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노조, ‘밀실매각’ 천주교대구대교구 비판

여운동 사장 신부,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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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동안 운영해온 천주교대구대교구가 밀실 협상 끝에 매일신문을 매각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구성원들이 ‘밀실매각’이라며 천주교대구대교구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운동 매일신문 사장 신부는 ‘독자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제 언론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하고 교회는 하느님의 나라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는 18일 성명을 통해 “이번 매각이 철저하게 조직원과 시민사회 의중이 배제된 ‘밀실매각’으로 규정하며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강력 규탄한다”며 “매각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까지도 비밀을 유지한 채, 외부 정보를 입수한 내부 조직원들의 동요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짚었다.

이어 “천주교재단의 언론사 소유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이에 신문사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매각 명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며 “상식적으로 제대로 된 매각이라면 적어도 조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한 뒤 조직원들의 삶과 신문사의 미래를 담보해줄 수 있는 모기업을 찾는 것이 적절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구는 그동안 갖가지 핑계로 조직원들의 삶을 밑바닥까지 떨어뜨린 저임금 및 열악한 처우 구조를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특정 정치적 관점을 강요하고 부당한 편집권 간섭을 일삼았다”며 “언론 사주로서 지켜야 할 책무와 함께해 온 조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천주교대구대교구에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18일 오후 여운동 사장 신부 명의로 매각 관련 입장을 밝혔다.

18일에서야 실국장 회의를 통해 매각 사실을 공식화한 천주교대구대교구 측은 같은 날 오후 여운동 사장 신부가 ‘매일신문 매각 관련 독자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여 사장은 “6.25전쟁이 발발해 힘든 피란 생활이 이어지고 언론이 존폐 위기에 처했을 무렵인 1950년 천주교 대구교구는 신문사를 인수했다”며 “이제 우리나라는 눈부신 성장을 했다. 지방언론도 과거에 비해 많이 활성화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단체에서 일반 언론사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었다고 여겨진다. 이제 일반 언론의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하고,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신문의 매각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천주교대구대교구는 1950년부터 72년째 매일신문을 운영해오다 최근 지역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코리아와이드와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대구MBC에 따르면 매각 대금은 800억 원 규모다. 코리아와이드는 고용 승계를 약속했고, 매일신문 내에서 사장을 선임하기 위해 후보군을 물색 중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