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가 바라보는 코발트 광산 학살···전리해 개인전

경산 미술공간 보물섬에서 10월 31일까지
여전히 피흘리는 경산 코발트 광산 양민학살 다뤄

09:27

보도연맹 등 민간인 최소 2,000명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산 코발트 광산 민간인 학살 사건.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 책임이 대법원 판결 등에서 규명되고 있는 한편, 예술가의 해석과 재조명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작가 전리해 씨는 10월 10일부터 31일까지 미술공간 보물섬(경산시 경안로29길 36)에서 개인전 ‘반딧불-이미지-말들, 감춰져 있던 약한 빛이 증언하는 이야기’를 연다.

전리해 작가는 코발트 광산, 상방동 선광장, 남천면 폐역을 중심으로 코발트 광산의 민간인 학살을 재조명했다. 여전히 학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광산 내부(과거)와 외부를 오가며, 작가는 사그라지지 않은 ‘약한 빛’을 채집해 보여 준다.

▲’공작의 세계'(2021), 전리해

전시장에는 작가의 작품들이 강조도, 정해진 동선도 없이 진열돼 있다. 직접 기획한 사운드 ‘나팔소리 3,500’이 흘러나오는 동안, 관람자는 어지럽게 진열된 작품, 경산신문 최승호 기자의 코발트 광산 진실규명 작업일지, 코발트 광산 학살이 모티브인 이동하 작가 소설 ‘우울한 귀향’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미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전리해 작가는 “현장에 다니는 동안 사람들에게 코발트 광산 학살로 피가 흘러 인근 냇가에 핏물이 한 달 내도록 흘러 빨래를 못했다는 말도 들었다”며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코발트 광산의 외부도 그 역사와 연관이 있어 보였다. 그러한 이미지, 기운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최성규 보물섬 대표는 “코발트 광산은 인근 다른 민간인 학살 현장과 다르게 양민학살 현장이 아직도 그대로 보존된 곳”이라며 “작가는 진실과 전달 사이에 갈등하면서 거대 서사에 희생당한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 진실에 대한 접근과 함께,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평화와 인권, 반전, 국가폭력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접근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지며, 휴관일(월·화요일) 이외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