을 줄 서서 KF94 마스크 각 2장을 확보했다. 그날 밤, “엄마, 나 골이 띵해.” 지연 씨는 아들의 머리를 짚어봤다. 크게 열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지연 씨는 집에 있던 감기약을 아들에게 건넸다.

다음날, 유엽 씨는 평소보다 늦게 아침을 맞았다. 밤새 유엽 씨는 이상하게 오르는 열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일어나자마자 지연 씨에게도 “엄마, 나 새벽에 열이 좀 많이 났어”라고 말했다. 지연 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머리를 다시 짚어봤지만, 크게 열이 느껴지진 않았다.

당시 정부는 의심 증상이 있어도 바로 병원을 찾기보다 3, 4일 경과를 지켜보라고 당부했다. 정부 콜센터1339로 문의해도 같은 대답이 돌아왔고, 조바심에 선별진료소를 찾아가도 확진자 접촉 사실이 없으면 검사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야길 듣는 이들이 많았다. 지연 씨와 가족은 정부 방침대로 하루, 이틀 더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유엽 씨 상태는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태는 오후부터 급격하게 나빠졌다. 지연 씨는 체온계를 급하게 찾아 아들 몸에 가져다 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0이 넘는 숫자가 체온계에 찍혔다. 지연 씨 부부는 다급하게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경산중앙병원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었고, 선별진료소도 운영했다. 시각은 저녁 7시를 넘겨 8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급하게 도착했지만, 병원은 이미 선별진료소 운영을 마친 상태였다. 저녁 6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병원은 유엽 씨를 안으로 들이는 대신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애 아빠가 항암을 해서 2주 전부터 밖에 내보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열이 많이 나요.” 애타는 지연 씨 설명을 들으며 의사는 유엽 씨의 체온을 쟀다. 의사는 정확한 수치는 말하지 않은 채 ‘상당한 고온’이라고 지연 씨에게 전했다. “링거라도 맞을 수 있게 해주세요.” 지연 씨는 말했고, 의사는 링거 대신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하면서 다음 날 오전 선별진료소 문을 열면 다시 오라고 했다.

▲고 정유엽 씨 묘비 옆으로 국화와 평소 그가 좋아했던 과자가 놓여있다.

병원 안으로 발 한 번 들이지 못한 채 유엽 씨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연 씨 부부에겐 의사가 처방해준 약이 전부였다. 같은 시각 중앙병원에서 2km 떨어진 세명병원 선별진료소는 운영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아들을 잃은 후에야 부부는 세명병원 선별진료소가 그날 밤 10시까지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가 준 약은 효과가 없었다. 아들은 밤새 고열에 시달렸다. 지연 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날이 밝길 기다렸다. 13일 오전,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9시에 문을 열면 곧장 진료를 받을 요량으로 20분 전에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은 여전히 유엽 씨를 안으로 들이진 않았다. 선별진료소에서 폐 엑스레이를 찍고 독감 검사도 마쳤다. 폐 곳곳에 염증이 있고,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하루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링거라도 맞게 해주세요.” 지연 씨는 다시 부탁했다. 의사는 병원 안에선 안 된다고 했다. “차 안에서라도 맞을게요.” 간절한 부탁에 간호사가 링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2시간 동안 차 안에서 링거를 맞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간호사는 1시간 정도 있으면 효과가 있을 거라며 안심시켰고, 새로 나온 의사는 강한 약을 처방했다며 안심시켰다. 강한 약은 1시간 정도 유엽 씨에게 효과를 보였다. 그뿐이었다. 다시 유엽 씨는 고열에 시달렸고, 구토, 호흡 곤란 증상도 보였다.

“응급환자라든지 중증환자가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홍보가 없었잖아요. 병원에 열나는 환자가 대학병원 가서 폐쇄되는 것만 뉴스로 보니까, 가면 안 되는 줄로만 알았어요.” 지연 씨 부부는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1339로 문의했다. 1339는 경산보건소로 연결해줬다. 경산보건소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병원 의사와 다시 상의하라고 했다. 곧장 중앙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의사는 소견서를 서줄테니 서둘러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의사가 소견소를 들고나왔다. 그러면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윽고 병원장이라는 이가 나와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길 지연 씨 부부에게 전했다.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렵다’ 황당해진 지연 씨는 병원장 옆에 있던 의사에게 따져 물었다. “오전까지 그런 이야기 없었잖아요!” 의사는 말없이 고개만 떨궜다.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구급차라도 불러주세요.” 지연 씨는 병원장에게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병원장은 직접 운전해서 가야 한다고 했다. 항암 후유증으로 손발이 저린 성재 씨의 손이 더 크게 떨렸다.

