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법 믿어요”] ② 개발 호재 물 흐릴까···“반대 주민 혐오세력 매도론 해결 안 돼”

침체하던 서문 지역, 개발 기대감↑
엑스코선, 대구 뉴딜사업 등 개발 호재
일부 지역민, 강경 반대···"끝까지 반대"
"이슬람 세력화 우려, 테러할까 봐 무섭다"

11:05

[편집자주] 다원화된 한국 사회에서 경북대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와 같은 갈등 사례는 앞으로도 쟁점화될 수 있다. 무슬림이 사원을 건축하려는 이유에는 종교적 이유 외에도 무슬림으로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시설이란 점도 있다. <뉴스민>은 갈등의 주체인 양측의 이야기를 듣고 접점을 찾아보려 했다. 각각의 이야기를 두 번에 나눠 싣는다.

[“한국 헌법 믿어요”] ①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에도 한국을 믿는다는 그들

대구 경북대 서문 일대의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의 입장은 분분하다. 북구청과 일부 지역 주민 설명에 따르면, 강경하게 반대하는 주민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반대 서명을 했거나, 사원 건축을 수긍하는 주민도 있다.

사원 건축에 수긍하는 한 주민에 따르면 사원 건축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에는 지가 하락도 있다. 침체 일로를 걷던 지역 사정이 최근 엑스코선 정거장 신설, 창조경제단지와 연계한 뉴딜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처럼 개발 호재 분위기인데, 사원 건축이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한다는 설명이다.

침체하던 서문 지역, 개발 기대감↑
엑스코선, 대구 뉴딜사업 등 개발 호재
일부 지역민, 강경 반대···”끝까지 반대”
“이슬람 세력화 우려, 테러할까 봐 무섭다”

한 주민은 “앞장서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곳 건물주다. 서문은 앞으로 개발될 거 같은데, 재산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겠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정서도 좀 안 맞고, IS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고 해서 무섭긴 하지만, 외국에서 코리아타운 멸시한다고 생각해보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원 건축을 강하게 반대하는 주민은 반대 이유로 이슬람 세력화와 테러 등 범죄 위험성 증가를 꼽는다. 이들은 앞으로도 무슬림 학생과 대화는 없으며, 무조건 저지할 것이라고 한다.

한 주민은 “동네 주민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슬람화, 게토화가 걱정된다. 이 사람들은 자기들 문화만 고집해서 도움도 안 되고 치안만 안 좋아진다. 10년 뒤면 이슬람만 바글바글할 것”이라며 “세 얻어서 예배하던 건 이해하는데, 사원을 짓는 건 이곳에 정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냄새나 소음, 집값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무슬림을) 개인적으로 보면 친절하고 착한데, 종교로 모이면 무서워진다. 테러가 무섭다”며 “국민들이 반대하면 건축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해도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대학교 서문 지역에 사원 건축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부 주민의 강경한 반발에 사원 건축은 중지된 상태이고, 건축이 재개돼도 공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슬림 측에서도 주민과 갈등을 빚어가면서 공사를 강행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나 행정이 나서서 중재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재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인다.

이소훈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원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경대 학생이고 연구자다. 오랫동안 주민과 공존하며 살았는데 이 사람들을 갑자기 공포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며 “그런데도 구청이나 학생을 보호해야 할 학교가 움직이지 않고 있어 문제다.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주민 중에서는 무조건 안 된다는 분도 있지만 수긍하는 분도 있다. 의견 통일은 안 되는 상태”라며 “지금은 중재가 어려운 상황 같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사원 갈등, 한국 사회 쟁점화 이어질 것
‘이슬람’ 뉴스 연관 단어는 ‘한나라당’, ‘기독교’

▲경북대학교 출입문에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경북대 서문 사원 건축 문제에서는 아직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개신교 단체와 갈등으로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박종수 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그의 논문1에서 한국의 이슬람권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등이 증가해 이슬람센터가 늘고 있고, 지역사회 기존 종교가 긴장감을 느끼며 대응에 나선다고 지적한다.

박종수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 혐오는 보수진영이나 개신교에 의해 특정 시기에 양산돼 전략적으로 유포된다”며 “유럽과 북미의 다문화사회가 겪었던 종교 갈등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슬람 관련 뉴스는 보수정당·정치인이나 보수 개신교 교단과 함께 언급된다.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1990년 1월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 키워드 ‘이슬람’과 관련한 보도를 분석해보면, 국내에서는 관련 주요 키워드로 ‘박근혜’, ‘이명박’, ‘한나라당’,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김무성’, ‘길자연’, ‘이혜훈’, ‘안상수’, ‘박지원’ 등이 나타난다. 이중 길자연 목사는 총신대 총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국내 정치면 기사 중 ‘이슬람’ 키워드와 관련된 단어.

한편 기성 세력의 쟁점화 경향과 별개로, 경북대 서문 사원 건축 문제 해결에는 반대하는 주민을 ‘혐오 집단’으로만 조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소훈 교수는 “이번 사례에서도 미디어에서 이슬람 혐오라는 표현이 주목을 끌었지만,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주민 입장에서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특별한 사람만 혐오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혐오할 수 있다. 지금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나 행정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 박종수, 「한국사회의 이슬람혐오 현상과 쟁점-상호문화주의를 중심으로」, 『종교문화연구』, 제29호,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