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운 투표생활] ⑤ ‘탈탄소’ 보다 ‘저탄소’에 머문 국회

국회, '규제'통한 탄소 저감책에는 소극적
생산·수송 분야 탄소배출 저감 고민 있지만,
에너지 발전 단계에선 '탈탄소'보단 '저탄소'에 치중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육성 지원법 제정 긍정적
감세, 면세법은 처리해도 탄소세, 과세법은 논의 중단
TK국회의원, '탈원전 비판'에는 적극vs탈탄소 정책 논의 소극

10:29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롭다’는 ‘그러함’ 또는 ‘그럴만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기후+롭다’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 대응을 고민하며,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아 뉴스민이 고안한 말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은 5년 남짓, 이번에 선출되는 22대 국회는 그 5년 중 4년을 쓰는 국회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하고 무능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들에게 주어진 4년이란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뉴스민은 22대 국회는 기후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기후로운 투표생활’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뻘건맛 시즌3] 기후로운 투표생활 시작합니다 (‘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① 2.1%, 21대 국회의 한계 (‘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② 기후로운투표생활위원회, “22대 총선 키워드는 기후국회”(‘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③ 지속가능 농·어업 고민 않는 국회(‘24.3.8)
[기후로운 투표생활] ④ 재난에 떠밀려 땜질하는 국회(‘24.3.11)
[기후로운 투표생활] ⑤ ‘탈탄소’ 보다 ‘저탄소’에 머문 국회(‘24.3.13)
[기후로운 투표생활] ⑥ 전국 사과 생산 1위, 경북의 한숨···“기후가 위기” (‘24.3.21)
[기후로운 투표생활] ⑦ 재생에너지 확충, ‘채찍질’ 망설인 국회 (‘24.3.28)
[기후로운 투표생활] ⑧ 탄소배출 악순환, 오늘은 오징어, 돌고 돌아 내게로(‘24.3.29)
[기후로운 투표생활] ⑨ 정당별 기후위기 공약···재생에너지 목표부터 차이 (‘24.3.29)
[기후로운 투표생활] ⑩ 대구·경북 후보 74명 중 21명만 기후위기 공약 (‘24.4.2)
[기후로운 투표생활] ⑪ 면세유만으로 그릴 수 없는 농업의 미래 (‘24.4.3)
[기후로운 투표생활] ⑫ 기후위기 정책 질의도 대구·경북 74명 중 20명만 답 (‘24.4.4)
[기후로운 투표생활] ⑬ 태풍 힌남노의 재난은 여전히 진행중 (‘24.4.4)
[기후로운 투표생활] ⑭ 국회는 언제까지 농어업재해보험만 손질할까 (‘24.4.5)

탄소는 기후위기 주범처럼 지목되지만 사실 탄소가 그 자체로 유해한 물질은 아니다. 문제는 탄소가 발전, 생산, 운송 등에서 연료로 쓰이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는 생물의 호흡이나 유기물 연소의 결과로 발생한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과할 경우 비로소 문제가 시작된다. 지구가 뜨거워진다. 기후위기를 촉진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우주에서 오는 복사열을 통과시키고, 반대로 지구에서 나가는 복사열은 흡수한다. 유사한 작용을 하는 기체를 온실가스라고 하는데, 환경부에 따르면 이산화탄소가 전체 온실가스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열이 나면 아픈 건 사람이나 지구나 마찬가지다. 열이 오르면서 이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난다. 폭우, 폭설, 가뭄, 폭염 등 이상기후와 생태계 변화, 수온 상승, 산불까지 재해, 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부쩍 체감하는 기후위기 증상에 유행처럼 ‘인류세’라는 말도 회자된다. 지구 환경 변화의 주요 원인이 인류인 시대라는 뜻이다. 한쪽에선 낮은 출생률이 사회문제라고 하는데, 환경문제는 또 인류 전체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정당한 평가일까.