하필이면 퇴근 시간, 길게 늘어선 차량 사이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지연 씨와 성재 씨는 영남대병원으로 향했다. 1시간이 걸려 도착한 병원에 겨우 입원했다. 그 후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는 그대로다. 유엽 씨는 영남대병원에서만 13차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를 포함해 14회 검사에서 13회 음성, 마지막 검사에서 영남대병원 측은 양성이라고 했다가 중앙방역대책본부 조사 끝에 음성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 사이 유엽 씨는 숨을 거뒀다. 3월 18일, 입원 치료 닷새 만이다.

K방역은 ‘성공’했다지만,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

“중앙보훈병원 재활병동 입원환자 전원에 대해선 정부와 지자체, 병원 협회 협력이 꼭 필요합니다. 부득이하게 이송하게 되는 환자들에 대해선 대단히 죄송하고, 이송, 전원에 응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12월 13일 오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득이한 이송”이 죄송하다고 했다.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 공공병상 5,000개를 확충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한 후였다.

겨울 코로나19 재유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닥쳐왔다. 정부는 2, 3월 대구에서 겪었던 것처럼 병상 부족에 시달렸다. 10개월 만에 반복되는 같은 문제는 공공병상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공공병상 5,000개 확충 계획이 발표됐다. 이 계획이 지금 당장 부족한 병상 부족을 해결할 순 없었다. 정부는 계획과 별도로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공공병원 병상을 비우는 조치를 취했다. 중앙보훈병원은 그중 한 곳이다.

12월 12일 중앙보훈병원에서는 2월 21일 대구의료원에서 벌어졌던 일과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오후 3시경 입원 환자와 보호자에게 13일까지 퇴원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통보’가 전해졌다. 여유도, 대책도 없는 통보라는 점에서 2월 대구의료원 상황과 판박이다. 대구의료원에서 같은 문제가 벌어진 날은 금요일이라서 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알아볼 약간의 여유라도 있던 것과 비교하면, 토요일이라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던 중앙보훈병원 사례는 더 나쁘기도 했다.

▲중앙보훈병원 2020년 12월 19일부터 120개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전담병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허재택 보훈병원장(오른쪽)이 코로나19 환자 전담병상 가동 하루 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중앙보훈병원)

“입원 중인 고령 환자들이 거동이 굉장히 힘들고요. 코로나 병동을 만들겠다고 기존 입원 환자를 나가라고 하고 병실은 만든다는 건 저희 입장에선 황당한 거예요. 중대본에서 지침이 내려온 거라서 자기들은 힘이 없다고. ‘안타깝지만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라는 얘기만 들었어요.”4 한 보호자가 언론과 한 인터뷰는 2월 대구에서 한슬 씨와 관수 씨가 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에는 일주일이라도 일찍 알려줬으면 좋겠어요”라던 한슬 씨의 기대는 공염불처럼 맴돌 뿐이다.

대구에서 발생한 1차 유행 이후 10개월 남짓 동안 정부는 일주일의 시간도 벌지 못했다. 아이러니 한 건 대한민국이 병상이 부족한 나라는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병상 수는 2017년 기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2.6배다.5 OECD 보고서도 한국의 과잉 공급된 병상을 줄이라고 권고할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데도 10개월 간격을 두고 대구와 수도권에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

원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 많은 병상 대부분 민간병상이기 때문이다.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이 71.4%이지만, 우리나라는 10.2%다. 89.8%는 민간병상이란 의미다. OECD 국가들은 인구 1,000명당 평균 공공병상 3개를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3개다. 1개인 멕시코 다음이다.6

민간병상이 90%에 달하다 보니 위기에 즉각적인 동원이 어렵다. 정부가 계획을 세운다고 한들 계획대로 이행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계획대로 이행하기 위해선 민간병원 협조를 미리 얻어둬야 하고, 민간병원의 손해를 적절하게 보상해준다는 약속과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민간병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이 번질 때 정부에 협조하면 손해가 크다는 학습을 한 상태라 협조를 얻긴 더 어렵다.

