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대구경장] 해현경장(解弦更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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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시의회에 첫 입성한 시의원으로서 첫 경험들을 ‘초보시의원 의회적응기’로 풀어냈던 김동식 대구시의원이 지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대구를 위한 제언을 격주 연재한다.

▲김동식 대구시의원

해현경장(解弦更張)이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다’라는 뜻으로 느슨해진 사회적·정치적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한(漢)나라 때 동중서(董仲舒)라는 학자의 말에서 유래되었다. 동중서는 처음 관직에 나가 한무제(漢武帝)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지금 한나라는 진나라의 뒤를 계승하여 후목분장朽木糞牆(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벽은 다시 칠할 수 없다)하여 잘 다스리려고 해도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지경입니다. (중략) 거문고를 연주할 때 소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심해지면 반드시 줄을 풀어서 고쳐 매어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竊譬之琴瑟不調, 甚者必解而更張之, 乃可鼓也).

정치도 행하여지지 않는 경우가 심해지면 반드시 옛것을 새롭게 변화하여 개혁하여야만 제대로 다스려질 수 있는 것입니다. 줄을 바꿔야 하는데도 바꾸지 않으면 훌륭한 연주가라 하더라도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없으며, 개혁하여야 하는데도 실행하지 않으면 대현(大賢)이라 하더라도 잘 다스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나라 초기에 무제는 왕권 강화와 정국안정을 위해 새로운 통치 이념으로 유교를 받아들이면서 동중서를 중용했고 동중서는 정국타개책으로 ‘해현경장’을 주장했다. 지금의 대구 상황으로 돌아보자.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5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시장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지금의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당선되어 7대째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라는 거문고는 단 한 번도 줄을 바꿔 매지 않은 악기라는 말이 된다. 명인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거문고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현이 늘어나고 소리가 흐려진다. 정기적으로 거문고의 줄을 바꿔줘야 좋은 소리가 난다.

조현의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대구시민들은 더 아름다운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대구시가 해현경장할 적기다. 더 늦기 전에 후목분장은 버리고 새로운 기운의 목(木)과 장(牆)을 마련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 대내적으로 섬유와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중심의 대구 경제를 정밀기계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중심의 경제 체제로 바꿔 나가야 할 시기이다. 그린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세계적 화두로 등장했다. 대구도 에너지 자립과 친환경 기반 경제를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예산 편성에서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대구 경제의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고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구를 대표해 온 섬유산업은 어떻게 변화 발전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전기차, 수소차, 자율형차 등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ICT 산업 생태계는 집중과 선택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의료와 뷰티 산업은 국내외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있다면 어떤 부분을 부각시키고 어떤 부분을 지원할 것인지, 물 산업은 미래산업이 될 수 있는지, 로봇과 스마트시티가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개혁해야 할 문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대구시의 모든 줄을 바꾸어 매서 현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교한 조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성에 젖은 대구시 행정으로는 4차 산업 시대를 준비하기에 벅차다. 새로운 시스템과 새로운 세력의 등장으로 ‘대구경장’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