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허위 강사 등록해 시 보조금 유용

기존 상담원 교육 프로그램에 인권전문가 교육 보조금 사용
허위 강사에게 지급했다 돈 돌려받고, 가짜 자료집도 인쇄
전 대표 A 씨 "고의 아냐, 수강생 적어 통합 진행···행정 절차 미숙은 잘못"
보조금 사업 기획안 제출 당시부터 계획적이었다는 증언 나와

18:19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과 인권 증진 활동을 벌여온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가 강의를 진행하지 않고 강사비를 지급해 돌려받는 식으로 대구시 보조금을 유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전 대표 A 씨는 회계와 행정 절차가 미숙해 발생한 일이라며 대구시 감사로 잘못을 확인한 후 모두 환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시 보조금 외에도 불투명한 회계 문제를 지적하는 전·현직 활동가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시민단체 내부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대구시로부터 7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2019년 6월 2일부터 7월 14일까지 10회 차 강의와 1박 2일 워크샵이 포함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이주여성인권전문가 양성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대구시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실제로 진행되지 않은 사실이 <뉴스민>과 <대구MBC> 공동 취재 결과 확인됐다.

▲(왼쪽)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가 실시한 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 일정과 (오른쪽) 대구시 보조금이 지급된 이주여성인권전문가 교육 일정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실제로 보조금을 ‘이주여성인권전문가 양성교육’이 아닌 ‘2019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에 사용했다.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은 수강료로 35만 원을 받고, 여성가족부 인증 수료증이 발급되는 사업이다. 사업 기간은 6월 1일부터 7월 14일까지였다.

뉴스민이 확보한 정산보고서를 보면 보조금은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 강사로 참여한 10명에게 지급됐다. 하지만 그중 강사 7명은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에서 강의를 진행했고, 강사 3명은 강의를 아예 진행하지 않은 허위 강사였다. 허위 강사에게 지급한 강의비는 다시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통장으로 돌아왔다. 1박 2일 워크숍 비용도 지정된 용도가 아닌 가정폭력 전문상당원 교육생 대상 워크숍에 지출했다. 교육자료집 인쇄비도 20권을 인쇄한 것으로 정산했지만, 실제로는 2권만 인쇄했다.

정산보고서에는 이주여성인권전문가 양성교육 현수막 제작 비용도 포함됐다.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을 진행하면서 현수막만 새로 부착해 사진을 찍어 정산했다. 보조금 700만 원 전액을 유용하면서 실적보고서도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가정폭력상담원 교육 수료식 모습.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홈페이지에는 해당 교육과 관련된 홍보 포스터, 교육 사진이 올라와 있지만, 이주여성인권전문가 교육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방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실적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전 대표 A 씨는 “고의는 없었다. 이주여성인권전문가 양성과정 수강신청자가 적어서 과정이 유사한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과 통합해서 운영됐다. 회계·행정 절차에 미숙해서 벌어진 일이다. 결과적으로 당시 대표였던 제가 책임져야 한다”며 “대구시 감사 이후 전액 환급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고칠 건 고치고 좀 더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 근무했던 활동가는 처음부터 보조금 유용 계획이 없었다던 A 씨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근무했던 B 씨는 “당시 대표님이 이주여성인권전문가 양성과정을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과 일정을 맞추라고 지시했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재차 묻기도 했다. 지원사업 기획안에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넣지 말라는 지시도 했다. 허위 실적보고서 역시 전 대표님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주여성인권전문가 강의 일정은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과 일정이 정확히 겹친다.

대구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시민단체 생명이 투명성인데, 시민의 세금인 보조금 유용은 시민단체 투명성이 깡그리 추락한 것이라서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