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젊은 동네부터 ‘조용한 변화’

낙선한 자유한국당 기초의원 후보들, “바람 못 느껴”
민주당으로 3선 성공한 유병철 구의원, “과분한 지지”

07:44

6.13 지방선거에서 대구 북구는 수성구만큼 관심 지역으로 주목 받았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구 북구을 지역구 국회의원이고, 북구을 지역은 젊은 인구가 많아 기존과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기간 중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도 북구청장 선거는 박빙 승부로 예측됐다.

실제 결과는 자유한국당 후보의 약 8%p 차이 승리였다. 여론조사 결과보다 큰 차이였지만 여론조사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좀 더 현실화됐다. 4년전 20석 중 단 2명에 그쳤던 민주당 구의원은 이번에 9명으로 늘었다. 북구 최초 민주당 지역구 시의원도 배출했다. 분명한 변화의 조짐이다.

▲이헌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함지산 운암지 앞에서 집중 유세 발언을 하고 있다. (2018.6.10)

하지만 기초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재선에 도전해 낙선한 한국당 A 후보는 “만나는 사람들이 너는 될 거라고 하고, 크게 민주당 바람이란 걸 느끼질 못했다”고 말했다. 3선에 도전해 낙선한 한국당 B 후보도 “바람이 이렇게 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전했다. 밑바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더 충격이었다.

B 후보는 “기초의원 선거는 나를 찍어줄 확실한 사람을 얼마나 모으느냐에 달렸다. 그렇게 날 찍어준다는 사람이 5천 명이 넘는다”며 “이 정도면 25% 정도 득표하고 된다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얻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북구 모든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30% 이상 득표했다. 한 선거구에선 42%까지 득표하기도 했다. A 후보는 주민들은 조용히 변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후보들이 몰랐던 거 아니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소속으로 재선을 지내고, 민주당 후보로 3선에 성공한 유병철 북구의원도 변화를 체감 못 한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유 의원은 “현역 의원이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솔직히 과분한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유 구의원은 32.06%를 득표해 1위로 당선했다.

유 구의원은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예전 같으면 명함을 제대로 받지 않았을 텐데, 명함을 돌려보면 다들 잘 받아 가시더라”며 “그런데 그게 이 정도로 큰 변화로 나타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직접 만나지 못한 주민들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을 많이 지지해주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재선에 실패한 무소속 C 후보는 한 차례 취소 위기를 겪은 북미회담이 재성사된 이후 정당별 지지자들의 결집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C 후보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다시 만난다고 한 후 분위기가 바뀌더라”며 “이전까진 무소속이라도 날 찍겠다던 민주당 지지자가 잘하는데 확실히 힘 실어주자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한국당 지지자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후보들도 체감하지 못한 ‘조용한 변화’는 젊은 동네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헌태 민주당 북구청장 후보는 국우동과 동천동에서만 배광식 한국당 후보에게 앞섰다. 북구 23개동 중 국우동과 동천동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두 곳이다. 2018년 5월 기준 동천동은 65세 이상 인구가 9.15%, 국우동은 10.31%다. 북구 전체 15.44%보다 5~6%p 낮다.

▲65세 이상 인구비가 낮은 동네에서 이헌태 민주당 구청장 후보 득표율이 높게 나왔다.

국우동과 동천동은 북구 최초 민주당 시의원을 배출한 동네이기도 하다. 김혜정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는 국우동과 동천동, 무태조야동을 선거구로 하는 북구3선거구에서 득표율 41.15%로 당선했다. 김 당선자는 3개동 중 국우, 동천동에서만 한국당 후보에게 7%p 가량 앞섰다.

이헌태 후보가 고전한 동네 인구 구성을 보면 ‘연령’이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더 뚜렷해진다. 이 후보에게 적은 표를 준 동네 3곳(산격1동·침산1동·고성동) 중 고성동과 산격1동은 북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두 곳이다. 고성동은 28.06%, 산격1동은 27.28%다. 침산1동도 21.34%로 세 곳 모두 북구 전체 비율보다 5.9%p 이상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