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잘 통과한 학생만 행복한 교육은 비정상”

대구를 바꾸자!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⑨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교육혁명, 그리고 지역

11:21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기술의 열악함이 국가와 인종의 소멸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기술의 힘을 강조한 것이죠. 그럼 기술을 가진 나라는 정의롭고 평화롭습니까? 기술 혁명의 반윤리성은 잘 아실겁니다. 그러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뉴스민>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 시리즈 마지막 9회차 강연이 27일 오후 2시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렸다. 심성보 부산교대 명예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교육혁명, 그리고 지역’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심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 해서 과학기술 교육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문교양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27일 심성보 부산교대 명예교수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교육혁명, 그리고 지역’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먼저 심 교수는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 나타날 수 있는 인간 소외 문제를 지적했다. 심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에 따른 비용 절감에 현혹돼 인간을 배제하는 발전이 나타난다”며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면 사회적 갈등과 급격한 빈부격차도 특히 심화된다”고 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기술적 창의성을 넘어 사회적 창의성으로 가기 위해 인문학적 상상력, 문화예술적 감수성, 협력적 인성과 시민적 역량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고 심 교수는 설명했다.

이런 사회 속에서 ‘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심 교수는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인간의 문화적 성숙과 시민적 성숙을 전면적으로 발현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심 교수는 <학교교육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 원리>를 인용하며, 21세기 학습 역량으로 협력, 의사소통, 창조성, 비판적 사고능력 그리고 인성, 시민성 6가지를 말했다. 심 교수는 “비판적 지식과 식견을 갖춘 민주적 역량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장과 소비자를 위한 과학기술이 아닌 인간과 사회를 위한 과학기술은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 미래교육은 과거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한다. 심 교수는 “미래학교는 배움터, 놀이터, 쉼터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교육은 서울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중심의 학벌주의가 심각하다. 이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현재 학벌주의가 중등교육을 황폐화하게 하고, 사교육을 확대해 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학문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지역 불균형을 만들고 학교가 이익집단에 종속된다”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학벌주의 매커니즘에 경제적‧문화적 자본 역할을 하는 ‘능력주의’도 맞물려 있다고 했다. 최근 우리사회의 공정에 대한 환상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능력주의가 강화될수록 학벌을 통해 신분이 고착되고 부모의 문화적‧경제적 지위가 세습되는 새로운 계급제로서 학벌주의를 탄생시켰다”며 “그 환상은 결국 불공정한 차별로 귀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학교 교육의 표준화는 동등한 기회와 공정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방식이긴 했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 교육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본산으로 작용하며 우리사회에서 강력한 환상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학벌주의의 결과로 “‘승리에게 오만을, 패자에게 굴욕감을 주는 공동체 파괴 현상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병목사회론’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문제 의식을 지적했다.

‘병목 시험사회’는 단 한번의 거대한 시험으로 미래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유일한 관문인 입시 병목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려고 수많은 아이들이 경쟁한다. 이렇게 입시 관문을 잘 통과한 일부 학생들만 기회의 땅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교육 체제는 정상이 아니다.

학벌주의 해체를 위한 대안으로 심 교수는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내세웠다. 고등교육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유대학(commons university) 체제 설립을 제안했다. 덧붙여 심 교수는 “현재는 학교가 인문계와 실업계로 지나치게 나눠져 있다. 직업학교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엘리트 중심 교육에서 밀려난 훈련기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학교는 개인적, 직업적, 시민적 삶을 위한 목표들을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교육이 ‘인간다움’을 잃지않고, 인간을 만들 수 있는 목표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 2022년 시대전환 아카데미 강의가 진행 중인 모습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의 보조발제도 이어졌다. 전 위원장은 기울어진 ‘교육’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전 위원장은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 유아 14명 상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출생률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정부는 교사 감축 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학생수 상한을 법으로 제한해서 교육의 질과 기초학력 보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교원 업무 정상화도 언급했다. 전 위원장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잡다한 업무들이 많다 보니 교육에 전념하기 어렵다”며 “교원 업무 경감을 해주겠다가 아니라 교원 업무 ‘정상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전 위원장은 ▲수업일수(시수), 교육내용 적정화 ▲대학 무상교육 실시 ▲대학서열 폐지 ▲교사‧공무원 정치 기본권 및 노동기본권 쟁취 ▲차등 성과급 폐지 및 균등수당화 입법 등을 통해 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의 보조발제도 이어졌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