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의락, “내가 예산 따오는 기계는 아니야. 대구도 변해야”

“도망갈 길 찾아보는 데 안 되면 방법 없어···갑갑하다”
통합신공항 해결책 내놓으라는 물음엔 “지금처럼은 해결 안 된다”

11:23

“내가 예산만 따오는 기계인가? 줄탁동시. 변화가 있어야 남들도 도와주는 거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거다. 대구는 우리가 할 일을 안 한 면이 많다는 거다. 그래놓고 패싱, 홀대라고 하면서 앉아 있으면 되느냐는 거다”

급작스레 대구시로부터 경제부시장직을 제의받은 홍의락 전 국회의원은 고민이 깊어 보였다. 그는 “고민이 정리됐느냐”는 물음에 “아직”이라며 여러 이야길 풀어놨다. 듣기에 따라선 제안을 수락 한 걸로도 들리고, 달리 들으면 반대로도 읽힌다. 미래통합당이 독주해 온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사로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선 사람의 고민으로 읽혔다.

19일 오전 <뉴스민>과 통화에서 홍 전 의원은 “수락한 게 아닌데, 수락한 것처럼 보도가 많이 나가더라. 내 고민이 이러하다고 했는데 그렇게 써버리네···. 도망갈 길을 찾아보는 데 안 되면 방법이 없고, 나도 지금 갑갑해요”라고 말했다. 부시장직 제의에 부정적인 반응으로 읽힌다.

그렇지만 이내 “쉽게 이야길 하면 대구가 어려운데 좀 역할을 해달라는데 거절할 수도 없고, 정지작업을 해보는데 곳곳에 암초가 있잖아요?”라며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가는 것도 우스운 거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가는데, 사람 한 명 간다고 일이 됩니까? 남은 숙제들이 많다”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다는 건가, 안 한다는 건가? 의구심을 품는데 이런 말도 덧붙였다. “미래가 있는 길만 가겠나요? 걸어보고 안 되면 돌아오면 되지. 공무원들이 고생은 많이 했지만, 의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인사 문제라든가, 정지작업이 되어야지요. 일할 분위기가 되어야 일을 하는 거지.” 의구심이 80% 정도는 해소되는 말이다. 대구 발전에 필요한 일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소위 ‘얼굴마담’으로 이용되는 자리엔 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구가 갖는 독특한 정치 지형에서 미래통합당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경제부시장이 갖는 함의는 둘 중 하나다. 잘한 건 통합당 시장의 공으로 가고, 못한 건 민주당 부시장의 탓이 된다. 더구나 민주당 정부 아래에서 대구 사회는 시종 ‘대구 패싱’, ‘대구 홀대’를 이야기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부시장이 되면 당장 좌초될 위기에 있는 통합신공항 문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라고. 통합신공항 사업은 경제부시장이 컨트롤하는 사업이다. 이승호 경제부시장이 취임할 때도 국토교통부 출신인 이 부시장이 선택된 건 통합신공항 사업에 힘을 쏟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홍 전 의원은 “대구 어려운 점이 남들한테 있는 게 아니고 우리 탓도 많다는 걸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취수원도 그렇다. 20년 넘게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같은 당 시장으로 있으면서도 해결을 못 했는데, 이제 누가 와서 해결 못 하느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취수원 이야길 먼저 꺼냈다.

그는 “통합신공항도 그렇다. 경제부시장이 관여하더라도 이미 투표까지 했으면 그 정신(결과)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걸 안하는데 방법이 있나?”라며 “대구·경북의 의사소통. 또는 어떤 문제해결을 하는 과정의 미숙함이다. 토론하고 합의해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데, 내가 경제부시장으로 가서 무산되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강력하게 이야길 하지만, ‘내가 해결하겠습니다!’가 아니다. 지금처럼 해서는 그건 해결 안 된다는 거다. 중앙에서도 할 수가 없다. 원칙과 법이 있지 않나? 부시장이 되면 그런 이야길 하겠다는 것”이라며 “합의 정신대로 되면 예산 더 확보하고 사업 속도 내고 하는 건 내가 하겠다. 그런데 합의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그것부터 내놓으라면 누가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신공항 문제뿐 아니라 남은 권 시장의 시정 2년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물음에도 “그럴 수 있다. 독배일 수 있다”면서도 “대구가 경제나 여러 측면에서 어렵다는데 대구에서 국회의원 하겠다던 놈이 ‘내 갈 길이 아니다’, ‘나는 당근만 먹겠다’ 하는 것도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라서 검토를 하는 거다. 그래도 장애물이 많으면 못하는 거겠지만”이라고 답했다.

끝으로 그는 “경제부시장 누가 왔다고 해서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라며 “우리 할 일은 하자, (일을) 하면, 속도를 높이고 그다음에 뭐 예산을 가져오게 하는 과정이나 이런 건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는데 돈 달라고 하면 줄 놈이 누가 있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