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시대전환 아카데미 1강 홍기빈 소장, ‘위기, 공멸이냐 전환이냐’

정치‧시민사회 ‘공동선의 합의와 공론장의 확장’ 역할 못 해
공동선으로 합의 도출해 피드백에 개입하는 것만이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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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2시 ‘2022년 제2회 시대전환 아카데미’ 첫 번째 강의가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5층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준비된 2회 시대전환 아카데미는 총 5강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5층 컨벤션홀에서 진행된다.

첫 번째 순서인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위기, 공멸이냐 전환이냐? 그리고 경제’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홍 소장의 총론에 이어 젠더, 환경, 안전, 복지를 주제로 한 나머지 강연은 매주 수요일마다 이어진다. 홍 소장의 1강을 포함해 3강 오용석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5강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강연은 뉴스민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피드백과 공동선 개념을 통해 전 세계적 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강의는 1부 경제와 2부 정치로 나뉘어 진행됐다. 홍기빈 소장은 피드백(되먹임, Feedback)이라는 개념을 통해 경제 위기를 설명했다. 피드백은 원인과 결과가 서로 맞물려 결과가 다시 원인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이 순환고리는 한 번 생기면 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이상 자체적으로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피드백은 시스템 전체를 안정시키거나, 불안정으로 몰고 가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를 낳는다.

지정학적 갈등‧인플레이션‧금리 상승‧기후위기
피드백 연쇄 작용으로 지구 혼돈기 들어갈 것

홍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불안도가 높아지고, 미‧중 간 적대적인 관계가 심화됐다. 그 고리에 러시아와 유럽이 끼어들었다. 지정학적 관계가 불안정해지면서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이 고리는 에너지, 식량, 원자재와 연결된다. 이들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지난 30년이 굴러왔다”며 “하지만 지정학적 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이 세 가지가 무기화됐다. 그리고 이 상황은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는 상황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개발도상국은 상승하는 돈의 가치를 감당하지 못해 강대국 아래 줄을 서면서 지정학적 상황을 다시 악화시키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과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에 더해 기후위기까지 이 피드백들은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홍 소장은 “벌어지는 일에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가 됐다. 기후위기는 이미 빠르게 조치해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2030년 전에 1.5도 상승하는 건 거의 확실하다. 산불, 홍수, 가뭄, 태풍 등 우리 삶을 괴롭히는 기상이변이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전 세계의 국가, 기업, 시민사회, 민간이 협력해서 새로운 에너지와 삶의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전반적인 상황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며 “지구는 이 고리들이 얽히면서 혼돈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시민사회 ‘공동선의 합의와 공론장의 확장’ 역할 못 해
공동선으로 합의 도출해 피드백에 개입하는 것만이 해결책

2부 강연에서는 공동선(Common good)이라는 개념이 소개됐다. 생각이 다른 개개인의 공통분모를, 합의를 통해 도출한 것을 공동선이라 한다. 홍 소장은 이 공동선이 정치, 경제 담론에서 추방된 지 이미 오래됐다고 분석했다.

▲홍기빈 소장은 “시스템 붕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선을 도출하고 제대로 된 정치를 통해 피드백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공동선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작동하는 시스템이 공화국이고, 공동선을 확장하기 위해 토론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 공동선을 내팽개치면서 정치가 변질된다. 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징병제를 유지할 것인가 등 ‘무엇이 공동선인지’ 논의하는 공론장이 사라졌다”며 “정당이 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언론, 시민사회, 지식인이 모여서 얘기를 한다. 하지만 그뿐, 이들이 정당과 네트워크를 맺고 흡수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국내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양당 체제를 꼽았다. 홍 소장은 “정권 교체가 공동선이라고 주장하는 정당은 어떤 정책과 쟁점으로 우리 사회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보다 어떻게 다음 선거에 이길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시민사회도 공동선의 합의와 공론장의 확장이라는 본령의 역할을 다하진 못한 것 같다. 제도 정치와 선을 긋고 보수, 진보의 틀도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론 홍 소장은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공동선뿐이다. 시스템 붕괴 상황에 개입하기 위해선 우리가 공동선을 합의로 도출하고, 정치를 통해 피드백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