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북우정청·우정본부, 정원회수 철회하고 사회적 책무 다하라 / 최영흥

13:59

지난 3일, 최승묵 민주우체국본부 위원장과 저는 ‘정원회수 철회, 결위인원 즉각충원, 집배 업무강도 완전폐지’를 내걸고 경북우정청 앞에서 삭발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습니다. 10일 오늘로 단식농성이 8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7년,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한해 20명이 넘는 집배원 과로사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었고, 2018년에는 노사정민이 주체가 되어 ‘집배원 노동조건개선 기획추진단’을 꾸려 2,000명의 정규 집배인력을 증원하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장시간 중노동 철폐, 토요 택배 폐지가 우리의 요구였습니다.

2021년 현재 집배현장은 2~3년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력 부족으로 고통받는 현장이 많습니다. 최근 26살 젊은 집배원이 백신 접종 이후 몸이 좋지 않아, 어머니 만류에도 자신이 출근하지 않으면 팀원들이 고생한다며 출근했다가 귀가 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현실은 여전히 집배현장의 인력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단면입니다. 한해 20명을 넘나드는 집배원 과로사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경북우정청과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노동을 초단위로 측량하여 인력을 산출하는 ‘집배업무강도’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시스템에 따라 정원을 회수하고 구조조정을 일삼고 있습니다.

우체국에 집배업무강도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정원회수와 인력구조조정은 이미 예상되었습니다. 경북우정청과 우정사업본부는 1~2년 전부터 호시탐탐 인력 구조조정을 시도하였으나 우리 조합원의 끈질긴 투쟁과 노조의 대규모 투쟁으로 전면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경북우정청과 우정사업본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이 틈을 이용하여 대규모 정원회수 인원을 추진하고 우리 노조에겐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북우정청의 정원회수 추진은 우리 노조에 의해 밝혀졌지만, 경북우정청과 우정사업본부는 우정노조가 합의해주어 철회하기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였습니다. 이를 보아도 경북우정청과 우정사업본부가 얼마나 꼼수를 부려가면 정원회수를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경북우정청의 정원회수 규모는 타 지방우정청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바로 코로나19 장기화를 이용하여 더 강도 높은 인력조정을 시행한 것입니다.

우리 노조는 경북우정청과 우정사업본부가 정원회수를 통해 죽음의 집배현장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올해 5, 6월에 부족인력이 심한 경주우체국과 상주우체국 앞에서 결위인력 충원 결의대회를 관서별로 개최했고, 경북우정청의 본격적인 정원회수 추진이 밝혀지자 경북우정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조합원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우리의 투쟁에 놀란 경북우정청은 처음에는 성의있는 대화로 임하다가 우정노조를 핑계로 갑자기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하였습니다.

이를 총괄할 위치에 있는 우정사업본부는 방조하고 나몰라라 하였습니다. 투쟁의 원인은 경북우정청과 우정사업본부입니다. 우리 노조 투쟁에 항상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는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는 우리 노조 투쟁의 보루입니다. 또한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의료단체 위드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찾아와 건강문진을 해주셔서 더욱더 힘차게 단식투쟁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북우정청은 정원회수와 결원충원 규모에 대하여 우정노조 경북지방본부와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경북우정청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정노조가 교섭대표 노조로 폐기하기로 한 집배업무강도를 활용한 것과 조합원 동의없이 정원을 회수하고 결원충원 규모를 결정한 것에 대하여 비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재 경북지역은 몇 년째 결원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집배원의 일상적인 겸배(결원이 생기면 같은 팀 동료가 물량을 ‘대신 겸해서 배달한다’는 우체국 은어)와 개발지역 중심으로 과도한 중노동에 놓여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집배원의 일상적인 겸배·과적에 시달리는 현실을 외면한다면 죽음의 우체국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노조는 이번 투쟁을 기회로 정원회수 철회투쟁과 더불어 우정사업본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최영흥 민주우체국본부 경북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