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을 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 발제자로 나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 공존을 위한 성평등'을 주제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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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혐오와 차별을 넘어설 수 있을까? 넘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까? 계속 뛰어 넘어야 할 것이 있을 거예요. 사회를 바꾸겠다는 우리는 눈 앞의 작은 거라도 넘어섰으면 해요. 그걸로도 충분해요.

31일 오후 2시 ‘2022년 제2회 시대전환 아카데미’ 두번째 연사로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가 ‘혐오와 차별을 넘어:공존을 위한 성평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뉴스민>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2‧18안전문화재단의 공동 주최로 열린 강연은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5층 컨벤션홀에서 진행됐다.

먼저 한 이사는 ‘성평등은 공존을 위한 것일까’, ‘왜 성평등이 이 시대에 화두가 되었는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한 이사는 “근대국가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관점에 기반해 시작됐다”며 “프랑스에서 1789년에 나온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아르미에라는 화가가 그림으로 배포를 했다. 여기에 여성이 그려져 있는데,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남성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혁명의 상징으로 여성이 쓰였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 31일 오후 2시 ‘2022년 제2회 시대전환 아카데미’ 두번째 연사로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가 ‘혐오와 차별을 넘어: 공존을 위한 성평등’ 강연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림에 여성을 그려넣어도 선거권을 줄 생각은 못한 것 같다. (프랑스는) 1944년에야 법을 만들고 이듬해 (여성들이) 첫 투표를 했다”면서 “미국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1776년) 한 것과 링컨이 노예해방 선언을 한 것(1864년)까지는 100년, 그리고 마틴루터킹이 얻어낸 시민권법까지는 거의 200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는 지난 인권의 역사가 주는 메시지를 이렇게 강조했다. 한 이사는 “차별과 혐오는 계속 끊임없이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부터 넘어가 보자”고 격려했다.

한 이사는 1940년대 당시 국내 언론 기사 몇 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 이사는 “기사에서 남녀평등을 요구하는 여자들에게 ‘시기상조’라는 말을 쓴다. 여성 인권을 미루라고 말 할 이유가 없음에도 늘 뒤로 밀려왔다”고 했다.

1999년 노동대회 포스터를 보여주곤 “인간과 시민이라고 하면서 남성을 먼저 떠올린다”며 “평등적 관점이 등장했을 때부터 여성 인권 문제를 인식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최근에 새삼스럽게, 갑자기 여성인권이 시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늘 있어왔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터는 남성 노동자가 일하러 가는 모습 뒤로 아이를 안은 아내의 모습이 담겼다.

이어 한 이사는 성차별이 존재하느냐고 묻는 세대별 인식 설문조사를 제시하면서 20대 남성이 다른 세대에 비해 동의 비율이 낮은 것을 지적했다. 한 이사는 “20대 남성은 성차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이 없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문을 바꿔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지 궁금하다”며 “‘여성이 새벽 2시에 밤길을 갈 때, 두려움을 느낄 것인가’ 또는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여성을 두고 성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있을까’ 하면 답은 다르게 나올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 이사는 “이런 상황을 성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성차별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20대 여성이 역시 이해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역차별에 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 이사는 “요즘 초등학교에서 무거운 물건을 남자아이에게 들게 하면 ‘역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이게 역차별이 되려면 부당한 쪽을 보호하려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어야 하고, 이것이 강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학교에 50g 이상 물건을 여학생들에게 들게 하지 말라는 교칙이 있고, 교사가 이를 어길 시 2개월 감봉 조치를 한다고 하자. 그래서 교사들이 이 교칙을 지키느라 모든 것을 남학생들이 하게 될 때 역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무거운 물건을 남학생들에게 들게 하는 건 교사의 성별 고정관념이 작동한 것일 테고, 이것은 역차별이 아닌 그냥 성차별”이라고 했다.

여성의 고용과 돌봄노동에 대해서도 연구자료를 인용하며 고용시장의 구조적 모순도 지적했다. 202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표 자료를 보면, 2020년 대졸 이상 35~39세 기혼여성 고용률은 55.8%인데 남성은 97.6%다.

한 이사는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임신·출산·육아다.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 고용률은 ‘누군가는 일을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료에서 기혼남성 40대 후반(45~49세)은 시간당 임금이 가장 높은 2만 2,294원인데, 동일연령대 여성은 1만 4,318원이다. 저임금 여성 비율은 61.6%이고, 노인돌봄 업무를 수행하는 이는 대부분 여성이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부부별 가사노동은 맞벌이 가구(여성 : 3시간 7분, 남성 : 54분), 남편 외벌이 가구(여성 : 5시간 41분, 남성 : 53분), 아내 외벌이 가구(여성 : 2시간 36분, 남편 : 1시간 59분)으로 모두 여성이 높았다. 특히 맞벌이 가구와 남편 외벌이 가구의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

한 이사는 “가사 분담에서 성별 구역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돌봄노동 종사자들 93.8%가 여성인데, 돌봄을 여성의 역할로 규정하고, 무급노동으로 인식한다. 그러다 보니 유급노동을 해도 저임금을 주는 현실”이라고 통계를 부연했다.

한편, ‘대구를 바꾸자! 2022년 제2회 시대전환 아카데미’는 총 5강으로 매주 수요일 2시부터 3시간 동안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5층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9월 7일 기후위기에 도시는 어떻게 살아남을까?'(오용석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9월 14일 위험 일상화 시대, 안전국가&안심사회의 조건 (김원제 유플러스연구소 소장, 성균관대 겸임교수) ▲9월 21일 불평등 위기, 복지국가는 유효한가?(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