인간의 탓이든 아니든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즉 순배출 탄소를 ‘0’ 상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려면 탄소배출의 주요 원인을 따져보고, 사회가 그에 맞는 대응을 하고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그 역할은 행정부에도 주어지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도 마찬가지다.

300명, 지역별 대표와 정당 대표들은 탄소배출의 원인을 짚고, 궁극적을 우리 사회가 탈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마련할 수 있는 법을 준비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뉴스민이 21대 국회가 탈탄소 사회를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살펴봤을 땐, 국회는 여전히 위기를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탄소는 기후위기 주범처럼 지목되지만 사실 탄소가 그 자체로 유해한 물질은 아니다. 문제는 탄소가 발전, 생산, 운송 등에서 연료로 쓰이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는 생물의 호흡이나 유기물 연소의 결과로 발생한다.

국회, ‘규제’ 통한 탄소 저감책에는 소극적
생산·수송 분야 탄소배출 저감 고민 있지만,
에너지 발전 단계에선 ‘탈탄소’보단 ‘저탄소’에 치중

2020년 5월 30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21대 국회에 제안된 의안 중 탄소배출 관련 법안을 살펴보면 170건 확인된다. 170건 중 원안 또는 수정가결 된 의안이 33건(19.4%)이지만, 대안(수정안)반영폐기까지 더하면 81건(47.6%)이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는 기업의 생산 과정부터 수송뿐 아니라 생활과 에너지, 탄소흡수, 감면세 등 여러 분야,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저감시키려는 의도를 보였다. 문제는 법안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운 법안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회의록이나 대표발의, 법안 표결 현황 등을 통해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과 고민을 엿보면, 이들은 여전히 탄소배출 제로화를 향한 노력에 소극적이다. 오히려 탄소배출 저감 노력도 정파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거나, 정쟁의 소재로 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안을 탄소배출 분야나 저감 방안 등에 따라 구분하면 크게 생산·수송·발전 등 탄소배출 산업 분야를 직접 타깃으로 삼는 법안과 탄소 흡수·소비저감 및 재활용·감면세·과세 등의 간접적인 방안을 담은 법안으로 구분 가능하다. 생산 영역에선 산업단지 차원에서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지원, 스마트그린산업단지 활성화와 저공해 건설기계 구입 기업 지원, 자동차 제조업체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지원 등의 지원책이 여럿 확인됐고, 실제로 입법까지 이뤄졌다.

지원 대신 ‘규제’하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도 발의되어서 고체연료 사용을 규제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2월 1일 기준으론 제정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경북 포항 북구를 지역구로 하는 김정재 의원이 발의하기도 한 ‘저탄소 청정에너지 이용 촉진 지원법’처럼 발전사업자에게 이산화탄소배출량이 비례해 부담금을 부과하려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마찬가지로 계류 중이다.

수송 분야에선 친환경자동차나 수소연료 사용 등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법안이 힘을 얻어 제정됐다. 보조금을 통해 친환경자동차를 늘리고 수소연료 사용도 확대해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유인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친환경자동차의 에너지원인 전기(하이브리드 포함)를 생산하거나 수소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에선 한계가 있다.

발전 분야에선 수소 생산 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나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친환경 연료 전환 촉진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안’ 등은 에너지 생산 단계에서부터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시도여서 유의미하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바이오가스를 포함한 석유 대체연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도 여럿 발의·제정됐는데, 바이오가스 역시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육성 지원법 제정 긍정적
감세, 면세법은 처리해도 탄소세, 과세법은 논의 중단

국회는 지난 1월에 산업활동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한 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해서 저장하거나 활용하면 자연스레 탄소배출 저감을 시킬 수 있고, 배출에 대한 부담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발도상국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및 탄소 축적 증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나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은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외국(개발도상국)에서 조림 등 탄소 축적 활동의 실현 가능성에 문제제기가 가능하고, 국유림법 개정안은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저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개정안이 산림 사업이 시행된 국유림을 풍력 발전에 사용하면 산림 사업에 들인 비용을 사업자에게 납부하게 하는 부담을 안기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명목으로 무분별한 산림 파괴를 방지한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서 장·단점이 병립하는 셈이다.

