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민>은 서대구KTX역 일대 폐기물 처리 문제를 두고 대구시가 지난 3월 꾸린 자문회의단 모두에게 개별 접촉해 폐기물 안전성 문제를 물었다. 지역 대학에서 토양오염과 폐기물 관리 등 환경공학을 전공한 자문위원들은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안전 문제는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폐기물이 묻힌 토양에 관해 판단할 근거 자료가 없어서 이번 기회에 조사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대구시가 구성한 자문회의단은 경북대·영남대·금오공대·안동대 4개 지역대학 환경공학 전공 교수진과 오세광 대구 서구의원,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총 6명이다. 회의는 3월 26일 한 차례만 열렸고, 토지오염 실태 확인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 7월 해당 조사 결과를 받는다는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조사는 진행하지 못 했다. 서대구역 인근 토지소유주 등이 속한 서대구KTX12호교통광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토지 채취 지점의 신뢰성을 제기하고,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자문회의 환경공학 교수들, “폐기물로 인한 위험성 낮다”
그러나 판단할 근거 자료가 없어 조사 해봐야 안다는 입장
비대위 측은 서대구역 일대에 묻힌 상당량의 폐기물로 지반 약화와 함께 토양 오염으로 인한 영향이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우려는 타당성이 있을까? 전문가 자문위원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생활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거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과거 환경 규제 미비로 산업폐기물이 매립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이 기회에 조사를 해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양지하수 정화가 전공분야인 A 교수는 “어떤 종류의 폐기물이 얼마나 있는 지에 따라 다르다. 70~80년대 매립물로 라면봉지나 연탄재 같은 거라면 쓰레기와 토양만 분리 처리를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공장에서 나온 산업폐기물로 조사를 되어서 중금속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면 복잡해진다, 확인을 해봐야 이런 문제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물질 분해 등 환경화학 전공분야인 B 교수도 A 교수 의견에 동의하면서 “생활쓰레기라도 매립 당시 환경 관련 법이 지금과 달라서 산업폐기물 등을 함께 묻어 유해 물질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판단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뭐든 단정은 어렵다. 자문회의 결론도 조사를 한 뒤, 살펴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토양오염복원이 전공분야인 C 교수는 일부를 대상으로 개황 조사를 하고, 문제가 되면 정밀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C 교수는 지반침하 우려에 관해서도 “기본적으로 대구 지역이 연약지반은 아니라서 지반침하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환경 소송이 당장 진행되더라도 판단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결론도 내기 어렵다”이라고 지적했다.
폐기물관리와 토양 오염이 전공분야인 D 교수는 “30~40년 정도 된 생활폐기물 매립지였던 것 같다. 사실상 분해될 수 있는 것들은 분해되고, 잘 분해되지 않는 비닐, 플라스틱 같은 합성소재 정도가 남아있을 것으로 본다”며 “유해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면 이미 주변 지하수 등에서 검출되는 등 문제로 지역 사회가 인식할 정도였을 것”이라고 위험 요소는 낮다고 추측했다.
다만 D 교수는 위험 가능성은 1% 정도로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이번 기회에 어떤 폐기물이 어느 정도 묻혔는지 확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대구에 섬유 회사들이 많다 보니 행여라도 섬유폐기물이 묻혔다면 단단한 지반을 형성하는데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에 하나 기름 성분 등이 있다면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확실히 처리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주민 우려 짚고 가면 좋겠다” VS “환경 문제 우려 과대 포장”
다만 비대위가 제기한 소송에 관해 일부 자문회의 위원은 입장이 엇갈렸다. 주민 문제 제기가 합리적 의심으로 일견 타당성 있다고 보는 입장과 보상 관련 이해당사자인 만큼 환경 문제에 관한 우려가 과대 포장됐다는 입장이 나뉜다.
오세광 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자문회의단에 주민 대표 등이 참석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든다. 주민들이 신뢰할 만한 숙의 과정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서 땅을 파지 않고 이미 파놓은 땅에서 샘플을 채취했다고 들었다. 담당자에게 그러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상당수 언론에서 제기됐듯이 보상 당사자들이 소송에 뛰어든 것은 보상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보상 비용이나 필요 이상으로 폐기물 처리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결국 시민 세금이 아닌가”라며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상태라 토지 안정화가 진행됐을 것이고, 오히려 토양오염 조사를 비대위 측이 막아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비대위, “우리가 보상 문제로만 이러는 거 아냐”
비대위는 대구시를 상대로 폐기물 영향이 환경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서대구역 광장 조성사업 실시계획 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소송은 오는 21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토지 보상 문제와 별개로 대구시가 광장 일대 환경영향평가를 빠짐없이 실시하고, 확실한 폐기물 처리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사업 대상 지역 지하에 폐기물이 매립된 사실과 지하주차장이 신설된다는 내용이 누락된 환경영향평가가 명백한 하자가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내 주민이 가지는 사익을 고려하지 않은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으로 사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소송 취지를 전했다.
김수회 비대위원장은 “이번 소송은 보상 문제로 한 것이 아니다. 폐기물로 인한 토양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대구시가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안 하고, 폐기물 처리를 제대로 할 의지가 안 보여서 그렇다”며 “우리가 토지 보상을 받고 나가면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제기를 하겠냐”고 말했다.
이들은 가설 건축물에 부대하여 증축‧적치된 불법 지장물만이라도 보상을 해달라며 대구 서구 이현삼거리에서 한 달 가까이 플래카드와 확성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토지 보상을 위한 대구시의 감정평가를 막으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비대위 측 소송대리인 이준태 변호사(법률사무소 강변)는 “비대위에는 토지소유자, 임차인, 부지 인근 주민들이 들어가 있다. 이들의 요구는 자문회의에 주민이 참여해서 조사 과정이 공유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과 환경영향평가를 누락 없이 진행해서 환경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없애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
보상 절차 마무리 후, 환경 조사 진행할 것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대구시 건설본부 서대구 역세권 개발과와 토목3과, 산단진흥과 등 복수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쓰레기가 묻혀있다는 것도 모두 추정인데, 막상 땅을 파보면 없을 수도 있다. 있어도 대부분 생활쓰레기로 추정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광장 부지는 특별히 구조물이 설치되지 않을 것이고, 지하 주차장은 설계가 진행 중인데 쓰레기가 묻혀있다면, 적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환경 관련 내용은 보상과 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환경 문제는 제대로 조사를 해봐야 아는 것이고, 자문회의의 결론도 그거였다. 오히려 보상과 맞물려 현장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대구역은 완공되어 열차 시운전을 하고 있지만, 진출입로와 주차장, 광장 등 인근 시설 공사는 지연되고 있다. 지난 2월 대구시와 서구는 서대구역 진출입로(너비 35m, 길이 120m)에 폐기물 6천 500톤이 묻혔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서대구역 광장 일대가 미나리 재배지였다가 1981~1983년 대구시가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된 것으로 확인된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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