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9. 변화, 그 후 ①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 전반 타격
미래차 관련 부품사 타격 덜 해, 의료·반도체는 시가총액 반토막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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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시가 추진한 신산업 정책이 영향일까, 2013년 대비 2021년 대구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에 못 보던 기업이 여럿 이름 올렸다. 전통 제조업 기업이 아니라 미래차, 의료 같은 신산업 분야의 기업들이다.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기업의 성장을 가져왔지만 시민의 삶의 질도 함께 높였을까?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통해 신산업의 성장이 가져온 대구시민의 변화도 살펴본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1. 어떤 변화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2. 엘앤에프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3. 대구은행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4. 에스엘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5. 한국비엔씨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6. 씨아이에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7. 에스앤에스텍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8. 티케이케미칼

대구시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유망한 물·의료·로봇·미래형자동차·에너지 등 5대 신(新)산업에 도시 공간 혁신을 위한 ‘스마트시티’까지 더해, ‘5+1 신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지난해 9월, 대구시는 그 가시적인 성과로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기업 7개 리스트를 공개하며 성공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자축했다.

다시 9개월이 지난 지금, 이 기업들의 성적은 어떨까? 시가총액 변화를 살펴보니 전반적인 시장의 하락세와 맞물려 개별 기업 단위로 많게는 2조 원, 적게는 2,000억 원까지 시가총액이 줄었다. 그 와중에도  엘앤에프와 에스엘은 시가총액이 늘어나, 불안정한 시장 흐름 속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 전반 타격
미래차 관련 부품사 타격 덜 해, 의료·반도체는 시가총액 반토막

올해 상반기 증권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및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이슈로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대비 대구지역 주요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빠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걸로 보여진다.

22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대구경북 제조업에 미친 영향 및 시사점’은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수급불균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대구·경북 제조업체의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경북 지역 21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생산 차질을 겪은 업체 비중은 기계장비와 섬유 부문에서 특히 높다.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업체 비중은 업종별로 섬유, 기계장비, 자동차 부품에서 높은 편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도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대구지역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한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 기업 엘앤에프는 올 6월 말 기준, 작년 9월 대비 시가총액이 2조 원 늘어난 8조 2,063억 원을 기록했다.

올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696억 원으로 3개월 전 추정치(398억 원) 대비 75% 급증했다. 상반기 중 공장 증설이 완료돼 조기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지역대표 중견기업 육성사업’에 올해 대상기업으로 선정돼 향후 2년간 국·시비 총 8억 4,000만 원을 받게 된다.

엘앤에프와 마찬가지로 이차전지 장비제조 업체인 씨아이에스 지난해 9월 말 기준 1억 2,303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이 올해 6월 말 기준 9,676억 원으로, 약 2,627억 원 줄었다. 불안한 글로벌 증시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최근 예비 입찰을 통해 매각을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들썩이는 모양새다.

자동차 부품사인 에스엘도 전기차로의 전환에 잘 적응한 영향으로 충격을 덜 받았다. 지난해 9월 시가총액 1조 3,159억 원과 비교해 올해 6월에는 1조 3,168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설명에 따르면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보다 중·소규모 업체가 최근 원자재 및 부품, 소재 가격 상승 충격에 훨씬 취약하다.

앞서의 미래차 관련 기업들과 달리 의료·반도체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빠른 주가 상승으로 주목을 받은 바이오 기업 한국비엔씨는 9개월 사이 시가총액이 80% 이상 빠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던 코로나19 치료제 승인이 연기되면서 기대감에 유입된 주가가 빠진 영향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업인 에스엔에스텍은 작년 9월 말 7,357억 원이던 시가총액이 올해 6월 말 4,183억 원까지 줄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은 282억 원, 영업이익 33억 원으로, 전년동기 매출액 247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과 비교해 각각 14%, 3% 올랐으나 주가를 전혀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9월 기준 주당 3만 8,800원까지 올랐던 에스앤에스텍은 6월 23일 현재 기준 1만 9,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민선 6·7기 8년간 대구시 체질 변화를 구호로 내걸며 5대 신산업 정책을 구상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21일 이임 기자회견에서 “대구가 과거 3대 도시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산업구조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 신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와 인재를 키워내는 도시에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올 것”이라고 강조하며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지속적으로 인재 양성에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 시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지식기반 산업, 정보통신 산업 시대가 열렸지만, 대구는 준비하고 변화하는 기회를 놓쳐 위기에 빠졌다. 취임 초 산업구조 혁신에 저항과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설득해 산업구조 전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