소비 저감이나 재활용과 관련된 법안도 여러 건 발의되고 제정됐는데, 폐기물과 관련한 탄소배출이 국내 탄소 총배출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서 이를 통한 탄소배출 저감은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이 한계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온실가스 총배출량 6억 7,660만 톤 중 1,610만 톤(2.4%)에 불과하다.

감세나 면세법안도 여러 건 발의가 되고 제정됐지만, 반대로 과세하는 법안은 발의가 되어도 계류 상태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차 취득세를 감면하는 등의 법률은 제정은 됐지만, 에너지 생산의 전환이 없으면 친환경차도 탈탄소와는 거리가 있어서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탄소세 도입 법안 2건이 각각 2021년 3월(탄소세법안, 용혜인 의원)과 2022년 12월(탄소세 기본법안, 기동민 의원)에 발의됐지만 장기간 상임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현재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유연탄·무연탄·액화천연가스·중유 등에 이산화탄소 일정 배출량에 비례해 과세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장혜영 의원) 역시 2021년 7월에 발의된 상태지만 2021년 11월 이후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탈원전 비판’에는 적극
탈탄소 정책 논의 소극

▲멀리서 바라본 고리원자력발전소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탄소배출 관련 법안 논의에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주로 침묵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엔 공감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효율성·경제성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탈원전 정책을 덮어놓고 반대하는가 하면, 탄소세 도입에 대해선 이중과세라며 반대했다.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김정재 의원(국민의힘, 경북 포항북구)은 대표적인 친원전파다. 그는 여러 차례 국회 회의장에서 탈원전을 반대했다. 2021년 11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 지역에 지진이 있었는데 가장 안전한 곳이 원전”이라며 “탄소중립이 가야 할 길이라면 에너지믹스를 해야 한다. 탈원전은 국민이 공감 못한다. 전기값 오를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다”고 말했다.

2022년 5월에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방향 속에서 석탄발전 감축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기반 등등 큰 성과가 나름대로 있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원자력 발전에서는 효익보다는 오히려 위험성만 부각해 탈원전을 너무 무리하고 급격하게 추진해서 결과적으로는 어떤 불법적인 문제까지도 노정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탄소배출 저감을 목표로 발의한 ‘저탄소 청정에너지 이용 촉진 지원법’도 원전을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에너지로 포함하면서, 국민의힘의 ‘친원전’ 기조를 그대로 내보였다.

김형동 의원(국민의힘, 안동시·예천군)도 탈원전에 비판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2021년 3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얼마 전 의장님을 모시고 UAE를 다녀왔다. 국내에선 원전을 감축 내지 거의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인데 원전을 UAE에 수출하고 관리하겠다라는 우리의 주장이나 외교 정책이 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누구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원하지만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대한 방법은 여러가지다. 풍력에 수년간 몇십 조를 투자하는 게 맞는지, 원전을 더 고도화시켜 깨끗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좋은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성걸 의원(국민의힘, 대구 동구갑)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탄소세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2021년 11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류 의원은 “유럽은 탄소 거래제를 하고 있고, 우리도 거래권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기본 방안이 무엇인지부터 정해놔야 한다. 탄소세가 환경세가 될지, 교정과세가 될지 이런 부분은 기본방향이 먼저 서야 한다”며 “탄소세의 과세물품은 현행 개별소비세하고 이중과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국민의힘, 대구 서구)은 친환경 연료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의 경제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2021년 7월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김 의원은 “연료보조금 제도가 남발되고 있다”며 “지금 수소는 다른 어떤 연료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화석연료의 부산물에서 나오는 부생수소까지 연료로 활용 시 보조금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기후로운투표생활 특별취재팀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