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운 투표생활] “바다가 삭막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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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민>은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대 인류의 큰 위기로 부각되고 있는 기후위기를 정치권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시민들에게 물었다. 대구와 경북 곳곳을 찾아가 시민들을 만났고, 이들이 체감하는 기후위기는 어느 정도인지, 누가 해결해야 하고, 대책은 뭐라고 보는지, 다가오는 선거에서 기후위기가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지 등을 물었다.

경북 울진에서 20년가량 스쿠버다이빙을 강의하며 울진의 바다 속을 지켜봐 온 채상훈(70) 씨는 기후변화로 ‘사막화’되는 바다를 우려했다. 산호에 붙어 영양분을 주고받는 조류가 수온 상승 등으로 사라지면서 산호초 표면이 하얗게 변화하는 백화현상 이야기다. 백화현상이 심하면 산호가 죽게 되는데, 해양 생물의 25%가 서식하는 산호초가 사라지면, 바다 생태계도 붕괴한다.

채 씨는 “울진의 자랑거리가 물속에 큰 섬이 있다. 바다에 들어가면 울진 사람들은 ‘짬’이라고도 하고 ‘왕돌초’라고도 하는데, 거기 수백 가지 어종이 살고 있다”며 “그런데 기후변화로 수온이 높아지니까 열대어들이 올라온다. 필리핀에서 살던 고기들이 올라오고, 상어도 출몰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엔 상어가 출몰했다고 해경에서 문자를 한 번 받은 적도 있는데, 없던 어종이 올라오는 거다. 상어도 우리나라엔 없었다. 대부분의 상어는 열대어”라며 “수온이 높으니까 상어가 한 번씩 올라온다. 너무 수온이 낮아도 안 되겠지만, 너무 높으면 다른 생물들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다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것들이 늘어나고 백화현상이라고 해서 바위에 이끼가 낀다”며 “이끼가 끼면 해초나 산호초가 못 붙는다. 해저가 숲을 이루지 못한다. 뒷동산에 가도 풀이 있고 나무가 있어야 보기 좋은데, 벌거숭이면 재미가 없듯이 들어가면 해조류도 많고 고기도 많이 다녀야 하는데 그런데 없어진다. 삭막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울진은 아직 그런 걸 못 느낀다. 남해, 서해는 심각하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앓고 있는 병”이라며 “20년 전과 비교하면 자원도 없고 고기도 많이 없다. 해초도 많이 없고, 어민들은 힘들다. 옛날엔 오징어가 널려 있었지만, 요즘엔 오징어 한 마리도 못 본다. 20년 전에 많았는데, 그 후로 자꾸 감소하면서 한 마리도 없다. 울릉도도 그렇고 울진도 안 난다”고도 덧붙였다.

[편집자주] ‘롭다’는 ‘그러함’ 또는 ‘그럴만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기후+롭다’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 대응을 고민하며,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아 뉴스민이 고안한 말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은 5년 남짓, 이번에 선출되는 22대 국회는 그 5년 중 4년을 쓰는 국회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하고 무능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들에게 주어진 4년이란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뉴스민은 22대 국회는 기후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기후로운 투표생활’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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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로운투표생활 특별취재팀
이상원, 박중엽 기자
여종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