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해임으로 끝? 메르스가 남긴 대구 의료체계 민낯

"메르스 확진자 책임으로 돌려선 안 돼"

18:57

대구시는 메르스 확진 환자였던 남구청 공무원 김 모 씨를 지난 30일 해임 결정했다. 늑장 신고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줬다는 게 이유다. 메르스 사태의 교훈이 공무원의 근무 태도 뿐일까. 공무원에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메르스 확산 원인으로 지적된?응급실 과밀화, 감염병 관리 능력 부족 등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31일 오후 2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경북대병원에서 메르스(MERS) 대응 경과와 향후 보건의료체계 과제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임현술 중앙민간역학조사지원단장(동국대 의과대학), 김신우 교수(경북대 감염내과), 이경수 대구시 민간역학조사반장(영남대 의과대학) 등이 주제 발표를 하고,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이지원 대구방송 기자 등 5명이 토론에 나섰다.

심포지엄에서는 감염예방전문가 부족, 격리병동 부족 등 보건의료 환경 문제가 지적됐고, 감염병 대응 의료체계 구축이 과제로 나왔다. 또, 대구시 메르스 확진 환자를 두고 지나친 책임 부과로 인권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현술 중앙민간역학조사지원단장(동국대 의과대학)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환경이 최대의 숙주”라며 메르스 확산 원인을 진단했다. 의료기관의 감염예방전문가 부족, 격리병동 부족, 의료인의 보호복 착용 미숙 등을 지적했다. 또, 병문안, 간병 문화, 대병병원 응급실 과밀화 현상, 의료 쇼핑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대구시는 8억 원을 투자해 대구시 감염병 관리본부를 추진 중이고, 감염병상 15~20 증설, 대구의료원 감염내과 신설, 응급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스마트 통제시설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대구시 메르스 대응 상황을 설명하는 김종연 교수(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대구시 메르스 대응 상황을 설명하는 김종연 교수(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김종연 교수(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대구시 메르스 대응 과정을 짚어보며 “적극적인 접촉자 관리로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했다. 또, 병원명, 동선 공개 등 공격적인 정보공개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줬다”면서도 “불명확한?관리지침으로 현장에서 어려움이 증가했고, 대상자 관리 현황 등 효율적인 관리체계가 부족했다. 또,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감염에 취약한 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 줄이기 ▲동네 의원 이용하기 ▲문병 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방안 도입을 제안했다.

대구 메르스 확진 환자의 치료를 맡은 김신우 교수(경북대병원 감염내과)는 “대구시 행정력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했고, 비교적 소통이 잘 됐다”며 “제한된 병원이 실제로 주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극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_DSC3178
▲김신우 교수(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 교수는 “병원의 감염관리 대응 능력이 메르스와 같은 새로운 전염병 대응 시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호흡기 전파 바이러스 감염의 파괴력과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며 “병원은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협력해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충하는 등 앞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격리병상 및 격리병동 공조 시스템의 분리 ▲독립된 건물의 음압격리시설 확보 ▲감염관리 전문인력 확충 ▲감염관리 비용 보전 ▲응급실 내 음압병상 확보 또는 추가 ▲응급실 과밀화 개선 ▲감염병 재난 대비 교육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경수 대구시 민간역학조사지원반장(영남대 예방의학교실) “의료쇼핑이나 간병문화도 의료제도의 산물이다. 1차 의료의 부재, 수가제도 등이 응급실 과밀화, 감염병 관리 부족 등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며 “메르스 확진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이 공중보건정책과 의료정책보다는 수가정책에 치우쳐져 있다. 1차 의료를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아닌 수가를 어떻게 올리느냐만 고민하고 있다”며 “수가정책에서도 응급의료와 감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감염에 대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_DSC3183

토론에 나선 은재식 우리복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메르스 환진 환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은 사무처장은 “대구 확진 환자가 받은 언론의 조명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과했다. 모든 가족의 정보가 SNS에 유포됐고, 병원 입원, 전원, 퇴원 등이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됐다”며 “지나와서 보니 대구시가 이 문제의 핵심을 환자에게 쏠리게 했다는 생각도 든다. 환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지안 교수(영남대병원 감염내과)는 “대구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메르스 의심환자나 발열환자가 다른 환자가 섞이지 않도록 지정병원을 정하는 것이었다. 호흡기 환자는 절대 다른 환자들과 섞이면 안 된다”며 “병원에 감염 전문의가 있어도 격리된 병상이 없으면 환자를 볼 수가 없다. 다른 환자를 포기하고 그 1명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구시, 경상북도에서 격리 병상 또는 격리 병동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0일 최초 학진 환자 발행 후 현재까지 186명 확진, 36명 사망, 12명이 현재 치료 중이다. 확진자 중 44.1%가 병원 환자, 34.9%가 환자 가족이나 보호자, 병원 방문객, 31.0%가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 병원 관련 종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