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보여준 우리사회 민낯, 어떻게 치료할까요?”

<대구를 바꾸자!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②>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보건의료 대안과 건강도시 전략”

14:20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현재 진행형이지만, 공공의료 확충에서부터 의료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우리 사회는 이미 시작했다. 보건의료 정책을 통한 대구시민의 건강을 고민하는 시간이자, <뉴스민>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 시리즈 두번째 강연이 26일 오후 4시에 이어졌다.

시민의 삶과 밀접한 이번 주제는 ‘건강’으로, 김건엽 경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가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보건의료 대안과 건강도시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를 경험한 지역사회의 보건의료 현실을 진단하고, ‘건강한 대구’를 위한 제언을 덧붙였다.

▲26일 오후 <뉴스민>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 시리즈 두번째 강연으로 김건엽 경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가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보건의료 대안과 건강도시 전략’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우선 김건엽 교수는 코로나19의 시작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 사회에 던져준 과제를 짚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월 20일 한국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뒤,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며 “당시만 해도 감염병에 대한 구체적 지침도 중증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음압병실로 옮기는 등 메르스에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의료 취약성, 비감염병 진료 공백
‘코로나 블루’, 방역 지키기 어려운 사회구조 문제···
코로나가 보여준 우리 사회의 민낯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전염병에 대응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김 교수는 “의료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공공의료의 취약성,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치료와 돌봄, (코로나가 아닌) 비감염병에 대한 진료 공백, ‘코로나 블루’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 방역을 지키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문제(재택근무 선택 환경, 아프면 쉴 수 있는 여건, 환기시설 등), 건강불평등의 심화 등을 그 예로 짚었다.

김 교수는 언론에서 코로나 상황을 다각도로 다루려는 노력들을 언급하며, 최근 <뉴스민>의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관련기사=https://www.newsmin.co.kr/news/59090/(‘21.06.22)) 시리즈를 좋은 기사로 추천했다.

그는 “최근에는 코로나와 공공의료에 관한 시리즈들을 거의 정독했다”며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만나고, 어려운 보건의료 현실에 대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풀어냈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 등을 보여주며,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 사태 때) 대구의료원이 하나밖에 없어서 코로나 환자를 받느라 원래 있던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치료를 받기 어려웠다. 광역시에 맞는 의료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구는 다른 광역시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덜 열악한 편인데도, 이 정도다. 열악한 공공의료를 위한 인력 확보와 정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2021년에 열린 공공의료 토론회, 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등의 자료를 근거로 대구시 의료 현황을 지적했다.

대구에는 공공 상급종합병원인 경북대병원 2곳과 민간 상급종합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3곳 등 상대적으로 충분한 상급종합병원이 있다. 반면 공공 종합병원은 대구의료원과 대구보훈병원이 있고, 민간 종합병원인 대구파티마병원 등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규모 있는 종합병원이 부족해서 상급종합병원과 일반병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 의료 인력 및 환자의 수도권 이탈 문제 역시 대구가 직면한 의료 현실로 지적했다.

이에 따른 대구의 주요 보건의료 현안은 공급 측면에서는 ▲의료자원 불균형 분포 ▲의료이용 상급병원 과다 집중 현상 ▲응급실 과밀화 ▲의료이용 수도권 문제로 봤다. 수요 측면은 ▲소득 간 지역 간 건강불평등 ▲폭염 등 새로운 환경 문제 ▲심근경색, 뇌졸중 질병부담 ▲흡연, 음주, 신체활동 불건강 행태 ▲비만율 ▲높은 암 발생에 비해 낮은 검진율 ▲영아사망률 등을 꼽았다.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보건 분야 정책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코로나 대응, 치매 국가책임제 등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주요 공약에 대해 언급하면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는 등 노력에 비해 구체적인 성과나 정책적 의지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구체적 예산 계획이 부재하고, 공공병원 양적 확충에 대한 의지,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계획 추진 미흡, 시·도의 자율성 강화 정책 부족 등이 아쉽다”고 했다.

▲ 강연 이후, 강연자인 김건엽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와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청중들의 질문을 받았다.

공공보건의료 개선 방향으로 김 교수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우선 공공보건의료기금 조성 등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관련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작동 시스템 구축도 요청된다.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과 보건의료 지방분권도 함께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지역간 격차가 커지는 ‘지방소멸’ 시대에 건강한 도시, 대구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를 역할을 강조했다. 보건의료 문제에 관한 시민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 감시가 건강한 대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다. 젠더, 계층, 지역을 넘는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해 질병치료에 제한되지 않는 연속적인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차원의 접근이 요청된다. 보건뿐만 아니라 환경, 도시, 교통, 교육 등 포괄적으로 건강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민관학’ 협치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자원 활용도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여기 계신 시민들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주민 역량이 강화되어야 건강한 대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김건엽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좌)와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

이후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의 보조발제도 이어졌다. 이 정책위원도 지역의료 불균형을 문제로 지적하며, 대구시의 공공의료 확충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정책위원은 “코로나19의 재난상황에서 민간의료의 한계는 분명했고, 공공의료의 역할과 중요성에 비해 투자는 부족했다. 공공의료 병상 비율은 10%에 그쳐 OECD 주요국 중 최저수준”이라며 “기후변화로 신종감염병 출현과 폭염‧홍수 등 기상재해, 저출산 고령화 인구절벽 문제 등을 대응하기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 확보는 필수”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5월 대구의료원 직원을 대상으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이 공공성이 약화되어 지역거점병원으로 인정 못받는 이유로 49.1%가 정부와 대구시의 공공의료에 대한 무관심과 투자부족이라고 답했다”며 “이를 위한 대구시의 공공의료 기본계획, 민주적 거버넌스 마련, 재정확보 대책 등을 통해 대구시가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민>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다가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위한 시대 전환 과제를 모색하는 시리즈 강연을 주최한다. ‘대구를 바꾸자!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는 부동산, 공공의료, 교육, 안전, 청년, 복지, 자치, 젠더, 환경, 건강 주제를 차례로 26일(목)부터 격주로 하루 2강씩 진행해나간다. 다음 회차 강연이 열리는 내달 9일은 <뉴스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