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0여 명의 탄원, “이주노동자 걱정하는 마음, 재판부 선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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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 30여 명이 탄 버스를 몰다 단속 공무원들을 다치게 한 김민수(가명, 42)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그의 실형 처벌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모이고 있다. (관련 기사=접견 시간은 10분, 동료시민이 이야기를 시작했다(‘24.2.28.), 강제단속 일변 불법체류 대응, 또 다른 ‘김민수’ 만들까(‘24.3.4.))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김민수를 찾아 도운 대경이주연대회의에 따르면 5일 현재 개인 탄원 7,300여 명, 단체 탄원 37개가 모였다.

탄원서 내용은 주로 김민수가 처한 강제 단속의 상황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물론 김민수에게도 가혹했으며, 이에 따른 우발적인 실수에 대해서 재판부가 관대한 판단을 해달라는 취지였다.

“김민수 씨 이야기를 듣고 놀라웠고 그에게 측은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오래 일하며 그들의 사정을 잘 아는 운전기사가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박순종 목사)

“노동력이 아닌 ‘사람’을 만났던 김민수 씨는 그동안 실정법에 의한 처벌을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부디 재판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사람을 만났던 김민수 님에게 선처를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버스 안 미등록 이주노동자 상황은 말 그대로 공포였을 것입니다. 배우자, 아이들과 헤어져야 하고 월급과 퇴직금, 전세금까지 어떻게 될지, 삶이 송두리째 날아갈 상황에서 이들의 비명과 오열이 울렸을 것입니다. 오래 함께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의 살려달라는 외침 속에서 우발적인 행동을 저질렀을 것입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규모 공단에서는 국적과 상관없이 돈독한 관계가 될 수 있고, 우발적 행동이 이들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요청도 있다.

“제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한국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는 동료처럼 또는 형제처럼 지냅니다. 낮에 함께 일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퇴근 후 이주노동자들과 굳이 소주 한잔이라도 기울이는 건 단순히 일을 더 시키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산도 물도 낯선 이국 생활이 안쓰럽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단속에서 분명 당황했을 거고 예의 동생처럼 지내는 이주노동자들이 잡혀갈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여겼을 겁니다. 분명히 잘못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해 주십시오.” (서민식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표)

“저희는 김민수 씨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판사님께서 김민수 씨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한 번만이라고 고려해 주십사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퇴근 버스를 운행하던 중 갑자기 앞을 막고 단속을 통보하는 것에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게다가 평소에 알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하니 김민수 씨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탄원서를 모집한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소속 고명숙 이주와가치 대표는 “많은 시민이 공감한 데에는 김민수의 소식이 안타까운 점도 있겠지만, 김민수가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과정과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 단속 정책에 문제의식을 느껴서일 것”이라며 “모인 시민 의견을 재판부에 잘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사건은 6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린다.

▲김민수가 교도소에서 쓴 편지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