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에 등장한 ‘흰 고무신’ 그리고 “대구가 동네북이냐”는 항변

백신 도입 논란 두고 시의원들 시정 질문
민주당 이진련,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것?” 힐난
국민의힘 전경원, “더이상 대구와 대구시민을 조롱말라”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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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 백신은 아니겠지요” (이진련 대구시의원)
“더 이상 정치적 관점에서 대구와 대구시민을 조롱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대구와 대구시민이 동네북입니까” (전경원 대구시의원)

16일 오전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 난데없는 흰 고무신이 등장하고, “대구시는 동네북이 아니”라는 항변이 나왔다.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추진하다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백신 도입 논란이 가져온 단면이 그대로 본회의장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진련 대구시의원이 흰고무신을 들고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해 백신 도입 논란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대구시의회 유튜브 갈무리)

대구시의회 2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가 진행된 이 날 이진련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백신 도입 논란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시정 질문에 나섰다. 이 의원은 흰 고무신으로 포문을 열었다.

발언대에서 미리 준비한 흰 고무신을 들어 올리며 이 의원은 “시장님,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 백신은 아니겠지요. 이렇게 희화화되고 있다. 제대로 아셔야 한다. 제대로 인식하고 가시는 것이 재발 방지의 첩경”이라고 일갈했다.

시정질문을 통해 이 의원은 백신 도입 논란과 관련해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권영진 시장이 도입 과정과 예산 집행 현황 등을 명확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번 논란을 두고 대구시가 사기를 당했다거나, 사용된 예산이 있을 거라는 의혹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구시가 사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권 시장은 관련 의혹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면서 같은 날부터 예정된 정부 합동 감사 뿐 아니라 대구시의회 행정사무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스스로 외부기관의 감사나 조사를 요청하면서 숨길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항변한 셈이다.

권 시장은 “저와 대구시가 좀 더 세밀히 살피고 신중히 접근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불필요한 논란과 혼선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심려 끼쳐 드린 점 송구스럽다고 말씀드린다”면서도 “정부 검토 결과 도입 않기로 함에 따라 종결되었고, 구매 의향 타진 과정에서 중단되었기 때문에 금전적 피해가 전혀 없다는 점 등에서 정치권이나 SNS상에서 제기되는 의혹처럼 사기당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과 관련하여 계속되는 의구심 해소 방안으로 우리 시는 6월 16일부터 시행되는 정부 합동 감사 기간에 본 예산에 대한 감사를 요청할 것”이라며 “시의회에서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사용 여부를 낱낱이 밝혀주실 것을 요청드리며 집행부는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진련 의원은 보충질문에 나서서도 대구시가 독일 무역회사에 건넨 구매의향서 등 관련 문서 공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 대한 제대로된 관리 감독을 촉구하고, 권 시장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참석률 등을 공개하면서 권 시장을 몰아붙였다.

권 시장은 문서에 대해선 “법률 검토를 통해 서류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예산이나 메디시티협의회에 대한 부분은 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확인해보면 될 것이라고 맞섰다. 권 시장은 “판공비나 경비도 쓴다고 하는데, 외국 회사와 협의회가 이메일을 주고 받았고, 팬데믹 때문에 외국에 나가지도 못했다”며 “복지부 두 번 찾아가고 한 것 밖에 없는데 여기에 판공비나 예산이 낭비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중대본 회의 참석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시듯 작년에 암 수술을 받았다. 그전까지는 다른 시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참석했지만, 암 수술 이후 올해부터는 제가 행정부시장에게 총괄해서 맡겨두고 있다. 앞으로는 중대본 회의에도 자주 참석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전경원 대구시의원(수성·중·상·두산동)은 보충질문을 통해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선의를 왜곡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권 시장을 강하게 몰아붙인 후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시 옹호에 나섰다. 전경원 대구시의원(수성·중·상·두산동)은 보충질문을 통해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선의를 왜곡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작년 연말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백신 확보에 대해 왜 진행이 안 되냐고 했고, 올해 2월 16일 기사를 보면 OECD 37개국 중 우리나라 백신 확보량이 34위를 기록했다”며 “초국가적으로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해외 정보기관, 민간기관이 사활을 걸었다. 그렇기 때문에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세계 여러 라인을 통해 접촉한 거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가 사기를 당했다고 하는데, 화이자 백신 하나가 37~40달러 수준이다. 한화로 4만 원 정도고, 물량이 3,000만 개라면 돈이 1조 2,000억 원이다. 그걸 대구시에서 감당할 수 있느냐”며 “그렇기 때문에 대구시에 제안이 왔을 때 정부로 넘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 의원은 “시장께서 여러 경로로 사과 말씀하시고, 이 자리에서도 사과했지만 도입 과정에서 좀 더 세밀하게 검증하지 못한 부분은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유감을 표명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은 사기 사건이 아니다. 진행 과정에서 조금 어긋났지만, 이 문제로 더 이상 정치적 관점에서 대구와 대구시민을 조롱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