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광주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급 시작···대구·경북은?

보편 지급 조례 제정, 경북 봉화군과 성주군만
대구시도 조례있지만, 예산 문제로 보편 지급한 적 없어

14:30

경기도와 광주광역시가 조례를 근거로 이달부터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급을 시작한다. 대구‧경북은 생리용품 보편 지급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있어도 예산 문제로 시행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성단체는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예산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9일 <뉴스민>이 자치법규정보시스템과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대구시가, 경북에서는 봉화군과 성주군이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조례만 제정되어 있을 뿐 모두 예산 편성이 되지 않아 실제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세계월경의 날을 맞아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유한킴벌리 제공)

2016년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10대 여성 청소년의 건강권과 생리 빈곤을 해소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이 이뤄졌고 일부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 구입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

법에 마련된 근거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족에 속하는 만 11~18세 여성 청소년에겐 생리용품 구입비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자들은 주민센터나 복지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민행복카드 바우처 포인트로 월 1만 1,500원, 연간 최대 13만 8,000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빈곤층 일부 여성 청소년이 아니라 전체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보편 지급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와 광주시는 자체 조례를 제정해 이달부터 생리용품 보편 지급 사업을 추진한다.

경기도는 ‘여성 청소년 기본생리용품 보편 지급 사업’ 시행을 예고하면서 사회취약계층 청소년에 선별 지원 낙인 효과와 생리 빈곤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한다고 밝혔다. 만 11~18세 여성 청소년에게 1인당 월 1만 1,500원의 생리용품 구입비를 지급한다. 광주시는 시교육청과 함께 16~18세 여성 청소년에게 월 1만 1,500원, 총 6만 9,000원 상당 생리용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 2016년 ‘깔창 생리대’ 사건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보건복지부를 거쳐 2018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사업을 주관하고 있지만, 취약계층에 한해 선별지급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웹포스터)

대구와 경북은 일부 지자체가 보편 지원 조례는 제정했지만 예산 편성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경북 봉화군은 2020년 12월 이영미 봉화군의원(국민의힘, 비례) 대표 발의로 ‘봉화군 여성 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조례안’이, 성주군은 2021년 3월 황숙희 성주군의원(국민의힘, 비례) 대표 발의로 성주군 여성·청소년 보건위생 물품 지원 조례안’이 각각 통과된 바 있다.

조례 제정 후 2년이 지나고 있지만 봉화군은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진 못하고 있다. 봉화군 군민행복과 관계자는 “(생리용품 보편) 확대 필요성 때문에 조례를 제정해놓긴 했는데, 군 재정 여건상 예산 확보가 안돼서 진행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성주군 역시 조례 제정 후 실제 지원한 적은 없다.

대구시도 마찬가지다. 2020년 10월 이진련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 발의로 ‘여성 청소년 보건위생물품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보편 지원 근거를 마련했지만, 예산 문제로 시행하지 못했다. 다만 대구시는 보편 지급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저소득층에 한정하던 지원을 학교 밖 청소년에게까지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올 1월부터 학교 밖 청소년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에게 생리용품 지원을 해오고 있다.

대구시 청소년과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재정 자립도가 높다보니 이런 보편 지원 사업을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시에서도 조례를 근거로 보편 지원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코로나 상황 등으로 재원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 지원을 강제한 조항이 들어간 개정된 청소년 복지지원법이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구는 106억 정도 관련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하는데, 국비와 지방비를 절반씩 부담해 내년 4월쯤에는 보편 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8일 세계월경의 날,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는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지급 지원 조례 시행을 촉구했다. (사진=여성환경연대 제공)

대구경북 여성단체 등은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보편 지급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배수정 정의당 대구시당 여성위원장은 “무상급식도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늦게 시행됐다. 결국 정책 우선 순위와 실천 의지의 문제”라며 “가난을 증명해 받는 선별 방식 대신 보편지급을 통해 보건의료 및 위생과 인구재생산 측면에서 공공적인 문제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도 “여성 정책이 정치 영역에서 의제화된 것이 거의 없고, 돌봄전담자로서 보육정책이나 범죄 치안 문제 등에 한정된다. 여성의 생애 주기별 중요 정책으로 10대 청소년의 건강권으로써 생리용품 보편 지원이 요청된다”며 “지자체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을 더 기울이고, 여성 의제 실현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소년복지 지원법 개정으로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보편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내년 4월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기준 및 범위 등은 대통령령에서 정하기로 했고, 예산 마련 등의 구체적인 협의 과정이 진행 중이라 실질적인 지원 시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과 관계자는 “세부적인 시행령과 예산 마련 등이 협의 중”이라며 “즉각적으로 보편 지원이 가능한 지 여부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