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경산시의원 엄정애, 정의당 유일 경북도의원 도전

[거대정당에 맞서다] (1) 엄정애 경북도의원(경산시제1선거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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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대통령 선거 직후 연이어 열리는 선거, 중대선거구제 전면 도입 실패 등으로 대구, 경북에는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배출되고 있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넘겼지만, 지역의 자치 일꾼을 뽑기보다는 거대 양당 구도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뉴스민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주목할 활동을 벌여온 소수정당, 무소속 후보를 연속해서 소개한다.

23일 오전 6시, 경북 경산시 도심의 한 공원에서 엄정애 정의당 경북도의원 후보(경산시 제1선거구)를 만났다. 엄 후보는 경북도의원 지역구 선거에 출마한 유일한 정의당 후보다. 2010년, 2014년, 2018년 내리 3번 경산시의원을 지냈고, 이번에는 도의원 도전에 나서 차주식 국민의힘 후보와 1대 1 대결을 펼친다.

▲이른 아침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엄정애 후보.

공원에서 만난 주민들은 엄 후보가 그동안 해왔던 일을 하나씩 꺼내 들었다. 60대 주민 A 씨는 “당은 마음에 안 드는데, 엄 의원이 나오면 찍어줘야지. 이렇게 아침마다 공원에 와서 만나고, 필요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엄 의원밖에 없어. 도의원 되면 자주 못 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A 씨는 도심 내 공원에 쓰레기가 나뒹구는 문제 해결을 엄 후보에게 주문했다.

주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던 엄 후보가 공중화장실 앞에서 멈췄다. “MAN, WOMAN 이렇게 적혀있는데 영어를 모르는 어르신들도 있잖아요. 주민 이야기를 듣고, 남자, 여자 스티커를 하나 붙이도록 했어요”라고 말했다.

어느새 엄 후보도 아침체조를 하는 대열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체조를 지도하던 생활체육지도사는 엄 후보가 제정한 조례 덕분에 적은 금액이지만, 경산시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됐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어 경산지역화폐 카드가 새겨진 명함을 주민들에게 건넸다. 이름도 엄정애를 떠올리는 ‘경산사랑애(愛)카드’다.

▲지역화폐 경산사랑애 카드를 설명하고 있는 엄정애 후보.

혼자 한 일은 아니지만 엄정애 후보가 시의원 시절 발 벗고 나섰다. 엄 후보는 “애써 발굴하지 않아도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면 된다. 경산 돼지골목에 여름마다 악취가 나서 시설 정비를 하거나, 남천강변에 위험하고 장애인이 다니기에도 어려운 경사로를 제보 받고 해결 한다던가, 주민이 어두워 위험하다고 느끼는 경산 굴다리에 조명과 공공미술 작업을 하는 일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민원이 많을 때는 한 달에 150건도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엄정애한테 이야기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가 생겼다고 한다.

거대 정당이 아닌 진보정당 기초의원으로 어려운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엄 후보는 “시정 감시, 행정사무감사와 같은 의정활동은 기본이다. 신뢰를 쌓아 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진보정당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기 전에 먼저 신뢰부터 쌓으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도, 주민도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정당 소속 동료의원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4년 전 엄 후보의 선거구(남산면, 남천면, 서부1동, 남부동)에서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각 1명씩 당선됐다. 엄 후보는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 돌봄에 너무 힘들어하는 걸 알아서 다른 의원들과 당을 떠나서 이 문제만큼은 같이 해결하자고 해서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에도 가치 중심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정애 정의당 경북도의원(경산시제1선거구) 후보

당선 가능성 측면에서는 경산시의원 4선 도전을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같은 당 소속의 옆 동네의 김성년 대구 수성구의원은 4선 도전에 나섰다)

“서민금융지원센터를 운영해 가계부채 때문에 힘든 주민에게 채무 조정 상담, 일자리 소개로 이어지는 사업을 한 적이 있다. 성과가 좋아서, 계속 이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도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예산 편성을 기다렸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지역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한계가 있었다. 사업 규모를 키우려면 도비를 끌어와야 하더라. 도의원으로서 지역에 체육시설, 문화시설을 강화하고 싶다.”

엄 후보는 진보정당 공직자로서 역할도 빼놓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지지해줬던 주민들에 굳은 신뢰를 보냈다.

“경북에는 포스코도 있고, 산업 전환이라는 흐름도 있다. 기후위기, 지역 산업과 관련해 경상북도 행정조직 체계를 점검해보고 싶다. 물론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3선 하는 동안 주민에게 절실히 필요한 사업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했다. 이곳에 길이 있다.”

전남에서는 한 차례 정의당 소속 지역구 도의원 당선자를 배출한 적이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 정의당 전남 영암군수로 출마한 이보라미 전 전남도의원이다. 경북에서도 진보정당 지역구 경북도의원이 나올 수 있을까.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