그나마 대구는 2, 3월 유행을 겪으면서 민간병원 간 협조체계가 갖춰져 있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메디시티에 대한 평가가 나뉘지만 메디시티를 통해서 의사회와 각 병원의 유기적인 관계가 가능했다. 대구시 주요 병원장 중에 경북대 의대 동기가 많았다. 인적인 네트워크도 있었다”며 “지역 단위 거버넌스는 반드시 필요하고, 대구는 이미 그게 구축되었고 아직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7

코로나19 의심 환자는 여전히 ‘폭탄 돌리기’ 대상
또 다른 정유엽 발생해도 즉각적인 입원 치료는 힘들어

반복되는 문제는 이뿐 아니다. “지금 정유엽 사례가 발생한다면, 경산에서 갈 수 있는 병원은 없는 건지, 그렇다면 대책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지난 9월 24일 경산에서는 ‘정유엽 학생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곳에서 안경숙 경산시 보건소장은 ‘정유엽 사건’ 다시 발생한다면 대책이 있느냐는 물음을 받았다. 사고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난해 9월 24일 오후 경산농업인회관에서 정유엽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번에 유엽이 아버님도 저한테 물으셨다. 제 딸이 만약 그러면 어떡할 거냐. 지금, 그때 상황이었다면 유엽이 경우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진상조사를 떠나서 (사건을 정리하면) 유엽이가 아팠는데, 코로나가 아니었고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것, 이렇게 단순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장은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고, 재차 “그러니, 지금은 없다는 말씀이냐”는 물음이 이어졌다.

“대구의 동산병원이나 경북대병원 수준이 없다. 그래도 경산은 좋은 조건이다. 응급상황이 생겨도 중앙병원에 가라, 세명병원에 가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지만, 경북 북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이 없다. 의료가 이렇게 취중되어 있다. 대구시 중심, 아니면 서울 지역으로.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국가가 거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경산은 경북 다른 시·군에 비해 조건이 좋은 상황이다” 소장은 마찬가지로 분명하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없다는 말씀이죠?”

다시 물음이 이어지고서야 소장은 “지금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입원 못 한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아무리 위중한 환자라고 해도 병원은 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유엽 씨처럼 목숨을 잃은 사례가 확인되지 않을 뿐인거다.

서울 동자동 사랑방의 한 거주민은 지난 7월 다리 염증 때문에 열이 올라 119를 불렀다. 평소에 서울의료원을 이용한 그는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서울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민간병원을 찾아갔지만 고열을 이유로 입원 진료를 거부당했다. 119구급대원 조차 난감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택시타고 집에 갈게요” 구급대원에게 미안해진 그가 말했고, 구급대원은 “그러면 안 된다”며 구급차를 동자동으로 돌렸다. 그는 해열제에 의존해 밤을 버텼다.8

2020년 한 해 동안 대구 119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는데 20분이 초과하는 사례가 전년대비 13.7% 늘어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환자 이송 시간이 증가의 핵심 원인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고열 환자를 거부하는 병원의 행태도 있었다고 전했다.9

병원은 고열 환자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받지 않는 걸 기본으로 했다. 정부는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해 코로나19 의심 환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을 분리해 진료하도록 했지만, 이는 오히려 병원들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됐다. 국민안심병원이라고 해서 유엽 씨 같은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는 국민안심병원을 외래진료만 가능한 A 유형과 입원 치료도 가능한 B 유형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A 유형 병원으로 간다면 유엽 씨도 입원 치료는 받지 못한다.

1월 1일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되는 국민안심병원은 250개, 그중 B 유형은 93개(37.2%)다. ‘물론’, B 유형 93개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된다. 서울 22개, 경기 30개, 인천 9개 등 61개(65.6%)가 수도권에 있다. 대구, 광주, 울산 같은 광역시도 1곳뿐이고, 경북도 2곳에 불과하다. 경북 경산에 살던 유엽 씨 사례가 지금 다시 발생한다면, 그는 차로 40분을 달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삼일병원으로 가거나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으로 가거나, 한 시간 20분 정도를 가서 포항 세명기독병원으로 가야 한다.

장애인 매뉴얼은 시늉에 그쳤고,
장애인은 여전히 고립된 채 자급자족

“6월 24일에 장애인 대응 매뉴얼이 나왔는데 내용이 자기들이 지금까지 잘해왔고, 그걸 종합해서 나중에 활용하자는 내용이더라. 그러니 장애인 단체에선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확진자에 대한 대책은 없는데, 매뉴얼에도 없다. 더구나 기본적인 방향성 외에 구체적인 책임주체나 예산조달 방법도 포함하지 않았다. 매뉴얼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근배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국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정부가 내놓은 장애인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평가했다. 매뉴얼을 내놨지만 이전과 달라질 것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는 여지없이 맞아 들어갔다. 12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긴급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병원에 가면 그냥 누워있어야 한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저 혼자 병원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무증상이고 단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활동지원이 안된다고 하니, 마치 고문받으러 들어가는 느낌이다”10

▲지난해 12월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정영만 씨의 자택에서 배우자가 방호복을 입고 정 씨를 침대로 옮기기 위해 리프트에 슬링을 걸고 있다. (사진=정영만 씨 페이스북)

