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8. 티케이케미칼

화학섬유·건설·전자부문 사업 영위
R&D센터는 서울, 생산공장은 대구·경북
소속 외 근로자 수 비율 높은 편
본사는 대구지만 채용은 모두 서울사무소로
티케이케미칼 관계자 “서울 사무소가 사실상 본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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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시가 추진한 신산업 정책이 영향일까, 2013년 대비 2021년 대구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에 못 보던 기업이 여럿 이름 올렸다. 전통 제조업 기업이 아니라 미래차, 의료 같은 신산업 분야의 기업들이다.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기업의 성장을 가져왔지만 시민의 삶의 질도 함께 높였을까?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통해 신산업의 성장이 가져온 대구시민의 변화도 살펴본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1. 어떤 변화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2. 엘앤에프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3. 대구은행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4. 에스엘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5. 한국비엔씨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6. 씨아이에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7. 에스앤에스텍

쇠퇴한 섬유도시 대구에서 티케이케미칼은 몇 안 되는 대기업 계열사 화학소재 기업이다. 81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SM그룹의 3개 상장 계열사 중 하나로, 경북 구미와 칠곡에 공장을 두고 있다. 대구에는 본사가 있지만 사울사무소에 대부분의 주요 인력이 배치돼, 대구는 생산기지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수치상으론 대구에 기여하는 것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섬유·건설·전자부문 사업 영위
R&D센터는 서울, 생산공장은 대구·경북
소속 외 근로자 수 비율 높은 편

티케이케미칼의 본사는 대구 북구 침산동에 있으며 서울 강서구에 마곡 R&D센터가 있다. 스판덱스 공장과 수지 공장은 경북 구미에, 폴리에스터 공장은 경북 칠곡에 있고, 터키와 인도에 해외법인이 있다.

▲티케이케미칼은 SM그룹의 상장계열사 중 하나로, 스판덱스·폴리에스터·수지 등을 연구개발 ·제조하는 기업이다. (사진=티케이케미칼 유튜브)

티케이케미칼은 2007년 합성섬유 및 관련 화학제품을 제조 가공 판매, 도소매 및 수출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2008년 동국무역의 화학사업부문을 영업 양수받았다. 주요 사업분야는 화학부문(합성섬유의 제조 및 판매)과 건설부문(주택건설 및 시공) 그리고 전자부문(터치스크린 제조)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화학부문이 84.1%, 건설부문이 13.0%, 전자 부문이 2.9%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 구조는 안정적인 편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939억 원, 영업이익 66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646억 원과 873억 원이 증가했다.

직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좋지 않은 편이다. 소속 외 근로자 수가 정규직 직원 수 대비 많은 편인데다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기업공시 서식작성 기준 개정으로 소속 외 근로자가 공시대상으로 포함된 2019년 12월, 소속 외 근로자는 119명으로 정규직(618명)의 19%가 넘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던 2020년 12월 기준 소속 외 근로자 수는 66명으로 45%가량 줄었으며 2021년 12월에는 다시 181명으로 늘었다. 정규직 직원은 2019년과 2020년 618명을 유지하다 지난해 628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본사는 대구지만 채용은 모두 서울사무소로
티케이케미칼 관계자 “서울 사무소가 사실상 본사 역할”

본사는 대구에 있지만 실질적인 본사 역할은 서울사무소가 하고 있다. 회사 주요 정보가 서울 중심으로 공개되어 있고, 영남 영업 담당을 제외하면 모든 담당자 연락처도 ‘02’로 시작하는 서울사무소로 안내된다. 채용 공고도 이를 뒷받침한다. 5월 31일부터 오는 6월 13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는 신입/경력 채용의 근무지는 모두 ‘서울 강서구’다. 분야는 안전관리, 사업관리, IR, 자금, 해외영업으로 전방위적이다.

티케이케미칼 관계자는 “서울사무소가 사실상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 본사에는 영업팀 직원들 10명 정도의 인력만 배치돼 있기 때문에, 채용은 대부분 서울사무소로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국토연구원이 낸 ‘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최근 동향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기업들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수도권에서 주요 업무를 처리하는 행태의 문제점을 짚고 있다. 보고서는 “충남 소재 대기업 공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 소재 공장은 거의 생산기지 역할만 수행할 뿐, 제품기획‧영업‧재무‧국제업무 등 대부분 고급관리 기능은 수도권에서 담당했다”고 짚었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 실장은 “사실상 빈 껍데기만 있는 것”이라며 “(티케이케미칼과 같은)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결국 지역에 다양한 일자리가 없다는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임규채 실장은 “본사가 대구에 있다는 건 실제 기업의 매출이 대구로 잡힌다는 뜻이다. 숫자는 마치 지역에 매우 큰 기여를 하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주요 인력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다거나 영업활동을 수도권 중심으로 하는 등의 사례에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산업이 고도화·자동화되면서 연구개발 분야가 더 중요해지고, 기업은 더욱더 수도권 중심으로 활동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