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7. 에스앤에스텍

반도체 핵심 원재료, 블랭크마스크 생산
삼성전자, 투자 통해 소재 국산화 총력
직원 수 늘지만 급여 상승률은 2%대
추가 설비는 클러스터 구축된 용인으로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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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시가 추진한 신산업 정책이 영향일까, 2013년 대비 2021년 대구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에 못 보던 기업이 여럿 이름 올렸다. 전통 제조업 기업이 아니라 미래차, 의료 같은 신산업 분야의 기업들이다.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기업의 성장을 가져왔지만 시민의 삶의 질도 함께 높였을까?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통해 신산업의 성장이 가져온 대구시민의 변화도 살펴본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1. 어떤 변화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2. 엘앤에프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3. 대구은행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4. 에스엘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5. 한국비엔씨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6. 씨아이에스

대부분의 공장이 그렇겠지만 특히 반도체는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지, 용수와 물류·부품 수급 등이 원활한지 등이 주요한 조건이 된다. 무엇보다 부품업계 클러스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구의 반도체 기업 상황은 어떨까. 현재 반도체 관련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구의 경우 반도체 공정 장비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보다 장비 내 부품 관련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 위주이므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구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지원에도 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대구 밖에 공장을 짓는 상황이 계속된다. 10여년 전부터 대구시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은 에스앤에스텍(S&S TECH)도 마찬가지다. 에스앤에스텍은 대구에 본사를 둔 반도체 소재 기업이지만 신규 공장은 경기도 용인에 계획 중이다. 올해 1월 설립한 투자 전문 자회사 에스비아이씨랩(SBIC Lab)도 서울에 사무실을 뒀다.

안창현 대구테크노파크 나노융합실용화센터 부장은 “실질적으로 반도체 기업이라 분류할 만한 기업이 지역엔 거의 없다. 에스앤에스텍이 용인에 생산 설비를 신축하는 건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따라 연계 기업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핵심 원재료, 블랭크마스크 생산
삼성전자, 투자 통해 소재 국산화 총력

에스앤에스텍은 2001년 설립 이후 일본 제조사가 독점하고 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용 블랭크마스크를 국내 최초로 양산해 주목을 받았다. 주력 사업인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포토마스크(유리기판 위에 반도체의 미세회로를 형상화 한 것)의 원재료다.

▲대구 달서구 호산동에 위치한 에스앤에스텍 본사. (사진=에스앤에스텍 홈페이지)

에스앤에스텍 본사는 대구 달서구 호산동에 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은 988억 원, 영업이익은 126억 원이다. 각각 전년대비 약 13%(2020년 매출 874억 원), 14.5%(2020년 영업이익 110억 원) 상승했다.

블랭크마스크 글로벌 시장의 80% 이상에 일본기업이 진출해 있지만, 에스앤에스텍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외 기업에 납품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이 주목하는 건 ‘펠리클’이다. 펠리클은 초고가의 EUV(극자외선)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얇은 버티컬막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일찍이 내재화해 업계를 이끌었다. 삼성전자도 2020년 7월, 658억 원을 투자해 에스앤에스텍 지분을 8% 확보하며, 소재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3년까지 EUV 펠리클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에스앤에스텍의 투자·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에스앤에스텍은 작년 12월 “에이에스엠엘(ASML)과 공정 테스트를 거쳐 내년쯤 투과율 90% 수준의 시제품을 출시하고, 2023년 고객사 양산라인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원 수 늘지만 급여 상승률은 2%대
추가 설비는 클러스터 구축된 용인으로

매출 상승만큼 직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176명이던 정규직 직원 수는 2018년 187명, 2019년 206명, 2020년 214명, 2021년 218명으로 늘었다. 반면 급여 인상률은 적은 편이다. 2017년 직원 1인당 평균임금 4,200만 원은 2018년 4,400만 원, 2020년 4,600만 원, 2021년 4,700만 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2%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정수홍 대표이사가 20.37%, 자녀 정시준 씨가 0.84%, 자녀 정성훈 씨가 0.4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정시준 씨는 2020년 10월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정성훈 씨는 전략기획파트 사내이사로 재직하며 자회사인 에스비아이씨랩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 6,800만 원이다.

에스앤에스텍은 지난 10년간 대구시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2013년 대구시 월드스타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중견기업군으로 진입했고, 2016년에는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로부터 올해의 첨단기술기업으로 선정돼, 법인세 3년간 100%(이후 2년간 50%), 재산세는 7년간 100%(이후 3년간 50%) 감면받는 혜택을 누렸다.

▲에스앤에스텍은 2016년 해의 첨단기술기업으로 선정돼 법인세, 재산세 감면 혜택을 3~7년 받았다. (사진=대구연구개발특구)

2019년에는 대구시와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선정하는 중소기업 대상을 탔다. 3년 이상 관내에 주사무소와 사업장을 둔 중소기업 가운데 ▲수출 생산 매출 부문에서 탁월한 성장률을 보이며 ▲신기술개발‧자동화‧정보화 등 기업 구조개선에 귀감이 되고 ▲노사분규 및 임금체불이 없고 경영이 건실한지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상이다. 수상 기업은 대구시 중소기업 육성자금지원 우대, 해외 시장개척단 파견 및 해외 전시‧박람회 등 참가 우선지원, 3년간 세무조사 면제 등의 특전을 받는다.

현재 에스앤에스텍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예정된 용인시에 추가 설비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투자 직후인 2020년 9월, 공시를 통해 53억 원을 들여 경기도 용인시 산업단지에 부지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구 권역에 집중돼 있는 설비와 별개로 용인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에스앤에스텍은 올해 3월 공시를 통해 신규 설비에서 EUV 펠리클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용인에 신규 설비 구축이 완료돼 생산을 시작하면 주요 인력과 기술도 함께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안창현 부장은 “반도체 기업은 밸리(클러스터)가 입지 선정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구 내에서 반도체 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건 에스앤에스텍을 제외하곤 3차나 4차 소규모 벤더 기업 정도이다 보니 신규 설비는 수도권으로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부장은 “3, 4차 벤더 기업들이 경북지역 반도체 기업들과 신규 클러스터 산업을 준비 중이다. 지역에도 앵커기업들이 유치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