서울에 거주하는 정영만 씨는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서지 못했다. 대신 그는 현장과 연결된 핸드폰 너머로 절망스러운 상황을 알렸다. 그는 직장 동료들과 선제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16일 오전 당국의 통보를 받은 그는 홀로 집에 격리됐다. 입원 병상은 비장애인에게도 주어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평소 생활을 보조하는 활동보조인도 밀접접촉자로 검사 및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정 씨는 활동보조인 지원 업무를 맡은 서울사회서비스원에 보조인 지원을 문의했지만, 비확진 격리자에게만 지원한다는 답을 받았다. 그는 16일 하루 동안 물조차 마시지 못하고 집 안에 홀로 격리됐고, 밤늦게서야 보건소로부터 방호복을 챙겨 받은 아내가 들어와 기본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러했지만 정부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반복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2월 18일 브리핑에서 장애인 확진자 돌봄 대책이 미흡하다는 물음에 “2, 3월 이후 장애인 관련 부분은 개선 대책이 마련되어서 시행 중”이라면서 24시간 활동지원 급여 지원과 가족에게도 급여를 지원하는 대책이 시행 중이라고 했다. 급여를 지원해도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건 그 대책 안에 고려되지 않았다. 정 씨는 다행히 아내가 지원에 나서 해결되었지만, 결혼하지 않아 홀로 사는 사람이었다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집단 거주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 문제는 더 심각하다. 2월 청도대남병원에서 확진 환자가 확인되고 당국은 병원을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그 결과 내부 교차감염으로 입원 환자 104명 중 10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집단 거주 시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코호트 격리 조치할 경우의 위험성이 확인된 것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집단 거주 시설은 코호트 격리하는데 골몰했다.

서울 송파구 장애인 거주시설 신아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12월 25일 확진자 2명이 확인된 후 당국은 신아원을 코호트 격리 조치했고, 나흘 만에 확진자는 60명으로 불었다. 내부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해 관리한다고 했지만, 비확진자로 구분한 집단에서도 확진자가 확인됐다. 12월 29일 서울 시청 앞에는 텐트 45개가 설치됐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코로나19의 위험 상황에서도 장애인이 목숨 걸고 천막 농성을 강행하는 것은 더 이상 수용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을 보고 있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11

▲서울시청 앞에 늘어선 45개 텐트 행렬. 텐트마다 ‘지금 당장! 긴급 탈시설 이행’이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허현덕 비마이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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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0일 대구의료원 라파엘병동 로비에서 만난 한슬 씨와 관수 씨에게 코로나19를 겪고 난 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할지에 대해서 물었다.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변화는 없을 거예요. 똑같아요. 변화 없어요” 단호하게 말하는 한슬 씨 이야기에 관수 씨도 “똑같다”고 맞장구쳤다. 관수 씨는 “우리나라는 어떤 일이 터지면 항상 뒷마무리 백서를 만드는데, 그 백서대로 되는게 있습니까? 백서는 말 그대로 백서로 끝이지”라고 덧붙였다.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이들이 바라는 건 소박하다. “정말 훌륭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잖아요. 훌륭한 시민들한테 실망이나 공포를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시민은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은 다른 게 있잖아요. 모여서 힘을 합쳐서 국난을 극복하는 이런 국민을 두고, 더 이상 실망은 안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관수 씨는 말했고, 한슬 씨는 “이렇게 한 번은 겪었고, 알려졌으니까. 다음에는 그날 아침이 아니라 일주일 전이라도 알려주겠죠, 이제는. 우리에 대한 예의라면 일주일 전이라도 상황이 이러저러하니,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했으면 덜 섭섭했을 건데, 그건 아니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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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 이재태, 학이사, p260
  2. 대구MBC라디오 <여론현장>, ‘20.2.4
  3. 대구 탈시설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입원대기 지원 체계 부재, ‘20.02.29, <뉴스민>
  4. [단독] 코로나19 병상 부족으로 퇴원 조처…”일반 환자들, 내일 나가라”, YTN, ‘20.12.12
  5. <OECD 보건의료통계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병상은 인구 1,000명당 12.3개고, OECD 평균은 4.7개다
  6.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보고서,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단, 2020
  7. “코로나19와 함께 맞는 겨울, 방역 친화적 환경 조성 중요”, ‘20.10.13, <뉴스민>
  8.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보고서,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단, 2020
  9. 작년 대구 구급대 환자 이송 20분 초과 13.7% 늘어, ‘21.1.12, <뉴스민>
  10. 장애인 확진자, 병원 가면 활동지원 못 받아… “기저귀만 채워주겠다”, ‘20.12.17, <비마이너>
  11. 서울시청 앞 45개 텐트, ‘집단감염’ 신아원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다, 비마이너, ‘2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