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동지들 곁에 묻힌 통일민주투사 강창덕

민주화 운동가들 장례위원회 꾸리고 시민사회장으로 4일장
인혁당 사건 피해자 묻힌 칠곡군 현대공원 제1묘원에 안장

19:25

지난 7일 오후 2시 야성 강창덕 선생의 유해가 칠곡군 현대공원 제1묘원에 묻혔다. ‘통일민주투사 야성 강창덕 선생 장례위원회’(장례위원장 김병길)는 명정에 ‘통일민주투사 야성 강창덕 선생’으로 적고, 봉분 없이 평장으로 무덤을 썼다. 정면으로 팔공산 비로봉이 보이고, 뒤로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 민촌 라경일 선생 무덤이 가깝다.

▲현대공원 제1묘원으로 들어서는 강창덕 선생 유족들 (사진=정용태 기자)

하관에 이어진 추도식에서 김병길 장례위원장은 “야성은 민촌 라경일 선생이 돌아가실 때 ‘당장 동지를 따를 수 없다. 끝까지 살아남아 인혁당의 원수를 갚고, 조국통일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며 강 선생의 죽음을 슬퍼했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 오규섭 목사와 인혁당 사건 피해자 이현세 선생의 추도사가 이어지고, 거리의 춤꾼 박정희(대구 북구의원)는 진혼무로 고인을 추모했다.

모두 헌화한 뒤에 호상을 맡은 김찬수 공동장례위원장은 “이곳에는 송상진, 하재완, 도예종, 여정남 등 인혁당 재건위 사형수 네 분과 이재형, 라경일 선생이 모셔진 곳이다. 저승에서 옛동지들이 만나 못 이룬 뜻을 이루시길 바란다”며 선생을 보냈다.

▲하관 후 헌화하는 한기명, 이현세 선생. 현대공원 제1묘원(사진=정용태 기자)

발인을 하루 앞둔 5일 추모의 밤, 청춘을 같이 보낸 동지부터 정치인, 시인들은 각자의 기억으로 그를 다시 그려냈다.

김용락 시인은 조시 ‘역사의 별-야성 강창덕 선생을 추모하며’에서
“일제 때 두 번, 미군정 치하에서 한 번, 이승만 한 번, 장면 때 한 번, 박정희 때 두 번 / 일곱 번이나 옥살이를 하면서 / 인혁당 사건으로 8년 8개월까지 더해 / 총 13년을 감방에서 보내고도 미복권으로 / 경찰에게 감시받으며 방안에서 앉은뱅이 징역 10년까지 살아”라고 선생의 고난의 시간을 적고 있다.

고희림 시인은 “선생님이 들려주신 선생님 이야기”에서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이수병 김용원 여정남 우흥선 하재완 // 동지들 생각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네 / 혼자 돌아와서 강창덕 나가서 우째 돌아다니노 / 돌아와서 10년,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이었네 // 뿌린 씨는 누가 거두어도 반드시 거둔다고 누가 얘기했나 / 50년 기나긴 독재의 사슬 우리 민중이 풀어주었네 6월항쟁 민주화! / 강창덕 심장에 새 숨이 불어 들었네”라고 추억했다.

노무현재단 정금교 목사는 “통일운동에 좀 더 정성을 쏟지 못해 죄송합니다”며 선생의 호통 가운데 “통일 운동을 왜 건물 안에서만 하려고 하느냐. 넓은 마당으로 나가 전 대구가 주목할 만한 일은 왜 엄두를 못 내느냐”하는 말씀을 되새겼다.

▲야성 강창덕 선생 빈소, 대구전문장례식장 (사진=정용태 기자)
▲2015년 10월항쟁 69주년 문화제에 참석한 강창덕 선생 (사진=정용태 기자)

삼오제에 묘소를 찾은 장례위원회 집행위원들은 강창덕 선생 무덤의 비석 등을 49재 전까지 앞선 인혁당 동지들의 무덤처럼 꾸미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판도 부착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체회의에서 결정나겠지만 49재 행사 및 1주기 추모식까지 장례위원회에서 맡는다고 했다.

한편, 한평생 통일운동의 외길을 걸었던 95세의 강창덕 선생이 9월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김두현(수성구 구의원), 임성종(대구경북추모연대 대표), 원영민(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 천기창(대구경북주권연대 대표) 등은 3일 저녁 유족들과 상의하여 장례위원회를 꾸렸다.

민주화운동원로회의에 함께하던 김병길 선생이 장례위원장을,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김찬수 이사장이 공동장례위원장으로 호상을 맡았다. 권오봉, 한기명, 함철호를 비롯해 남은주, 박명애, 박호석, 백현국, 송필경, 이상술, 채영희, 최수환 등 민주화운동 원로들과 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이 고문과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장례위원회는 강창덕 선생의 장례를 4일장으로, 장지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이 묻힌 현대공원 제1묘원으로 정했다.

▲강창덕 선생 삼오제를 올린 장례위원들, 김찬수 공동집행위원장이 비석의 문구가 틀렸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